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그려보자! 비트 스케치

펜을 잡고 무언가 그려본다는 건 누구나 한 번은 해봤을 친숙한 놀이다. 특히 아무런 조건 없이 마구잡이로 지르는 낙서의 재미란 만인이 겪은 원초적인 재미 중 하나(오죽하면 윈도우 최고의 기본 게임은 지뢰 찾기가 아니라 그림판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만인의 낙서 본능에 '비트'를 끼얹어 하나의 게임으로 내놓은 물건이 이 'Beat Sketch!'(이하 비트 스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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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튜토리얼 체험으로 금방 배우는 비트스케치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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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에 익숙하지 않으면 조금 곤란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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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스케치는 플레이스테이션 무브(이하 무브)를 이용해 선택한 소리 종류, 그린 형태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TV화면에 새기는 게임이다. 선 하나를 그어도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기에 그리는 방법에 따라서 시각적인 재미와 청각적인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단 점이 비트스케치의 가장 큰 특징. 그리고 플레이어는 세 가지 모드를 통해 비트 스케치를 즐길 수 있다.

생각대로 크리에이트 모드
크리에이트 모드는 앞서 설명한 그림판처럼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모드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딱히 정해진 목표나 끝이 없기 때문에 비트 스케치를 게임이 아닌 일종의 그래픽 툴이라 해도 딱히 반론하기 힘들다. 그만큼 비트 스케치의 각종 도구들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다방면에서 도와준다. 여기에 무브의 정확한 인식 능력이 비트 스케치의 그림 구현 범위를 더욱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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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알아보는 일러스트의 주제 분류.
밑에 자막으로 부연설명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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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는 평범한 밑그림부터 엄한 밑그림까지 두루
갖췄다. 다만 어디까지나 밑그림이지 크리에이트 모드
작업을 저장할 땐 밑그림이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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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그림을 그리라 하면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시작이 막막한 플레이어들은 캔버스에 먼저 일러스트를 깔아 놓을 수 있다. 12가지의 주제와 주제별로 24개의 일러스트가 준비되어 있으며(총 288개)여기에 1280x720 해상도 범위 안에서 PS3에 저장된 일러스트를 불러올 수도 있다. 따라서 준비한 이미지만 많다면 그 이미지에 다양한 그래픽 효과와 음악을 입히면서 하루 종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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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의 숫자와 막대기가 BGM의 템포나 비트를
나타내는 비트 카운터. 선택한 소리 주제에 따라 비트
카운터에 맞춰 다양한 BGM 및 템포가 기본적으로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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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의 Japan Studio 작품이라 음악 퀄리티는 수준급.
선택 가능한 24가지 소리 주제 중 일본풍을 의식한
주제가 간간히 보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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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서의 심층 분석과 튜토리얼만 살펴봐도
금방 익히는 비트 스케치의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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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좋은 도구는 많은데 도구를 바꿀 때마다
일일이 메뉴를 열어야 해서 번거롭긴 하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와 효과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화면 밑으로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처음 보는 효과도 금방 익힐 수 있다. 1회에 한해서 그리거나 지우는 걸 되돌릴 수 있어 백문이불여일견 정신으로 부담 없이 여러 효과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학습 방법 중 하나이다. 그림 도구만이 아니라 카메라 컨피그를 통해 화면 전체에 특수 효과를 넣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스크린샷이나 동영상 저장에 그대로 영향을 주므로 이를 이용해 더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늘려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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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컨피그를 이용해 기상천외한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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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트 모드 설정에서 선택한 24가지 소리 주제에
따라 종류가 다른 사운드 툴. 자동 설정으로 음색이
나름 어우러지니 꼭 수동으로 지정을 해주지 않아도
좋다. 물론 세세하게 소리를 설정하면 그만큼
캔버스의 음악 완성도는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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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 또한 다양하게 사용한다. 가장 밑바탕에 깔리는 비트 위로 16개의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음향 효과는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그림과 어울리는 혹은 반대로 상반되는 음악을 완성할 수 있다. 튜토리얼의 안내에 따라 비트 박자에 맞추는 왕도를 택하든, 비트 박자와 상관없이 원하는 음정 박자에 따르는 사도를 택하든 말이다. 이렇게 작성한 나만의 그림과 음악은 Youtube나 Facebook에 업로드 해 다른 사람과 같이 감상하거나 파일로 저장해서 보관하는 등 플레이어의 입맛대로 활용할 수 있다. 크리에이트 모드에서 플레이어는 시작이자 끝이오, 세상에서 한 명 뿐인 예술가이다. 자신의 예술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보자. 이 크리에이트 모드가 사실상 비트 스케치의 모든 것이다.

