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 거래 규제, 게임업계 '지각변동' 올까

게임업계가 '게임 아이템 및 현금거래 규제'를 골자로 하는 게임법 하위 시행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4월20일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이 시행령과 관련해 정부 및 각 게임업계, 법조계 모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

문화관광부는 지난 2월9일 '게임산업진흥법 개정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공청회에서 웹보드게임(고스톱이나 포커류)의 게임머니를 중개 환전해 주는 업을 전면 금지하며 작업장(여러 사람이 모여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육성 채집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조직)에서 만들어진 게임 아이템을 환전해 주거나 거래하는 행위도 제재를 받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영업을 방해하는 별도의 컴퓨터프로그램(오토 마우스 같은)사용 등도 금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는 아이템의 소유권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이용자들의 권리 등에 대한 본질적인 사안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개인 간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계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게임머니 거래도 웹보드게임과 롤플레잉게임(RPG)장르별로 형평성이 맞지 않는 등 시행령 규칙 확정과 정식 시행 과정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논란과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 게임 아이템 거래 음성적으로 변모할 수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게임머니 중개업체의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면서 상당수 거래가 중개업체가 아닌 개인끼리의 거래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4월20일 진행될 법조항 규정은 개인 간 아이템 거래를 포괄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인끼리의 거래가 진행되면 세금같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과거처럼 아이템 거래가 음성적으로 변모할 수 있다. 처음 게임 아이템 거래가 생겨났을 때 개인끼리의 거래로 문제가 되었던 사기 및 폭력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최승훈 게임산업협회 정책실장은 "개인 간 거래에 대한 관대한 시각을 통해 악덕 환전업자에게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작업장이나 일부 업계에서는 중개사이트와 작업장이 아이템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등 일정 부분 '순기능'을 담당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어 우려를 나타냈다.

최성락 동양공업전문대학 교수는 "아이템의 획득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거래 시장에서 형성되는 아이템 가격도 희소성에 따라 고가로 가격이 형성돼왔다"며 "작업장을 통한 물량 공급이 아이템 가격을 하락시켜 소비자 권익을 증대시키는 등의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 규제 방식 모호.. 장르별 형평성도 문제>

규제 방식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문제는 작업장 거래와 개인 간 거래의 경계선을 어떻게 만들지조차 모호하다는 점이다. 작업장을 지칭하는 정확한 기준도 없으며, 어떤 식으로 작업장이냐 개인이냐를 결정하는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 작업장에서 만들어진 게임 아이템을 환전해주거나 거래하는 행위를 작업장이 아닌 곳과 구별하는 방법이 아직까지 없다고 보이기 때문에 분별력 있는 검증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화부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해답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또한 업계에서는 '왜 웹보드게임만 제재하는가'가 하나의 이슈가 되고 있다. 게임 아이템 거래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롤플레잉 게임 등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것. 이러한 얘기는 앞서 언급됐던 것 처럼 '롤플레잉 게임에서 얻어진 게이머들의 디지털 자산만 인정되는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도 함께 따라오고 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3월 말이면 규제 대상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최종안이 마련될 것"이라며 각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완성도 높은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작업장 규제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작업장이 주로 중국 등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

남서울대학교 최성 교수는 "거래 시장을 주도하는 대규모 작업장은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 터전을 두고 있다"며 "이의 근절을 위해선 중국 정부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 게임 아이템 거래에 대한 각계 토론 활발>

아이템 거래 규제 시행이 4월20일로 다가옴에 따라 각계에서 게임 아이템 거래에 대한 각종 사건과 토론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월24일과 26일 아이템매니아와 아이템베이가 각각 한국게임산업협회(KAOGI)에 의해 강서 경찰서에 업무방해 교사 및 방조죄로 고발당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 등 28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회원사로 소속되어 있는 KAOGI가 고발한 이유는 아이템베이와 아이템매니아가 거래 중개 행위를 중단하라는 것.

KAOGI 관계자는 "그동안 협회사들이 저마다 '아이템베이'와 '아이템매니아'에 수차례 계정거래 및 아이템 현금 거래 중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었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 부득이한 조치로 경찰에 고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지난 3월13일에는 문화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주관하는 '게임아이템 현금거래의 사회문화적 영향분석 연구'라는 공개 토론회도 열렸다. 게임업계, 학계, 법조계가 모두 모인 이 토론회에서는 각종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에 대한 얘기가 쏟아졌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청소년들의 아이템 현금거래 실태는 사회적 인식에 비해 절대로 위험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으며, 게임 때문에 여가 문화가 획일화 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템 현금거래자들도 작업장과 오토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는 해야 한다고 조사됐다"며, "아이템 현금거래자들은 아이템 현금거래를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실현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부분 규제>

결국 각종 토론회와 연구 결과로 나온 자료들을 보면 가장 현실적인 아이템 현금 거래에 대한 문제 해결은 부분 규제다. 커뮤니티가 형성 되어 있는 상황에서 상거래는 자연스럽게 일어날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사이버 공간이라는 이유로 상거래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업장 등을 통해 아이템을 대량으로 모아 판매를 하는 행위, 그리고 게임을 즐기는 게임사용자들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오토마우스와 같은 프로그램의 사용과 판매는 단호하게 법적인 처리를 해야 한다고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아이템 중계 사이트에 대한 허용하느냐 아니면 금지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아직 논란 중에 있다. 아이템 중계 사이트를 전면 금지 했을 경우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허용한다고 했을때 이를 반대하는 게임업체의 반발도 무시할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템 중계 사이트에 대한 문제는 운영 중단을 하는게 옳은가, 아니면 지금처럼 비공식적인 묵인을 할것인가, 아니라면 제 3의 방식으로 '로한' 이라는 MMORPG 게임처럼 제휴를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가속 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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