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의 반란, '즐기는 것만으론 부족해'

게임업계에 대한 게이머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과거의 게이머들은 단순히 게임 개발사가 만들어낸 게임을 '즐기는' 입장이었다. 개발사들은 일방적으로 게임의 콘텐츠들을 업데이트 했고 게임사용자들은 단순히 그런 게임을 즐기는일방 통행이었는데 현재는 다양한 온라인 게임 환경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전으로 게이머들이 게임내용 자체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게이머들이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상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특성의 온라인 게임>

게이머들이 게임에 영향력을 행사해 게임의 내용을 변화시키기 시작한건 온라인 게임의 등장 이후부터였다. 게임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결국 게이머들이었고, 개발사들은 이들을 취향에 맞추어 민감하게 반응을 해야만 했다. 과거 8~90년대만 해도 온라인이 아니라 패키지 게임으로 일관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개발사-게이머 두 계층이 직접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지는 않았다. 개발사들은 제품을 만든 뒤 게이머들에게 엄중히 '평가'를 받을 뿐이었고, 게이머들 또한 작품이 나오기 전 까지는 별도로 게임 회사에 취향을 요구하지도, 또 요구할만한 창구도 없었다.

하지만 패키지 방식이 아닌 온라인 방식으로 과금 체계가 넘어오면서 게이머들의 참여는 매우 활발해졌다. 게임 개발사들은 '완성된' 제품을 내던 과거와 달리 '시범 서비스'란 이름으로 미완성 작품을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고 반응을 살폈다. 애초에 온라인 게임 자체가 '완성품'이 아니라, 끝없이 '완성품을 향해 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사들은 게이머들을 끝없이 '테스터'로 활용하면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게이머들은 점점 개발사에게 자신의 취향이나 게임의 개선점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게임사들도 점점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게이머들은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게임 속에서도 볼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며 게임사에 직접 요구하기도 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확장팩을 서비스하고 있는 블리자드코리아社에서 최근 게임 속에 '김치'를 넣어달라며 게이머들로부터 대량의 김치를 배송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외에도 직접 퀘스트를 기획해서 게임사에게 보내는 게이머들도 있으며, 심지어는 게임 시스템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게이머들과 힘을 모아 게임 속에서 난동을 부리며 시위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게이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게임 자체에 개입하고자 하기 시작한 것이다.

< 커뮤니티의 발달이 게이머들의 변화를 부른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상호 커뮤니케이션 발달 문화 외에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달은 게이머에게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커뮤니티란 특정 게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겨있는 게임 홈페이지를 말하는 것으로, 커뮤니티 문화가 발달하면서 게이머들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자신이 즐기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조우함으로써 보다 게임에 깊게 빠져들거나 게시판을 통해 이들과 활발하게 의사를 교류하고 있으며 '어떠한 식으로 게임이 변해야 하는가' '내가 최강이다' 등 다양한 논쟁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개발사나 처음 그 게임을 시작하려는 게이머들에겐 좋은 참고 자료가 되고 있지만, 또 다른 변화도 낳고 있다. 일단 풍부한 게이머들의 의견과 자료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게이머들을 소위 '게임 전문가'로 바꾸어 주었지만, 익명성을 위시한 게임 내외의 근거 없는 소문이나 불명확한 출처의 정보도 빠르게 전파시키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에서는 수많은 논쟁이 일곤 하는데, 이러한 논쟁의 과격한 말투나 의견은 게이머들을 보다 공격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여론몰이를 통해 '개인'이 아니라 '공동'이라는 단합적인 모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한 게이머들은 현 온라인 게임 덧글 문화와 편승해 '타인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는' 성향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으며, 나아가 네이버, 야후, 다음 등 주요 포털에서도 게임 관련 기사가 나오면 자신의 취향대로 게임이 바뀌어 달라고 덧글을 쓰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듣고 직접 본 것 인양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과거처럼 특정 게임을 즐기고 금새 다른 게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한 게임을 즐기면서 해당 커뮤니티에 어울리면서 '이 게임만이 최고'라는 착각이나 해당 게임에 종속되는 게이머들도 늘어났다. 그래서 이들 게이머들은 웬만한 술자리나 게임 플레이 이외의 시간에서도 해당 게임 얘기나 커뮤니티에 대한 소문으로 하루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 게이머들과 게임의 융합,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협력체계>

이렇게 게이머들은 온라인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자신의 요구 사항을 게임사에 직접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또한 보다 공격적이고 집착적인 성향도 보이게 되었다.

이런 게이머들의 적극적인 개발 의사 요청은 결국 게임에 변화를 주게 되었고, 게임 밸런스에 집결되는 문제로 번지게 됐다. 게임 개발사들은 게이머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게임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조정해야 했으며, 이 조정 문제에 고심하고 있다.

이미르엔터테인먼트의 송영진 개발이사는 "게이머들이나 게임사 모두 완성된 게임을 위해서 함께 협력해가는 것이 온라인 게임인 만큼 이러한 형태는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게이머들은 특정 일만을 놓고 좁은 시각으로 요청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고 요청사항을 적용하는 것은 개발사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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