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했던 게임산업 지원금 '1천억원'은 어디로?

"아무리 바다이야기 파동 때문이라지만, 정말 너무합니다. 게임산업을 육성하려는 건지 아니면 사장시키려는 건지요"

정부의 게임에 대한 적은 예산과 무관심에 불만을 터뜨리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온라인 게임을 제작해 서비스 하려고 해도 최근에는 워낙 경쟁이 심해 쉽지 않고, 정부 지원책 또한 팍팍 줄어들어 여건이 크게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실제로 게임관련 정부 예산은 몇 년째 후퇴 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게임사업도 '안하느니만 못한 수준'의 지원금이 나오거나 때로는 개별 게임사들에게 그 비용이 전가되고 있는 형편이다.


< 1천억 지원한다더니.. 쥐꼬리만한 예산 배정>

정부는 지난 06년 게임을 정부 차원의 육성 과제로 뽑아 들었다. 게임산업진흥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 16개 문화관광부 산하 단체가 '2010 게임산업 실행전략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1천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아끼지 않겠다 했었던 것(도표1). 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 반대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문화산업의 총 규모 12조 원 중에 게임이 6조원 가까이 차지해 전체 규모의 50%를 육박하지만 예산 쪽은 문화부 전체 예산인 1조4천2백50억 원 중 게임예산은 156억2천4백만 원으로 1.09%의 비율만 차지하고 있다.

진흥원의 예산 또한 2004년에 196억6천3백만원이던 것이 2005년에 172억3천백만원, 2006년에는 120억9천9백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이처럼 게임 분야는 높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소외받고 있다.

< 정부 차원의 게임 사업들 줄줄이 게임사들 부담요구>

게임물 등급위원회는 새로 개정된 게임진흥법에 따라 오는 2008년 6월부터는 일체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어있는데, 2007년에 39억 원을 지원 받고 2008년 6월까지 22억 원을 지원받을 걸 감안하면 2008년 6월부터는 지원받지 못하는 금액 만큼 수수료를 올려야 한다. 정부에서는 게임위의 운영에 필요한, 년간 39억 원의 비용을 게임사에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매년 정부 주도하에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고 있는 게임쇼 '지스타' 역시 게임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킨텍스가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행사를 진행하는데 있어 많은 불편함이 따르고 홍보 효과도 미비한 편이나, 정부에서는 게임사들에게 별다른 지원책도 없이 참여를 강권하고 있다. 말로는 게임사들을 위한 게임쇼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일산 킨텍스 활성화를 위한 행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많은 게임사들이 과다한 비용지출 및 홍보 효과 미비를 이유로 지스타 참여를 꺼려하고 있으며, 국내 진출해있는 해외 기업들의 참여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 e스포츠 분야, 자력으로 안간힘..'닭쫓던 개' 될라>

게임이면서도 국내에서 파생된 'e스포츠 문화' 또한 대접을 못 받기는 마찬가지다. 광주, 대구, 서울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대규모의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지만 정부 예산은 겨우 1억 원 내외다. 다음, 곰TV 등 각종 인터넷 방송들이 앞다투어 e스포츠에 달려들고 8개 도시가 자체적으로 30억 원을 들여 행사를 하는 것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또한 해외의 경우 중국이 2003년 11월 국가체육총국에서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지정했고 러시아가 e스포츠 국제 대회 수상자에게 기타 스포츠의 국가 대표급 대우를 보장하는 등 여러 특혜를 제시하는 반면 국내는 이러한 정책이 전무하다.

전세계 70개 국 이상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급 e스포츠 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를 유치하기 위해 독일, 대만 등 해외 여러 나라가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을 때에도 정작 국내에서는 나몰라라 해서 매년 개최국 선점을 놓치고 있는 것도 정부가 e스포츠와 게임쪽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한국 온라인 게임 '주춤' 해외 온라인 게임사들 '이때다'>

국내가 이렇게 정부의 무관심 속에 주춤하는 동안 해외 온라인 게임사들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다. 블리자드가 내세운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물리치고 세계적인 게임으로 발돋움 했다. 또한 미국, 일본 등 많은 패키지 게임사들이 온라인 쪽으로 눈을 돌리며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2006년 게임산업 전략위원회에서 발표한 게임산업 실행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된 온라인 게임은 총 209편으로, 그 가운데 중국에서 자체 개발한 게임이 총 109편이나 돼 2004년에 비해 무려 36편이나 증가했다. 그에 반하여 2005년에 정식으로 서비스된 한국 온라인게임은 전년도에 비해 불과 10편 늘어난 91편으로 2004년도에 반하여 크게 감소했다. 중국 내 인기 온라인 게임 랭킹을 발표하는 바이두 닷컴에 따르면 2004년도 10위 안에 한국 게임 6-7개 있었지만 2006년에 들어와서는 3개 뿐이다.

이외에도 이미 거대한 활동을 시작한 중국의 샨다, 일본의 겅호를 비롯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일렉트로닉 아츠, 그리고 프랑스의 비방디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세계적인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 문화 콘텐츠 육성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절실>

'바다이야기' 등 사회적인 여파로 게임에 대한 대 국민 인식과 예산이 크게 줄었지만 앞으로 충분한 예산과 국가적인 체계를 갖추고 육성하지 않는다면 게임산업이 흡사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처럼 도태될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게임 업계 전문가들은 또 해외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게임들과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는 시점을 약 2년 후로 보고 있으며 남은 기간 동안 인재를 양성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개발사들을 관리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임산업협회의 임원재 국장은 "국내에서 MP3의 대명사라 하면 Iriver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미국 애플사의 Ipot의 대규모 물량전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해외의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거대 기업들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진입 할 경우 어려운 경쟁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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