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게임 최고 노린다 '던전앤드래곤온라인' 리뷰

2007년 상반기의 최대 이슈는 무엇이 될까? 닌텐도코리아의 국내 휴대용 게임시장 본격 공략? 그 것이 아니면 스노보드, 하키, 폭주 레이싱 등 이색 캐주얼 장르와 대작 MMORPG의 대결? 그것도 아니라면 PS3 국내 정식 발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기자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외산 MMORPG의 선전이나 외산 게임의 국내 유입이 이슈화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는 2004년 국내에 출시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성공으로 인해 외산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이지만 예전에는 에버퀘스트, 울티마 온라인, 에쉬론즈 콜 온라인 등 많은 작품들이 국내 온라인 시장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실패를 거뒀다. 뭐 게임성, 홍보, 운영 등 여러 가지 복잡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괴상한 캐릭터 등 게임 자체가 국내 정서에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일 듯. 단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조차도 호드 진영의 괴상한 외모 덕분에 종족비율이 맞지 않아 고생한 것을 보면 초기 외산 게임들이 실패를 거둔 것이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방대한 세계관과 퀘스트, 막강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인해 국내 게이머들도 외산 게임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만큼 취향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또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한국에서 테스트를 거친 후 아시아 지역 진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자 다른 외국 개발사들 역시 한국을 아시아 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지금부터 소개할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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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PG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

'던전앤드래곤'이라고 하면 예전에 국내에 거센 열풍까지는 아니지만 꽤 많은 마니아를 양성한 테이블 보드 게임이다. 역사 책 뺨치는 꼼꼼한 세계관 설정과 현재 영화나 게임의 소재가 되는 판타지를 거의 대부분 포함하고 있는 내용 등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굉장히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 나온 트레이닝 카드 게임 '매직더게더링'과 타 보드 게임들에 밀려 지금은 구하기도 힘들지만 아직도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활동을 하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던전앤드래곤'을 온라인 게임으로 만든 것이 바로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이다. TRPG에서 게임 내 사용되던 다양한 규칙과 종족, 직업 등을 온라인에 적합하게 변경한 점과 턴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액션성을 강조한 전투 등이 이 게임의 특징. 물론 이런 특징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방대한 분량과 어려운 규칙 때문에 시도하기 어려웠던 TPRG를 온라인 게임으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점만으로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 던전의 분위기를 잘 살린 게임성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던전 위주로 진행되는 게임 플레이다. 물론 필드 전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게임을 즐기는 내내 게이머들은 어둡고 습한 동굴이나 하수구, 성안 등의 필드 전투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던전들은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형태보다는 각각의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거나 숨겨진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해 여러 번 탐험하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특히 이중에서 레버를 조작해 퍼즐을 풀고 일반적인 진행으로는 획득할 수 없는 좋은 아이템들을 구하게 한 점도 상당히 재미있는 요소다.

또한 대부분 평지로 구성된 일반 필드 전투와 다르게 던전 내 전투는 고저차를 이용한 전투가 가능하다. 고저차를 둔다는 점이 뭐가 어려운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층으로 되어 있는 던전을 만드는 건 MMORPG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화살이나 마법을 높은 곳에서 낮은 지형으로 쏠 수 있으며, 대형 보스가 보지 못하는 높은 곳에 숨어 공격을 할 수도 있어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전투를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함정들이나 상황에 맞게 등장하는 몬스터들로 인해 '던전앤드래곤' 오리지널 느낌과 PC 패키지 게임을 하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원작 팬들에게는 더 없이 즐거운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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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키지를 하는 듯 한 스토리 진행

이런 게임의 재미를 더욱 더 살려주는 요소가 바로 다양한 퀘스트와 퍼즐, 전투에 있다. '던전앤드래곤온라인'에 있는 퀘스트들은 한 개의 거대한 스토리를 따라 진행되는 메인 퀘스트와 몇 개의 스토리로 이어져 있는 서브 퀘스트, 한 개의 임무로 진행되는 퀘스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인 퀘스트는 진행되는 액트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으로 다양한 인물들과의 조우, 미지의 지역 탐험, 종족간의 이해관계 등의 다양한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 서브 퀘스트는 한 개의 작은 스토리를 여러 개의 임무로 나누어 진행되는 퀘스트로 메인 스토리와 별개의 미니 스토리를 만날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서브 퀘스트마다 다양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고, 의외의 반전이나 웃음을 주는 경우도 많아 짧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좋다. 또한 이런 퀘스트들은 대부분 퍼즐 요소를 가지고 있어 단순히 능력만 좋으면 클리어가 가능한 다른 게임들의 퀘스트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제한이 있거나 레버의 조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때론 게이머들의 대화를 듣고 문제를 풀기도 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조건들은 실제 TRPG를 즐기는 듯 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패키지나 콘솔 게임을 하는 착각마저 느낄 수 있다.

  • 게임성을 채워주지 못하는 문제들

하지만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은 아직 갈길이 먼 것 같다.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이 해외에서 서비스를 먼저 시작해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게이머들의 생각과 달리 국내 게임은 랙과 서버 불안정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게임에 접속하면 게이머들을 반기는 것은 플레이가 힘들 정도의 랙. 실제로 인스턴스 던전을 만들어 게임을 즐겨도 이런 랙 현상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랙으로 인해 전투 도중에 죽는 일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갑작스러운 서버다운 현상이나 데이터 전송이 원활하지 못해 인스턴스 던전에서 튕기는 현상들도 존재해 곧 있을 상용화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다. 이 외에도 저 사양 게이머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높은 게임 사양과 최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그래픽 시스템 등도 게이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상용화시기를 발표한 '던전앤드래곤온라인'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직까지 개선의 손길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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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한 상용화, 좋은 게임 발목 잡지 않을까 걱정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이 멋지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따라잡을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가진 건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돌출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곧 있을 상용화에서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로컬라이징과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서비스를 종료한 외산 온라인 게임들이 많이 있는데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이 난관을 넘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성공한 몇 안 되는 외산 게임 중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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