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멋진 일’

게임 시장이 성장하면서 어느 새 영화나 음반 사업의 규모를 훌쩍 넘어버렸다. 예전처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즐기던 시대도 지나버렸고, 부모님 몰래 게임을 즐기던 시대도 거의 끝났다. 한 마디로 게임은 취미나 여가 생활의 중심으로 올라섰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TV 같은 매체로 급성장했다. 이제 게임도 엔터테인먼트 사업 중 하나로 등극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예전처럼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주먹구구식의 판매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을 알리고, 그들을 게임이라는 낯선 세계로 안내해야하기 위한 수단인 홍보는 게임 업계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이슈가 됐다. 단순하게 게임을 잘 만들고 알리기만 한다고 해서는 심화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게임 업체들이 홍보를 위해 머리 싸매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치열한 게임시장에서 홍보의 걱정을 줄여주는 곳이 있다. 바로 홍보대행 업체다. 기자와 일반인들에게 해당 업체의 홍보를 하고, 더 좋은 이벤트나 홍보 방법을 꾸준히 연구, 개선하는 홍보대행 업체는 최근 늘어난 게임 시장만큼 많아졌다. 그래도 이런 곳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수북이 쌓인 문서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기자를 맞이한 유진PR의 임유진 대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 사람 만나는게 좋아서 이 일을 시작..

"이 일이 저한테 가장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는게 불편하고 어렵다고 하는데 전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즐거웠어요.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일을 찾다보니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된 거죠"


임 대표가 홍보 쪽 관련 일을 한지는 올해로 약 8년이 됐다. 아르바이트 등의 경력까지 합치면 거의 10년차. 젊은 나이에 비해 경력만큼은 웬만한 홍보회사 저리가라 수준이다. 임 대표가 이 정도 경력을 가지게 된 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국문과에 입학한 임 대표는 그곳에서 우연히 기획서 작성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처음으로 홍보 기획을 맡게 됐다. 임 대표가 처음 맡은 홍보는 뮤지컬 '드라큘라'로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돼 자연스럽게 이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임 대표의 월래 꿈은 기자였다.

"국문과에 들어간 이유도 기자가 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시험에 낙방하고 기자에 지원해도 계속 떨어지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이 일이 나한테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 홍보 쪽 일을 하게 된거에요. 재미있는 건 홍보 쪽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 기자 분들이라는 점이에요. 그 덕에 기자에 대한 환상(?)이 조금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기자는 동경의 대상이자 저의 꿈이죠"

임 대표는 홍보 일을 시작하고 처음 만난 기자들과는 아직도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인터뷰 도중에 친한 기자분이 회사를 방문하시기도 했다) 그때 당시 임 대표는 만난 기자들은 대부분 신입 기자였거나 입사 1년차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기자들이었는데 그 기자들이 지금은 편집장이나 수석기자 등의 위치에 올라가 있어 그분들을 만날 때면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래도 임 대표는 그분들이 있어 지금 자신이 있다는 겸손의 말을 잊지 않았다.

* 대종상 영화제 홍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8년이 넘는 임 대표의 경력 중에 가장 기억 남는 홍보 작품이 있냐는 질문에 임 대표는 대종상 영화제를 꼽았다. 임 대표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의 대종상 영화제 홍보 팀장을 도맡아 행사를 진행했었다. 임 대표에게 대종상 영화제가 각별히 와 닿는 이유는 대종상 영화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신의 손을 거쳐 진행된 점도 있겠지만 그곳에 자신을 이끌어준 신우철 이사장이 계셨기 때문이다.

"처음 대종상 영화제 홍보 팀장을 맡았을 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는데 2년차가 되니깐 일에 욕심이 생기더군요. 무언가 변화를 주고 싶은 그런 것이 있잖아요. 하지만 대종상 영화제는 그전까지 진행되던 방식이 있어 그걸 바꾸기가 매우 어려웠죠. 근데 이 어려운 일을 두 팔 거두고 도와주신 분이 계셨어요. 신우철 이사장님 (영화인 협회 이사장) 때문에 대종상 영화제에 여러 시도나 색다른 변화를 줄 수 있었고, 또 다른 모습의 영화제를 만들 수 있었죠"

임 대표는 신우철 이사장의 지원을 받아 대종상 영화제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었다. 투표 수치를 공개하는 그래프를 화면에 노출하거나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영화제에 도입해 젊은 층의 호응도 이끌어냈다. 그리고 많은 영화 쪽 기자 분들을 알게 된 점도 대종상 영화제 홍보 팀장을 한 보람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더 많은 걸 하고 싶던 임 대표에게 영화제는 일종의 제약과 같았다. 자신을 이끌어준 신우철 이사장님에게는 죄송했지만 임 대표는 3년이 되던 해 프리랜서로 직업을 바꾸고 새로운 일을 하기 시작했다.


