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게임 업체, 들어오긴 쉬워도 성공하긴 어렵다?

최근 캡콤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닌텐도는 NDSL 정식 출시와 함께 한국어 타이틀을 출시하면서 휴대용 게임 시장 경쟁에 돌입했으며, EA코리아도 4개의 온라인 게임을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외 업체들이 국내 게임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단순히 게임을 수출하는 형태를 넘어 이곳의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외 게임 업체들의 국내 진출 결과를 낙관하긴 쉽지 않다. 국내에 만연돼 있는 복사 게임 시장을 비롯해 해외 게임의 인지도 부족, 로컬라이징 비용 등 다양한 문제들이 즐비하다.


* 게임은 공짜? 구매가 당연하지 않은 국내 게임 시장

해외 게임 업체의 국내 진출을 어둡게 하는 첫 번째 이유를 꼽으라면 누구나 게임 시장의 복사 문제를 거론하게 된다.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과 PC 시장이 가장 어렵게 된 이유이기도 한 복사 문제는 최근에는 휴대용 게임기인 PSP와 NDS로 자리를 옮기며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나마 안전하다고 이야기 나온 Xbox360도 이미 복사 게임이 등장해 시장에서 돌고 있으며, 100만대 판매를 넘긴 PS2도 마찬가지다. 이런 국내 게임 시장에 게임기와 게임을 만드는 해외 업체의 지사가 들어온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이런 시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국내 온라인 게임들의 부분 유료화 열풍이다. 게임 내 일부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는 최근 출시된 신작들은 물론, 정액제로 서비스되던 게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부분 유료화가 온라인 게임 시장을 크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건 당연한 부분이지만 게임이 무료라는 정책을 계속적으로 고수하게 되면서 게임을 즐기는 적은 연령대의 게이머들에게 게임에 대한 인식이 무료라는 생각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됐다. 그리고 공유하는 사이트나 이런 방법을 알려주는 곳들을 검색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이런 복사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는 원인 중 하나다.

이렇다보니 게임 타이틀에 대한 한글화도 유통사나 개발사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문제다. 어느 정도의 판매량이 보장된다면 한글화에 도전해볼만하지만 한글화로 출시한다고 해도 복사 문제로부터 안전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타이틀을 판매해야하는 점에서 한글화는 큰 부담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한글화 발매는 당연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품 사용자들에게 한글판은 어느 정도의 권리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수요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게임계 시장에서 보급돼 있는 플랫폼의 대수만 보고 한글화를 하는 건 모험이다.


* 국내 인프라를 활용한 온라인 게임은 어떨까?

그래서 그런 것일까. 많은 외산 업체들은 비디오나 PC 등의 타 플랫폼의 게임보다는 국내 시장에 적합한 온라인 게임들을 주무기로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캡콤의 경우도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온라인화 시킨 게임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로 국내 시장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며, EA도 '피파온라인'의 성공에 힘입어 '배틀필드 온라인' 'SSX 온라인' '워해머 온라인' 등의 다양한 장르 온라인 게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상대적으로 비디오 게임에 비해 온라인 게임 시장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국내 게임 시장에 맞춘 다양한 온라인 게임들로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산 온라인 게임의 성공 여부도 말이 많다. 먼저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제외하면 외산 온라인 게임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에쉬론즈 콜'이나 '에버퀘스트2' 등은 국내에 들어오고 나서 큰 반응도 얻지 못하고 무너졌다. 캐주얼 게임도 마찬가지.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나 국내 게이머들에게 맞추지 못하는 개발 속도, 버그 등을 빠르게 수정하지 못하는 환경 등 여러 가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 캡콤코리아 국내 시장 안착 여부는 온라인에 달려있다?

지난 5월7일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캡콤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이하 캡콤코리아)를 게임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이 같은 점 때문이다.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닌텐도코리아는 국내 시장에 적합한 온라인 게임보다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자사의 휴대용 게임기 NDSL을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게임을 필두로 활동을 펼치는 해외 게임 업체의 사례가 해외 업체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상황. 이때 등장한 캡콤코리아는 해외 온라인 게임 기반 업체들이 국내 진출 사례로 예측 해볼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업체로 볼 수 있다.


그럼 과연 캡콤코리아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먼저 캡콤코리아가 성공한다는 입장은 이렇다.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마니아들이 있는 '몬스터 헌터'의 PC용 온라인 게임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가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타 플랫폼 진출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의 경우 국내 게이머들에게 잘 어울리는 게임성과 이미 콘솔로도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줬기에 이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높은 편. 물론 현재까지 일본에 공개된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의 게임성은 비디오 게임에서 나온 단점을 온라인 게임으로 이식하면서 거의 없앴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차세대 게임기로 출시가 확정된 캡콤의 '데빌 메이 크라이4'나 신작들 역시 캡콤코리아가 안전하게 자리 잡게 될 경우 한글화로 만족스러운 출시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돼 추가적인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캡콤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쓴맛만 볼 것이라는 입장도 거세다. 아직까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외는 해외 게임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과 온라인 시장에서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비디오 게임 시장이나 기타 플랫폼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캡콤이 주력으로 하는 비디오 게임 시장의 성공도 없이 온라인 게임 하나의 성공 여부만 보고 성공을 장담할 수 없으며, 추가적인 온라인 게임은 예정돼 있는 것이 없다는 것도 악재로 작용된다.

* 해외 업체 국내 진출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가 있고, 국내 시장 여부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시장의 거대한 온라인 인프라는 해외 업체에서도 탐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국내의 게이머들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줄 정도로 빠른 게임 해독력과 분석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연령층이 게임을 접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이런 시장에서 자사의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는 건 타국에 수출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게이머들을 만족시키고 있는 많은 게임들이 해외에서 성공하고 있는 점도 국내 게이머들의 수준을 반증하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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