문제 있다! 챌린지 모드
챌린지 모드는 비트 스케치의 구성 중에서 가장 게임다운 모드이다. 진행 방식은 간단해서 그림의 예상도를 선택하고 먼저 나오는 샘플 라인의 움직임을 따라하면 끝. 얼마나 정확하게 그렸는지에 따라 점수를 계산한다. 이 때 샘플 라인과 플레이어가 따라 그리는 것 모두 크리에이트처럼 그리는 동시에 음악이 나오므로 흡사 리듬게임을 하는 감각으로 즐기게 된다. 플레이어가 따라해야 할 라인은 난이도에 따라 1~3회로 한정적이며 샘플 라인이 선명하니 어디를 그려야 할지 몰라 헛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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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매니아, DJMAX 시리즈의 리듬 롱노트에
무브의 궤적을 추가했다 보면 되겠다. 가장 비슷한
예가 DJMAX TECHNIKA2의 연결형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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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나타나는 포인트에 맞춰 무브 버튼을 누르고,
선을 긋다가 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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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모드라고 해서 크리에이트 모드와 설정 자체가 다르진 않다. 즉, 챌린지 모드에서 그림을 그릴 때마다 생기는 음정박자가 크리에이트 모드와 같으므로 챌린지 모드에서 음정 박자를 그림에 새기는 방식을 크리에이트 모드에서 응용할 수 있다. 한편, 먼저 샘플 라인이 나타나고 그 위를 덧칠하는 진행 방식이다 보니 같은 소리가 두 번 나오는 선창후창이 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대단하다. 총 16개의 개성적인 곡들 모두 일정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16개의 그림을 전부 개방하면 미러 스테이지라고 하여 그림의 좌우를 반대로 그리는(음악까지 백마스킹으로 바뀌진 않는다)모드가 새로 열려 같은 그림을 다른 느낌으로 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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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모드의 점수에 따라 미리보기의 색상과 완성도가
달라진다. 평가 기준은 브론즈-실버-골드-플래티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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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좌우를 바꿔서 그리는 미러 모드. 완성된
그림의 색상도 일반 그림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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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게임처럼 여러 판정으로 나뉘는 챌린지 모드. great 이상 판정이 이어지면 생기는 콤보,
HP가 최대치인 상태에서 excellent를 받으면 나타나는 cool 판정이 고득점을 향한 비결

