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게임 평가단의 횡포와 간섭, '도 넘었다'

< <"처음엔 해외의 개성 있는 게임들을 들여와 국내의 게이머들에게 소개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평가단에서 번번히 떨어진 후 이제는 평가단이 좋아할만한 게임만 선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의 유명 모바일 게임사와 제휴하고 국내로 모바일 게임을 들여오려던 A사 사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북미나 일본 등지에서 꽤 인기를 얻었던 게임을 들여와 개발까지 완료했는데도, 국내 이통사 게임평가단에서 딴지를 걸어 서비스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자 A사 사장은 이동통신사의 게임 평가단원들의 취향에 맞는 게임들 외엔 서비스할 수 없는 한국 시장이 어서 바뀌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

SK텔레콤이나 KTF 등의 이동통신사에 소속된 게임 평가단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모바일 게임들을 배제시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통사 소속의 게임 평가단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게임만을 고집하고 또 검수를 통과시키면서 개성 있고 특별한 모바일 게임이 사라지고 평가단의 취향에 맞는 게임들만 발매되고 있는 것. 문제는 이렇게 게임단 취향으로만 게임이 나올 경우 점점 모바일 게임시장이 마니아 시장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데 있다.

모바일 게임 CP가 모바일 게임을 런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통사의 게임 평가단을 통과해야 한다. 모바일 게임 업체가 개발한 게임이 상품화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 게임 평가단이기 때문에 게임 평가단의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모바일 게임 CP들의 목숨을 좌우하는 상황인 것. 게임 평가단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더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지만, 특정 취향만을 고집하는 게임 평가단이 이제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모바일 게임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게임평가단의 게임 장르 취향에 따라 점수의 폭이 크다는 점이다. 검수과정에서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게임은 퍼즐과 슈팅, 스포츠, 어드벤처 게임이고 상대적으로 항상 높은 점수를 받는 건 RPG와 타이쿤 게임이다. 일반적으로 RPG와 타이쿤 게임이 더 매출이 잘 나오기 때문인 것 같기는 하지만 이러한 게임 평가단의 '취향'으로 자연스레 RPG와 타이쿤 게임 장르가 많아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는 게임 평가단이 게임 기획에 심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평가단이 할일은 엄중하게 '게임성'을 평가하는 것이지만, 최근에 와서는 게임설정이나 시장성에도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왜 이 게임은 낮만 있고 밤은 없냐' '테트리스 같은 퍼즐게임이라도 무조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다른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한다. 이는 사실상 평가 시스템이라기 보다는 '명령 시스템'에 가깝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게이머는 예를 들어 '게임물 등급위원회'에서 온라인 FPS 게임을 평가할 때 '총의 디자인이 엉망이고 탱크가 안나오므로 심의 거부' 이런 식으로 결론지었다는 식으로 생각해보면 된다.

세 번째는 모바일 게임을 한 번에 합격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B이동통신사의 경우 게임평가단을 통과하려면 게임이 75점 이상을 획득해야 하는데, B이동통신사에서는 아무리 게임이 잘 만들어졌더라도 73점 정도를 주는 경우가 많다. 그 이후 다시 게임을 수정해가면 74점, 그리고 그 다음에 75점을 준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 CP들 중에서는 '어차피 한 번에 안될 거 처음에는 대충 내자'는 풍토가 조성될 정도다.

결국 가장 중요한 요지는 이통사가 중구난방으로 행해지고 있는 게임단 평가를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검수과정이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게 이루어져야 모바일 CP들도 훨씬 총력을 다해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며,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의 게임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 평가단을 통해 과거보다 훨씬 고퀄리티의 모바일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현재와 같이 평가단의 취향을 심하게 강조하다 보면 개성있고 독창적인 게임은 나오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지 않는다면 점점 모바일 게임업계는 사장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이해 관계가 없는 게임 전문 기자들이 평가를 하거나 아니면 게임을 좀 더 포괄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명확한 기준에 의해 평가를 하고 있는데, 그런 시스템이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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