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과 격투를 섞으면? '데프잼 아이콘'

'데프잼' 시리즈가 처음 국내에 소개된 건 PS2로 출시된 '데프잼 : 벤데타'가 국내에 정식 발매되면서부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통파 프로 레슬링(WWE나 TNA)과 이종격투기를 절묘하게 섞은 느낌이 드는 게임성과 벽과 도구를 이용한 화끈한 기술을 난무하는 액션은 그때 당시에 난투형 액션 게임에 목말라하던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며,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데프잼 : 벤데타'가 출시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나 등장한 후속작 '데프잼 파이트 뉴욕'은 전작이 가진 묵직한 타격감에 상대방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블레이즈 시스템', 간단한 조작성이 맞물리면서 '데프잼' 시리즈는 이런 게임이라는 것을 국내에 알리게 된다. 특히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한 스토리라인이 담긴 커리어 모드도 대전이 주 목적인 게임에 새로운 재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지금 2년의 시간이 지나 '데프잼'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PS2와 Xbox가 아닌 PS3와 Xbox360로 모습을 드러낸 신작 '데프잼 아이콘'이 바로 그것. 이 게임이 차세대 게임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힙합 뮤지션들의 처절한 파이팅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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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성능을 최대로 사용한 그래픽의 아이콘

'데프잼 아이콘'이 전작과 다르게 변한 점을 찾으라면 가장 먼저 사실적으로 바뀐 그래픽을 꼽을 수 있다. 사실성이 조금 떨어져 보이는 느낌이 들었던(플랫폼의 성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전작에 비해 이 게임은 차세대 게임기의 성능을 최대로 살린 압도적인 그래픽으로 게이머를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조금은 소홀하게 제작될 수 있었던 사물 부분도 풀 한포기까지 신경 쓴 흔적을 볼 수 있으며, 물건이 부서진 모습이나 불이 타오르는 장면 등도 실제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런 그래픽적인 표현 상승은 등장하는 힙합 뮤지션들도 예외는 아니다. 얼굴에 땀구멍까지 보이는 피부의 질감은 EA가 '파이트 나이트 라운드 3'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한층 진화됐으며, 손톱, 머리카락, 눈썹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입는 힙합 복장은 특유의 늘어짐이나 펄럭거림도 잘 표현됐으며, 어색함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복장과 캐릭터가 잘 혼합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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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 트리거로 음악의 아이콘이 된다

음악을 자신이 조종해 그걸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생각을 '데프잼 아이콘'에서 신 시스템으로 등장 시켰다. 바로 '뮤직 드라이브' 시스템이 바로 그것. 게이머는 상대방을 사물 주변으로 던진 후 '비트 트리거'(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해 특정 비트를 입력하게 되면 그 사물이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꼭 함정을 판 후에 그 함정을 이용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 같지만 '뮤직 드라이브'는 자신이 만든 비트에 따라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과 재미를 제공한다. '뮤직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것에 따라 거대한 불길이나 헬기의 프로펠러, 가스 폭발 등이 게이머의 뜻대로 움직이게 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콤비네이션 공격을 완성할 수 있다. 게다가 단순하게 몇 가지 패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음악에 직접 믹싱을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 믹싱을 하는가에 따라, 자신이 선택한 곡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이번 작품은 이 '뮤직 드라이브' 시스템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음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게이머가 적과 대전을 할 때도 자신의 음악이 나오는지, 또는 상대방의 음악이 나오는지에 따라 강해지거나 약해지기도 하며, 음악 비트에 맞춰 공격하면 그만큼 상대방을 KO 시키기가 쉬워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곡을 Xbox360 하드에 넣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 한국의 힙합 음악으로 멋지게 적을 날릴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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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성 모드를 통해 최고의 뮤지션으로 거듭나자 '빌드 어 레이블 모드'

일종의 커리어 모드인 '빌드 어 레이블 모드'는 게이머가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를 제작해 음악을 만들고, 라이벌들과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최고의 뮤지션 자리까지 가게 되는 스토리를 가진 싱글 모드로 미국 드라마 '24시'의 작가가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커리어 모드에서 게이머는 여러 가지 격투 스타일 중 하나를 선택하고 복장과 헤어스타일, 문신 등을 결정해 캐릭터를 제작하게 되고 이 제작된 캐릭터를 이용해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과의 대결을 가지고 자신의 그룹에 참여를 시키거나 새로운 음악을 얻게 되며, 수많은 음모와 사고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분기점이 적은 단편적인 스토리라인과 정해진 스테이지 때문에 반복적인 플레이를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 사람에 따라 평가가 나눠지는 '데프잼 아이콘'의 게임성

전작인 '데프잼 파이트 뉴욕'이나 '데프잼 벤데타' 등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데프잼' 시리즈가 주는 격투의 쾌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묵직한 타격감과 시원한 던지기 기술은 상쾌함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주는 걸로 유명하며, 주변 사물을 이용한 강력한 공격도 탄성이 나올 정도로 짜릿하다. 하지만 이번 '데프잼 아이콘'은 전작의 재미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럽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데프잼 파이트 뉴욕'에서 사람들을 광분하게 했던(게임 속 캐릭터도 광분하는..) '블레이즈 시스템'이 사라져버려 전작의 통쾌함이 사라져 버렸다.(이 점은 필자에게도 상당한 실망을 안겨준 요소다) '블레이즈 시스템'을 대신해서 나온 것이 '뮤직 드라이브' 시스템이지만 이 시스템이 '블레이즈 시스템' 만큼의 시원함이나 긴장감을 선사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또 있다. 바로 공격 모션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 전작은 버튼을 연타하는 것에만 따라도 상당히 다양한 콤보를 볼 수 있었고, 방향에 따라, 상, 하 등의 공격으로 바뀌는 걸 경험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이렉트 어택이라는 트리거 공격을 제외하고는 거의 단타와 같은 모션 위주로 돼 있다. 물론 콤보 공격을 조합해 만들어낼 수 있지만 콤비네이션이 단순해 전작에서 뿜어져 나온 격투의 재미를 찾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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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데프잼 아이콘'을 일반적인 격투 게임이나 시리즈의 후속작이라는 점을 빼고 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리듬에 맞춰 움직이고, 강한 비트에 맞춰 공격을 성공 시키는 맛을 느끼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힙합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음악 비트에 맞춘 자신만의 화려한 콤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특히 마지막 마무리를 '뮤직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한다면 더욱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타격 사운드나 사물이 부서질 때 나오는 효과음 등도 다시 부족해 보이는 타격감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부드러워 보이는 모션들도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해 게임이 가진 사실적인 맛을 잘 살려준다. 게임을 즐겨본다면 레슬링 같던 전작과 다르게 '데프잼 아이콘'은 정말 싸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극과 극의 평가,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접하는 사람에 따라 극과 극의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는 '데프잼 아이콘'에 대해 알아봤다. 이 게임에 대해 필자의 입장을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가에 따라 게임에 대한 평가가 바뀐다는 점이다. 평소 힙합 음악에 귀에 달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게임 속 캐릭터들의 동작 하나 하나가 즐겁겠지만 반대로 전작을 재미있게 해서 구매한 사람과 힙합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조금 실망을 안겨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데프잼 아이콘'은 색다른 게임성을 선보였다는 점이고, 적응만 한다면 그 이상의 재미를 안겨준다는 것이다. 한번 눈 딱 감고 '데프잼 아이콘'을 실행해보자. 색다른 힙합 음악에 흠뻑 빠져들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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