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앞서나가는 게임 심의를 배워라
'모두가 함께 하는 문화적인 차원의 심의가 필요하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주최 및 주관하고 문화관광부가 후원하는 '2007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 2일차 행사에서는 세계 게임 심의제도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이 날 발표에는 미국 GameDaily의 Mark Friedler 대표, 일본 CERO의 사타게 마사하루 팀장, 중국 북경창신연구원창의산업연구소의 왕홍지 소장, 한국 게임물등급위원회 송승근 전문위원 등이 참가해 각 국가별 심의 제도에 대한 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서 발표했다.
미국의 Mark Friedler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는 심의 등급 제도인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를 게임 이용자의 80% 이상이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게임 구매에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의 경우 70% 이상이 ESRB 등급을 신뢰하고 있으며 게임을 주로 즐기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부모와 사회과 함께 게임 등급을 인지하고 이를 지켜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Mark Friedler 대표는 "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폭력성에 대한 문제는 게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에서도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미국의 부모들은 게임보다 티비, 음악을 통해 전달되는 폭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는 철저한 고객 교육을 통해 부모는 물론 어린이들에게도 심의 제도와 등급 분류에 대한 지식을 알리고 있으며, 여기에는 지방 자치 단체는 물론 정부 기관, 소매상들까지 함께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참여하면서 심의 제도가 단순히 게임의 등급을 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건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일본의 심의 제도에 대해서 발표한 일본의 사타게 마사하루 팀장은 "현재 일본은 25가지로 세분화된 심사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심사원 역시 20대부터 60대까지 실제 게임 구입을 하는 소매 층을 고려해 배치하고 있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일부러 게임업계 관계자를 배제하고 있다"며 일본의 철저하면서도 객관성이 뒷받침 되는 심의 제도에 대해서 소개했다. 한국의 업체 관계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콘솔 게임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와 일본 특유의 세세하면서도 철저한 문화가 엿보였다고 평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전문적으로 등급 심사를 하는 게임위등급위원회가 발족된 지 이제 약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고,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심의 환경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국의 게임물등급위원회 송승근 전문위원은 "세계의 각 심의 기관들이 연령층별 모델,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명확한 기준과 일관성있는 심의를 위해 더 연구가 필요하다"라며 최근 심의를 진행하는 과정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라 송위원은 업체로부터 제공 받는 게임에 대한 자료들이 정확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심의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며 'GTA'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이러한 예시라고 말했다.
송위원은 앞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위아이콘을 통해 적정 연령 정보 제공을 제공할 예정이며, 이는 세계의 흐름에 맞춰 게임 심의에 관련된 표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미래게임등급연구소를 설립해 등급심사와 관련된 각 종 연구를 진행하고, 산재되어 있는 100여 개의 게임 관련 학과, 연구소, 기업들을 연결하는 기관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 참가한 한 업계의 관계자는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체계적인 심의 등급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한국은 여러 모로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게임위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고, 이번 세미나를 통해 좋은 사례들을 배워 앞으로 선진국 수준의 심의 기관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