정부의 무관심 속 게임업계 위기설 '솔솔'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가 정부의 홀대로 점차 해외 게임사에게 추격당해 결국 잠식당할 것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해외 거대 기업들의 등장 등으로 한국 게임 산업에 총체적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중론.

한국게임개발원에서 출판한 한국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시장의 전체 규모는 2001년도에 이미 5000억 규모를 넘어섰고 2005년에는 8조6798억(사행성 PC방 약 3조원 포함)으로 집계돼 일찌감치 영화나 음반 산업의 규모를 넘어섰다.

수출규모를 보면 2000년에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고 2005년에는 5억6000달러를 달성했다. 요즘 잘나간다는 '영화계'가 2005년에 이르러서야 수출 7500만 달러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8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세계적으로 1000만 가입자를 넘어선 게임도 15종에 이르며, '미르의 전설'을 포함해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가입자를 거느린 토종 온라인 게임만 8종에 달한다. 이 외에도 게임의 눈부신 발전을 말할만한 지표는 얼마든지 있을 정도로 게임산업의 발전은 빠르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온라인 게임업계는 급격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과 해외 거대 게임 기업들의 온라인 진출, 그리고 정부의 무관심으로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게임 개발의 근간이 되는 소규모 개발사들의 자금 부족 현상, 그리고 게임소재 개발의 부족과 개발에 필요한 질 높은 인재의 부족 등 불안요소가 내부적으로 계속 누적되고 있으며 블리자드에서 전략적으로 내놓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성공 이후 '던전앤드래곤 온라인' 등 위협적인 해외 게임들로 외압도 심하다. 해외 점유율도 급격히 낮아져 2년 전만해도 중국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국산 게임이 6~7개였던 것이 최근에는 넥슨의 '카트라이더'와 예당 온라인의 '오디션' 단 2개로 줄었다. 국내 게임산업에 총체적인 위기가 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소위 게임을 '못 살게' 구는데 열중하고 있어 게임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예산 문제. 문화부 산하로 게임에 대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편성된 예산은 2년 전 20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125억 원, 올해는 오히려 110억 원 규모로 부쩍 줄었다. 게임업계에 더욱 질 높은 인재를 수급하고 소규모 개발사들을 돕는 등 문제를 해결하기엔 '새발의 피'다. 최근 회식 후 성매매를 안하면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로 논란을 일으킨 여성가족부에 1조 1,379억원의 예산을, 그리고 스크린 쿼터제 폐지를 이유로 영화계에 4천억원대의 기금이 조성해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지난해 말 '게임진흥'을 위해 새로 발족된 게임물등급위원회 등 게임 전문기관 마저 예산 문제로 허덕이는 것을 보면 정부의 푸대접이 어느 정도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인력 소급에 따른 문제도 있다. 지난 2006년 12월3일 병무청의 인원 확정 발표에 따르면 2007년 게임 쪽에 배정된 인원은 단 19명. 2006년에 50여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로 인해 병역특례로 우수한 자원을 뽑아 활용할 생각이었던 게임 개발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며, 우수한 인재들 또한 게임 쪽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진흥을 위한 원년', '세계 3대 게임강국 실현'을 목표로 해서 게임진흥법을 제정ㆍ시행했으나 답보 상태인 것도 문제다. 현실적으로 게임업계에 드러나는 혜택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업계에서는 지난해 '바다이야기' 폭풍 때문에 '게임규제법'처럼 시행되지 않길 바라는 분위기다.

관련업계에서는 지금껏 쌓아 올린 국내 온라인 게임 분야가 이러한 정부의 무관심 속에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살펴보면 국내에는 정부의 무관심으로 고사된 콘텐츠가 많다. 만화, 애니메이션 등도 국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였지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이제는 몇몇 하청을 위주로 하는 업체만 남고 다 고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이라고 그처럼 안되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도 "대자본을 가지고 있는 해외 거대 기업들이 계속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어 제2의 'WOW', 제3의 'WOW'가 안 나타나리란 보장이 없다. 정부에서 국내 소규모 개발사들을 비롯해 게임산업 전체를 중장기적으로 육성해 경쟁력을 갖춰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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