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대중화와 게임의 인식전환 '메르헨'

상류층의 고급문화라는 인식이 강한 발레와 청소년들의 주된 놀이인 게임.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가지가 만났다. 그 주인공은 서울발레단의 발레 공연 '메르헨'이다.

'메르헨'은 서울 발레단에서 '리니지2' 등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을 소재로 창작한 공연으로 인간, 엘프, 다크엘프, 오크 등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판타지 종족들의 대립 관계를 발레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서울 발레단은 2006년 8월 '리니지2' 배틀 토너먼트 행사를 통해 '메르헨'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지난 5월 5일에서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된 '발레로 떠나는 세계여행' 공연에서도 첫 무대를 장식하는 등 서울 발레단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발레의 대중화의 게임의 고급화를 노린다


'메르헨'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바로 '리니지2'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 배틀 토너먼트 행사를 위해 서울 발레단에 '리니지2'를 모티브로 한 발레 공연을 요청한 것. 공연 안무를 담당한 안무가 김예정씨는 게임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발레의 대중화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공연을 기획했다고 한다.

"원래 발레의 이미지가 좀 고급스럽고 딱딱한 편이잖아요. 반면 게임은 대중적이고 자유로운 편이고요. 비보이와 발레의 결합이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같은 훌륭한 결과물을 낳은 것처럼 게임과 발레도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김예정씨는 한 사람의 게이머이자 발레인의 입장에서 게임과 발레에 대한 사회 인식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고 했다. 발레가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힘든 고급문화로 치부되는 것과 게임이 아이들이나 즐기는 놀이로 치부되는 것이 싫었다는 것.

대중에게 친숙한 게임을 발레로 표현할 수 있다면 발레의 대중화와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 두가지 모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발레와 게임은 잘 어울린다?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게임과 발레를 어떻게 하나로 묶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너무나도 어려운 일인 것 같지만 김예정씨는 이런 상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발레와 게임은 잘 어울립니다. 발레는 모든 춤의 기본이기 때문에 게임에서 등장하는 모든 동작을 발레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엘프의 신비로움은 발레가 아니면 제대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음악도 김예정씨가 생각하는 게임과 발레를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다. 그녀는 평소 '리니지2'를 플레이하면서 판타지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의 웅장한 배경음악에 감탄했다며, '리니지2' 등 몇몇 대작들의 음악은 발레에 적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메르헨'의 미래


아쉽게도 '메르헨'은 아직 미완성 작품이다. 지금까지 2번 무대에 오르긴 했지만 그것 역시 공연의 일부분만 쇼케이스 형식으로 선보였을 뿐 '메르헨' 전체의 모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메르헨'은 총 5장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루시퍼라는 악을 봉인시킨 정령의 지팡이를 다크 엘프에게 뺏기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인간과 엘프 동맹이 다크엘프와 그의 추종자인 오크, 서큐버스 등과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직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지만 앞으로 서울 발레단을 대표하는 공연이 될 것입니다."

김예정씨는 확실한 음악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과 음악에 따라 안무가 달라지는 발레의 특성 때문에 '메르헨'의 완성이 늦어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좋은 게임 음악은 많이 있지만 저작권 문제 때문에 장기공연이 될 '메르헨'에 적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김예정씨는 여러 게임 회사와 얘기를 해보고 있지만,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자체 제작인 것 같아 현재 자체적으로 음악을 작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 댄스뮤지컬 '메르헨'을 후원해주시는 후원사와 서울발레단 감독님을 비롯한 열심히 연습하는 저희 단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메르헨'이 게임과 발레가 서로 윈윈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