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애니메이션의 전설 '건담'의 발자취 (2부)

어떤 문화 콘텐츠가 마니아들을 양성하고 상업적으로 충분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이 콘텐츠는 그 분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장된다. 이 과정은 영화나 음악 등 어떤 문화 콘텐츠든 마찬가지이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특히 오늘 알아볼 '기동전사 건담' 로봇 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본 사회의 발전과 맞물려 끊임없이 성장한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OVA는 물론 극장에도 등장했으며, OST 음악,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의 다양한 문화로 빠르게 확산돼 갔다. 오늘 게임동아에서는 1부 '건담 애니메이션의 발자취'에 이어 '건담'을 활용한 게임에 대해 알아보고 '건담' 게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정리해봤다.

  • '건담' 게임으로 출격합니다!

'건담'이 게임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건 '건담'이 본격적인 성공을 거둔 83년도 이후부터다. 이때 등장한 '건담' 게임들 대부분은 '건담' 캐릭터를 이용한 단순 장르 게임으로 초기 기체인 'RX-78 건담'을 이용한 패미컴용 흑백 종스크롤 슈팅 게임이나 코어 파이터(건담을 조종하는 조종석이 탑승된 작은 비행기)에 탑승해 '건담'을 조종하는 슈팅 게임 등이 출시돼 '건담'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애니메이션과 다른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이후 그래픽 기능이 확장되면서 '건담'이 가진 무기 중 한 개인 빔샤벨을 이용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도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부족했던 하드웨어의 성능 때문에 진정한 '건담'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가정용 게임기 '패밀리'가 등장한 후에 '건담' 게임은 조금씩 그래픽적인 면을 강화할 수 있었고 '건담' 자체를 귀엽게 표현한 'SD건담'이 등장하면서 게임 쪽의 소재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게임들은 80년대 등장한 '건담' 게임들과 장르적인 부분에서는 큰 차이점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성장 개념, 서브 웨폰 개념, 다인 플레이 등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게임적인 재미를 높였다. 하지만 '건담'이면 무조건 산다는 마니아들이 생겨나면서 많은 '건담' 게임들이 게임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실망적인 게임성을 가진 상태로 출시됐으며, '건담' 마니아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게임성을 가지기도 해 일반 게이머들에게는 '졸작'이라는 평가를 들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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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담'이 아닌 게임성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

이후 반다이는 마니아를 대상으로 제작되는 '건담' 게임의 방향에 대해 고심하게 된다. 분명히 마니아들에게는 '건담'이라는 명성만으로도 충분히 팔릴 게임들이지만 '건담'을 모르거나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졸작' 평가를 받는 게임들을 양산하는 것이 향후 '건담'을 이용한 콘텐츠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반다이는 개발 방향을 바꿔 '건담' 게임의 게임성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를 위해 반다이가 선택한 방법은 유명 개발사와 함께 게임을 개발하는 것. 액션 장르에 있어 독보적인 회사로 인정받고 있는 캡콤으로부터 유명 크리에이터를 영입해 '건담'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는 그동안 부족한 게임성 강화 및 일반인들에게도 '건담' 게임을 어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또한 반다이 역시 자체 개발력을 다듬기 시작해, 타 개발사의 도움이 없어도 높은 수준의 게임성을 가진 게임을 제작할 수 있게 됐으며, 액션과 슈팅 외에도 턴 방식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롤플레잉 게임 같은 색다른 장르도 등장해 폭넓은 타겟층 공략도 가능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건담'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인 95년도에는 PS, 세가세턴, 수퍼패미콤 등의 여러 플랫폼으로 '건담' 게임이 물밀듯이 출시되기 시작했으며, 게임 개수, 장르 등이 최고조에 오른 시기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게임으로 '기동무투전 G 건담'(94년) 'SD건담 G NEXT' '기동전사 크로스 미멘젼' 'SD 기동전사 건담 V'(95년) '신기동전기 건담 W 엔드레스 듀얼' '기동전사 건담 Z'(96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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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화와 정식 발매로 국내 시장 두드리다