그러나 음악 요소와 달리 리듬 게임 요소는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우선 선창후창에 따라 크리에이트 모드처럼 선을 긋기만 하면 될 터인데 초반 그림부터 너무 어렵다. 난이도 높은 그림의 경우 무브가 아니라 마우스나 손으로 따라 해도 힘들 지경이다. 이런 부조리가 생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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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비슷하게 그렸지만 버튼의 타이밍 차이로 하나는 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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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great 판정이 난다. 보다시피 점수 차이는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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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판정이 불공평하다. 전체적인 점수 평가는 라인 보너스, 리듬 보너스, 콤보, cool 판정 등 평가 기준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나 줄 하나, 하나의 판정은 처음과 끝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그래서 무브 버튼을 누르고 때어 놓는 타이밍과 포인트 위치만 잘 지키면 조작 도중(샘플라인 안에서)포인트보다 앞서거나 뒤쳐져도 최소 great 판정을 쉽게 받을 수 있고 반대로 기껏 궤적에 따라 거의 완벽하게 따라 그려도 처음과 끝을 제대로 못 지키면 여지없이 안 좋은 판정이 나와 버린다. 이 판정이 콤보와 cool 판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 점수 평가 기준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이렇다 보니 플래티넘 판정을 받은 그림이나, 브론즈 판정을 받은 그림이나 별반 겉보기에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결과적으로 잘 따라 그린 그림의 평가가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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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이동 속도와 크기가 동시에 변하면 짜증 2배.
포인트 크기는 정확도 문제니까 실력으로 만회한다지만,
속도의 변화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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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 자체가 목적인 저레벨 플레이라면 너무 쉬워서
의미가 없고 파고들기가 목적인 고레벨 플레이라면
너무 어려워서 플레이어를 피곤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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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포인트의 이동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의 리듬 게임의 곡들은 일정한 리듬과 박자를 가진다. 각각의 곡들 간 박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하나의 곡 내부에서 바뀌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박자에 맞춰서 조작하는 리듬 게임에서 이러한 리듬의 변화는 게임의 난이도를 대폭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곡이라도 일반적인 플레이와 달리 무작위 배속(곡 재생 도중 수시로 내려오는 노트의 속도가 바뀜)효과를 적용한 경우 플레이어는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드리지 못 하고 당황하기 마련이다. 챌린지 모드의 경우 곡 자체의 박자가 바뀌진 않으나 무브가 따라가야 하는 포인트의 이동 속도가 수시로 바뀐다. 이는 그려야 할 길이와 상관없이 일정한 박자 내에 선을 그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생긴 문제(고의적으로 포인트 속도를 바꾸는 경우도 간혹 있다). 버튼을 누르는 다른 리듬 게임에서 혼란스러운 마당에 팔 전체를 써야하는 무브의 조작을 변하는 포인트의 이동 속도에 재깍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론은 패턴 외우기와 반복 플레이가 유일한 해결책. 겉으로 보면 같은 속도의 단조로운 조작보다 변화무쌍한 조작이 더 재미있을지 몰라도 플레이어 입장에선 불편할 뿐이다.
이 외에 비슷한 샘플 라인 두 개를 거의 같이 따라 그려도 판정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 등 여러 단점이 챌린지 모드의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다행히 챌린지 모드의 실패 기준 자체는 너그러운 편이라 성적을 감안하지 않고 즐긴다면 어떻게든 16개의 그림을 모두 즐길 수 있긴 하다. 그러나 평가에 따른 그림의 완성도, 트로피, 하이스코어 갱신 등 깊게 파고들 요소를 준비하면서 이를 위한 바탕이 부족한 건 넘어가기 힘들다.

순수하게 즐기자, 매치 모드
매치 모드는 비트 스케치로 가능한 여러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싱글 플레이는 기록 갱신을 목적으로 한 미니게임 세 가지를 즐길 수 있으며 멀티 플레이는 여기에 모임에서 친목용으로 할 법한 그림 완성하기 등의 레크레이션 게임이 더해졌다(예외로 레인보우 챌린지는 싱글플레이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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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빨리 색칠하기, 선 길게 긋기, 장애물에 피해
도형끼리 선으로 연결하기. 이런 매치 모드의 싱글플레이
존재 의의는 딱 하나, 트로피 수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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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스케치를 즐길 환경만 된다면 다른 준비물 없이
그림을 이용한 레크레이션이 가능하단 점이 매력.
그림을 이용한 레크레이션은 은근히 준비물이
많이 필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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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 모드의 멀티플레이는 싱글 플레이용 미니 게임을 제외하면 전부 참가자끼리 강제로 겨루는 것이 아닌 다같이 보고 즐기는 종류의 게임들이다. 따라서 게임 자체의 퀄리티보단 참가자들이 얼마나 마음이 맞고 말이 잘 통하는지에 따라 매치 모드의 호불호가 결정되겠다. 안타까운 건 매치 모드에서 사용하는 기능이 극히 한정적이라 비트 스케치가 자랑하는 다양한 도구, 그림과 같이 어우러지는 사운드를 즐기기 힘들다는 것. 챌린지 모드 같이 까다로운 게임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좀 더 비트 스케치의 장점을 살릴 게임으로 꾸몄으면 싶은 생각이다.

주어진 건 적다. 활용하는 건 플레이어의 몫
굉장히 신선한 발상을 적용한 비트 스케치이지만, 객관적으로 이 발상을 응용할 콘텐츠가 적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정가 19800원(PSN 가격 12600원)이란 저가에 어울리는 소박한 볼륨이라고 해야 하나? 심지어 PS3 패키지 게임이라면 대부분 있는 플래티넘 트로피 하나 없다. PSN 다운로드 전용 게임처럼 말이다. 이 적은 콘텐츠를 활용하는 건 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달린 일이다. 앞서 크리에이트 모드가 비트 스케치의 모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기억하는가? 이 말은 크리에이트 모드에서 나오는 창조물이 그대로 이 게임의 콘텐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비트 스케치의 크리에이터가 되어 얼마나 다양한 그림과 음악을 스크린에 담느냐에 따라 이 게임의 가치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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