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쉬 액션 WET, 이 게임이 저평가된 이유는?

맥스 페인(Max Payne)에서 등장한 불릿 타임(Bullet Time)시스템은 작품의 중요한 축이 되는 시스템이었음은 물론, 이후에 제작된 많은 게임들에 영감을 주었다. 순간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만들어 여러 가지 동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빠르고 능숙한 조작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재미에 대한 성취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은 게이머들에게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이 시스템을 차용한 여러 게임들이 등장했고, 단순히 시스템을 차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새로운 시스템과 조합하는 시도들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WET 역시 이러한 종류의 게임 중 하나이다. 해결사인 여주인공 루비가 돈을 받고 뛰어든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손에 피를 묻히는 일(Wetwork)'이라는 제목처럼 화려한 액션과 함께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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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 타임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뛰고 쏘고 달리고 베고
WET의 액션은 불릿 타임 시스템에 기반 해 아크로바틱이 가미된 것으로, 게이머는 끊임 없이 뛰고, 쏘고, 달리고, 베게 된다. 액션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일반적인 상태에서 적들과 싸우는 것이다. 종종 일정 구역 내에서 적들이 나오는 통로를 차단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때에는 우선 통로를 차단하고 적들을 처치해야 한다. 두 번째는 추격전을 벌이거나 컷 씬 등에서 타이밍에 맞추어 버튼을 입력하는 것으로, 알맞게 입력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멋지게 연출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일명, 레이지 모드로, 붉게 변한 화면에서 보이는 적들을 모두 처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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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에 맞추어 버튼을 입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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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하고 과감한 액션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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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가 구사하는 동작은 달리기와 점프, 슬라이딩이며, 먼 거리에서는 총을, 가까운 거리에서는 칼을 장비로 사용할 수 있다. 점프와 슬라이딩을 하면 자동으로 불릿 타임이 발동하는데, 게이머는 이를 활용해 다양한 동작들을 조합할 수 있다. 특히 불릿 타임 도중 쌍권총을 사용해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적들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데, 타이밍을 잘 맞추면 멋진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레이지 모드인데, 화면이 붉게 변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수의 적들이 나타난다. 이때는 주로 근접공격을 하게 되는데, 화면 전개가 빨라서 세세한 장면들을 보기는 어렵지만 총을 사용한 공격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게 되는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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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거리에서는 총을 사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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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거리에서는 칼을 사용해서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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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바틱의 면모는 액션 이외에 벽을 타는 동작에서 드러난다. 비스듬히 벽을 타고 달리면서 적들을 공격할 수도 있고, 이동을 할 수도 있는데, 특히 이동과정에서 이를 활용해야 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L1버튼을 누르면 벽이나 난간 같은 활용해야 하는 요소들이 별도로 표시되어서 쉽고 자연스럽게 해당 동작들을 구사하게 된다.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동작은 벽을 비스듬히 타고 달리다가 발판을 딛고 반대편으로 점프하는 것인데, 판정이 매우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다리를 거꾸로 내려가면서 공격한다던지, 천정에 매달려있는 구조물을 활용해 공격한다던지 하는 상황들을 겪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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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를 붙잡고 회전하면서 적에게 총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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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지물을 활용해 이동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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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적인 성향의 액션, 극대화인가 과잉인가
순식간에 근접공격이 가능한 액션 시스템은 호전적인 게임 플레이를 가능하게 한다. 게이머는 계속해서 적들에게 돌진하게 되는데, 주로 적들이 있는 방향으로 돌진 → 점프나 슬라이딩으로 불릿 타임 발동 → 총으로 공격하며 착지함과 동시에 칼로 공격의 방식으로 게임 플레이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특히 공간이 제한되면서 적들이 나오는 통로를 차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들에게 둘러싸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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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의 적들을 상대한다