하지만 '건담' 게임은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정말 마니아가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게임이었다. 이때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건담'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대한 정식 수입 경로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마니아들은 내수 제품을 구매하거나 불법 경로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수밖에 없었으며, 한글화는 꿈에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상황은 언제나 바뀌기 마련. PS2 콘솔기기가 국내에 정식 유통되면서 '건담' 게임을 정식으로 즐길 수 있는 희망이 생겨났다. 이때 처음으로 국내에 정식 발매된 '건담' 타이틀은 한글화라는 게이머들의 바람까지 들어주면서 공전의 히트를 친다. 이 타이틀이 바로 2003년 5월에 발매된 '기동전사 건담전기'다. 주어진 미션을 팀과 함께 클리어 하는 이 게임은 연방과 지온의 입장에서 게임을 즐겨볼 수 있다는 점과 약 30여개의 유명 기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점, 한글화 등으로 일본 시장보다 3개월이나 늦게 발매됐지만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건담'의 정식 발매와 한글화라는 마니아들의 숙원을 모두 푼 '기동전사 건담전기'가 출시된 이후 본격적으로 '건담' 게임들이 국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3년 10월 발매된 'SD건담 G제네레이션 NEO'는 턴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국내에 등장한 첫 '건담' 게임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오프닝, 세세한 부분까지 처리된 완벽 한글화, 뛰어난 전략성 모빌 슈츠를 직접 만드는 조합 및 개발 시스템 등 '건담'을 모르는 게이머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함으로 무장해 게임성도 인정받게 된다. 이후 2004년 6월 '기동전사 건담 : 해우의 우주'가, 그해 8월 'SD건담 G제네레이션 SEED'가 추가로 국내에 발매되면서 국내 '건담' 마니아들의 반응은 절정에 달았다. 특히 '기동전사 건담 : 해우의 우주'는 세가세턴 시리즈와 PS, 아케이드 시리즈에서 이어지던 지상전 전투 방식을 버리고 대부분의 전투를 우주에서 진행할 수 있게 해 마니아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줬다. 또한 여러 명의 적을 동시에 공격하는 멀티샷이나 180도로 상하 회전이 가능했던 조작 등도 호평 받았다. 'SD건담 G제네레이션 SEED'(2004년 8월) 역시 전작보다 발전된 시스템과 때마침 국내에 정식 방영된 애니메이션의 호응에 힘입어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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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의 비디오 게임시장이 침체되고 일부 타이틀이 판매에서 큰 호응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건담' 게임 한글화 작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텔미정보통신이 한글화로 출시한 '기동전사 건담 SEED'(2004년 1월)는 최신 기체들이 등장하고 'SEED'의 이야기대로 진행할 수 있는 스토리모드, 다양한 요소를 볼 수 있는 갤러리 모드 등 다양한 볼거리와 한글화까지 했지만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 원인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건담' 게임의 게임성 문제와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의 침체. 횡스크롤 형태의 단순한 진행 방식과 어설픈 모션 등이 게이머들에게 지적됐고 이 문제는 다시 반다이의 게임 개발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점점 '최악'이라 칭할 정도로 나빠지는 국내 비디오 게임 패키지 판매량에 의해 등장하는 대부분의 '건담' 타이틀이 한글화를 하지 못하고 출시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원작의 인기 때문에 높은 판매량을 기대한 '기동전사 건담 SEED : 끝나지 않는 내일로'(2005년 3월)가 한글화로 발매된 후 2005년 5월 발매된 '기동전사 건담 : 건담 VS Z건담' 2006년 1월 '기동전사 건담SEED 연합 vs. Z.A.F.T' 동년 4월과 12월 '기동전사 건담 클라이맥스U.C.' '기동전사 건담SEED DESTINY 연합 vs. Z.A.F.T. 2 PLUS' 등도 한글화가 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된다. 특히 일부 타이틀의 경우는 국내에 발매조차 되지 않아 마니아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건담' 게임은 꾸준히 출시됐다. 2005년 9월 '건담 배틀 택틱스'를 시작으로 수많은 '건담'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건담 배틀 로얄'이 2005년 10월에 발매됐다. 또한 2006년 9월에는 'SD건담' 시리즈인 'G제네레이션'이 포터블로 이식되며 휴대성을 강조한 게임성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타이틀 역시 전부 일본어로 출시돼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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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솔 넘어 온라인으로..

시간이 지나 '건담' 게임은 콘솔기기의 영역을 넘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하게 된다. '건담' 게임의 온라인화는 '건담 네트워크 오퍼레이션'이나 '기동전사 건담 배틀 온라인' 등의 몇 차례 시도는 있었지만 PC를 기반으로 액션 스타일의 온라인 게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 등장한 게임이 바로 'SD건담 캡슐파이터'. 일본 개발사 반다이와 '창세기전'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소프트맥스, 넷마블이라는 거대한 게임포털을 가진 CJ인터넷이 뭉쳐 만든 'SD건담 캡슐파이터'는 그동안 애니메이션, OVA 등을 통해 공개된 약 300여 개의 기체를 선택할 수 있으며, 단순한 슈팅 플레이가 아닌 액션성과 전략성을 강화한 게임성을 제공해 게임적인 재미를 올렸다. 또한 자신의 레벨만 올리면 되는 형태를 탈피, 각 기체마다 숙련도를 도입해 약한 기체라도 플레이를 얼마만큼 했는가에 따라 성능이 좋은 등급의 기체를 잡을 수 있도록 해 온라인 기능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렇게 등장한 'SD건담 캡슐파이터'는 순수 국내 게임 개발력으로 개발돼 국내 개발 능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이로 인해 유명 콘텐츠를 활용한 온라인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세계적 콘텐츠를 활용한 수출 활로 확보 및 추가적인 시리즈의 제작도 기대할 수 있게 돼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차세대 게임기 PS3과 Wii로 신작 '건담' 게임이 등장하고, 온라인으로 'SD건담 캡슐파이터'가 출시되면서 때 아닌 '건담'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열풍을 계기로 새로운 시도와 게임성으로 무장한 '건담' 게임이 마니아와 일반인들 앞에 등장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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