* 홍보 8년차 안 해본 홍보가 없을 정도..

"프리랜서로 직업을 바꾸고 나서 정말 쉬지도 않고 계속 일 했던 것 같아요. 뮤지컬, 영화, 박람회, 콘서트, 전시회 등등 해볼 수 있는 건 정말 다해봤죠. 근데 이렇게 새로운 걸 시도할 때마다 너무 즐거운 거에요. 그러다보니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고 그 속에서 열정을 찾아냈죠"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같이 하는 것이 버릇이 되 버린 임 대표가 회사를 꾸리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어떻게 회사를 차리게 됐는가라는 기자에 질문에 임 대표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회사가 생겼다는 특이한 답변을 했다. 그래서 그런걸까. 임 대표는 아직도 대표라는 직함보다는 '임 실장'이라는 호칭이 편하다고 했다.

"대표 입장이 되고나서 일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생각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어요. 직원들의 월급이나 복지부터 많은 걸 생각해야 하더군요. 혼자서 일할 때야 일하고 싶을 때 열심히 하고 쉴 때 쉬면 됐는데 회사라는 건 그렇지가 못하네요(웃음)"

회사가 생기고 나서 시간이 부족해질 만도 한데 임 대표는 아직도 새로운 일을 찾고 있었다. 최근에 새롭게 시작한 일이 바로 게임 쪽 홍보 일이다. 온라인, 비디오, 모바일, 보드 게임 안 가리고 다하고 싶다는 임 대표가 처음 맡은 게임 홍보 일은 보드게임 쪽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아 당황했다는 말을 꺼냈다.

"정말 당황했어요. 다른 홍보 일보다 더 열심히 한 것 같은데 결과는 별로 신통치가 않고, 개인적으로도 만족할 수 없더군요. 그때 느끼게 된 거죠. 게임 쪽 홍보는 일반적인 홍보와 많이 다르다는 걸요. 그때부터 게임 쪽을 연구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임 대표는 게임 쪽은 시기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에 관심을 가지는 매체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단순히 이슈를 원하는 곳이 아니라 게임 쪽 사람들이 항상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매체가 있어야 홍보를 할 수 있고, 폭 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뮤지컬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것 같아요. 둘 다 그걸 좋아해서 하는 거지만 게임 쪽은 조금 특별하다고 해야 하나요? 이곳은 평범한 고객이나 라이트 층 게이머들도 마니아가 되어버리는 곳이라 그들보다 짧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곧 실패를 의미해요"

하지만 임 대표에게 이런 상황은 오히려 열정을 키우는데 좋은 약이 됐다. 그래서 임 대표는 요즘 게임 쪽 관련 기사도 꼼꼼히 챙겨보고 틈틈이 온라인, 비디오 게임들을 즐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 더 많은 걸 해보고 싶어요. 열정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

"특별히 어떤 걸 홍보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저희가 맡게 되는 어떤 작품이든지 최고라는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어요. 노력을 하고 나서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노력도 하지 않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어느 덧 자신의 회사가 생긴 임 대표에게는 올해 프리랜서로 하던 프로젝트보다 회사와 회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큰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회사 생기고 그곳에 직원이 들어오면서 책임감도 늘었고,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늘어 더 많은 걸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제가 홍보한 걸 누군가 알게 되면 정말 기뻐요. 그리고 이 일로 누군가를 만난다는 거, 누군가와 새로운 일을 해본다는 것, 아마 제가 걸어 다니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계속 할 겁니다"

아직도 하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임 대표. 그녀에게서는 단순히 능력 있는 한 사람이다 는 생각보다는 정말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임 대표가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됐다. 임 대표의 유진PR이 게임을 비롯해 모든 곳에서 활약하게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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