WET는 선이 굵은 게임이다. 빠른 속도감, 다소 거친 표현도 불사하는 액션, 게임 플레이와 컷 신이 지속적으로 교차되는 연출들이 어우러져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다른 액션 게임들에 비해 컷 신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인데, 단순히 게임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연결해주거나, 스테이지의 도입부를 설명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순차적으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등장인물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게 하면서 스토리의 탄력을 준다. 미국 드라마 24의 작가 드미트리 듀프리우스가 집필한 시나리오여서 그런지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미국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아울러 WET에서는 1970년대 영화를 보는 것처럼 화면에 거친 질감을 넣을 수 있다(옵션을 선택하여 제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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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게임에 대해 액션은 화려한데, 스토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액션만 강조되었다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어떤 의미에서 이 게임은 스트랭글 홀드(Stranglehold)와 무척 닮아있다. 오우삼 감독이 주윤발을 모델로 하여 제작한 이 게임은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만 다르다고 할 정도로 전체적인 구성이나 진행방식이 유사하다. 오히려 총격 액션에 집중한 스트랭글 홀드와 달리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종류의 동작을 구사할 수 있는 WET가 더 풍부한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유독 WET에만 그러한 수식이 붙는 것일까? 스트랭글 홀드와 달리 전혀 새로운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캐릭터의 영향력이 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시각적인 측면에서 연출이 덜 화려해서 그런 것일까(WET의 그래픽 톤이 전반적으로 어둡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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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매력이 꽤 뛰어난데 말이다


액션의 극대화이냐, 과잉이냐의 여부는 게이머가 조작체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WET에서 주어진 다양한 조작들을 게이머가 어려워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게이머가 WET의 조작을 어려워하지 않을 경우 다양한 동작을 구사하면서 게임을 경쾌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조작을 어려워할 경우, 게임의 액션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이는 게이머의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성격의 기준이다. 때문에 불릿 타임을 기준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WET에서는 불릿 타임을 발동시키는 별도의 버튼은 없다. 점프를 하거나 슬라이딩을 할 때 자동으로 발동된다. 때문에 불릿 타임을 이용해 적을 공격하는 동작은 점프를 한 상태나 슬라이딩을 하는 상태로 제한된다. 시간의 흐름을 물리적으로 멈추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동작을 시도하는 일반적인 불릿 타임 시스템과는 조금 다르다. 만일, 점프나 슬라이딩을 한 상태에서 다음 동작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WET의 액션은 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렵지 않다. 점프나 슬라이딩으로 일단 불릿 타임 모드에 진입한 다음 오른쪽 아날로그를 이용해 방향을 설정한 뒤 R1버튼으로 동작을 구사하는 과정이 부드럽게 특별한 막힘없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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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순간에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액션의 여지는 많다


정밀함의 여백
오히려 공백이 느껴지는 것은 입력 판정의 정밀함에 있다. 타이밍에 맞추어 버튼을 누르는 모드에서 종종 입력을 정확하게 판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모드는 대개 버튼을 제대로 입력하지 않으면 이전 체크포인트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입력을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부터 다시 플레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어 게임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 또한 체력회복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을 때 나오는 특정한 동작들이 같은 장면으로 계속 반복되는데, 이 또한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 이런 세부적인 장치들이 정밀하게 게임의 플레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스토리에서 아쉬운 점은 주인공인 루비에 대해 더 많은 초점이 모아지지 않은 것이다. 캐릭터의 비중을 여러 등장인물들에 분산시킨 것은 스토리가 탄력 있게 진행되는 데에는 도움을 주었지만 그만큼 주인공 캐릭터가 부각되지 못했다.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루비의 캐릭터적인 매력은 뛰어난 편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게 다루어지지 않아서 게이머는 주인공에 대해 대체적이고 단편적인 인상(성격이 까칠하고 무언가 사연을 지니고 있는)을 지니게 되는데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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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까다로웠던(그래서 여러 번 해야 했던) 자유낙하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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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긴 했지만 좀 더 다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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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만 언급하기엔 이 게임이 갖고 있는 요소들이 많다
특히 액션성이 강조되긴 했지만 WET은 액션 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갖춘 게임이다.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루비의 동작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연출, 그리고 스토리를 이어가는 컷 신이 뒷받침해주며,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경쾌한 템포의 사운드 트랙이 게임을 보다 탄력적으로 만든다. 또한 미션과 미션 사이에 나오는(아마도 광고인 듯한)옛날 TV의 장면들을 지켜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게임을 클리어 한 이후에는 미션을 선택해서 다시 플레이할 수 있다. 빠르게 전개되는 게임의 속도로 인해 지나친 부분들을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장치인데, 게임의 액션을 충분히 만끽한 게이머라면 게임을 완전히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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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일까?


액션 게임에 화려한이라는 수식어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WET는 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주인공 캐릭터가 구사하는 액션의 다양함과 화려함은 겐지나 데빌 메이 크라이와 비견할 만하다. 이 두 작품들이 카리스마적인 캐릭터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한다면, WET는 캐릭터 외에도 불릿 타임, 아크로바틱의 요소가 더해져 더 풍부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WET의 이러한 성격이 위 두 작품처럼 화려함이 약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를 지켜보는 것도 이 게임을 살펴보는 데에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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