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 거친 행보에 게임업계 '벌벌'

"게임사들의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 게임업계를 이끌어나가는 협력 기관이 되겠습니다"

지난해 출범한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수장인 김기만 위원장이 출범식에서 했었던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도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대통령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처럼 돌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됐었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불타는 성전(이하 'WOW:확장팩')' 심의와 불법 게임물에 대한 수사의뢰 등 강도높은 행보를 보이는 게임위에 대해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 와서는 게임위가 단순한 '심의기관'을 넘어 게임업체를 컨트롤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올 해 초 온라인 게임 심의를 넣은 A사는 심의 내용과 관련해 자사 게임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렸다가 게임위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해당 문항의 삭제를 요청하는 식의 전화였다. 심의 문제가 눈앞에 닥친 A사 관계자는 말없이 공지를 내려야 했다.

게임위가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잘못된 등급 정보를 언론에 흘려 게임사가 피해를 본 경우도 있다. B라는 온라인 게임의 심의를 넣은 한 온라인 게임사는 자사의 게임에 대한 심의 결과가 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위 관계자가 '18세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것 때문에 대규모 환불 사태를 감당해야 했다. 후에 B 게임이 15세로 판정받자 게이머들이 다시 돌아왔지만 환불하고 홈페이지를 탈퇴한 게이머의 경우 계정이 초기화되었기 때문에 이중으로 문제가 됐다. 게임위의 성급한 말 한마디로 개발사는 물론 게이머들까지 손해를 본 셈이다.

해외 퍼블리셔에 근무중인 한 관계자는 "'게임위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게임사의 입장에선 차후 게임 서비스 문제가 걸려있어 불만이 있어도 게임위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최근 또 문제가 되고 있는 '오디션' 사태도 마찬가지다. 게임위가 등급거부 판정을 내린 후 불법게임물로 간주해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게임 '오디션'을 서비스하고 있는 예당온라인과 개발사인 티쓰리엔터테인먼트 측도 "게임위의 지적을 수용해 내용을 수정 중인데도 불구하고 게임위에서 경찰에 '오디션' 수사를 의뢰해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게임위에서는 '오디션' 사태에 대해 '원칙을 따를 뿐'이라는 짤막한 의사표명을 했지만 게임업계를 함께 이끌어가자는 '협력 파트너'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게임업계의 중론이다.

이렇게 게임위의 힘이 워낙 막강한 탓에 게임업체들은 심의가 늦게 나와도, 다른 불만이 있어도 토로할 곳이 없다.

패키지를 발매하는 한 게임사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5일이면 심의가 나와야 하지만 현재는 한 달이 다 되서야 심의가 나온다" 라며 "심의가 늦어서 생기는 불이익은 고스란히 게임업체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위 자체에 불편한 점을 토로하는 창구가 있긴 하지만 불이익을 받을까봐 함부로 여기에도 불만을 토로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패키지 업계에 있는 다른 관계자도 "똑같은 게임이 여러 종류의 게임기로 나오는 경우에도 전 게임기 다 비싼 돈을 주고 심의를 받아야 하는 등 불만이 많지만 토로할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게임위가 원칙을 준수하고 있고 열심히 잘 해나가고 있긴 하지만 게임사 보다 갑의 위치에서 일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게임사들을 위한 협력기관으로 거듭나 궁극적으로 게임업계의 발전을 함께 도모해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