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점령한 삼국지대전, 국내 상륙 개시!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케이드 게임, 삼국지대전이 6월22일(금) 국내에 들어왔다. 설치 장소는 인천 CGV의 세가 직영 게임장 fun it by SEGA. 이 소식을 그냥 놓칠 수 있겠는가? 23일(토) 인천으로 직접 찾아가 봤다.


* 삼국지대전이란 어떤 게임?

삼국지대전은 일본에서 2005년3월 아케이드용으로 출시되었다. 대중에게 친숙한 삼국지라는 소재에 카드를 사용한 직감적인 조작법을 도입한 전략 게임으로, 게이머는 카드 리더기에 다양한 카드를 올려놓고 카드 움직임에 반응하는 화면을 보며 게임을 진행한다.

삼국지 무장이 그려진 수많은 카드 중에서 3~8장 사이로 덱(deck:카드를 모은 것)을 조합하여 진행하는데, 각 카드마다 다른 병종(兵種)과 갖가지 계략, 병법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전략을 통해 제한 시간 동안 상대의 성을 공격해, 자신의 성보다 더 많은 게이지를 깎으면 승리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출시한 후부터 지금까지 '아케이드 게임 부흥의 선봉장'이란 얘기를 들을 만큼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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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장 전경

토요일 오후 2시쯤 도착해보니 게임기 뒤에 서있는 많은 관중들이 보였다. 게임기가 끊이지 않고 로테이션 되는 모습에 내심 놀랐다. 기대보다 게이머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확인해 본 결과 현재 설치된 기기는 게임기 4대(2세트)와 리플레이용 기계 1대였다.

게임을 즐기는 층은 고등학생도 가끔 눈에 띄었지만, 대개 대학생에서 직장인들까지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다. 많은 관중들이 새로운 게임에 신기해하면서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자주 관찰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플레이 방법을 물어보면서 게임을 해보는 신규 게이머들도 심심찮게 발견됐다.

삼국지대전은 여타 TCG와는 다르게 부스터 카드(추가 카드)를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 게임을 즐기고 난 후에야 (자판기처럼) 게임기에서 무장 카드 한 장씩을 배출하는 방식이다. 생각 외로 높은 인기 때문인지, 카드를 충전하기 위해 다가오는 직원의 모습을 종종 관찰할 수 있었다. 직접 가서 물어보니 한 기계에는 무장 카드를 최대 200장까지 쌓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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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을 즐기기 전에

국내에 설치돼 있는 삼국지대전은 초기버전인 1.001A이다. 일본의 최신 게임 버전이 2.11인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생기지만, 일단은 들여온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게임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덱을 짠다.

2. 군주 IC 카드를 삽입하고 게임을 즐긴다. (처음 즐길 때는 이름을 정한다)

3. 지지 않는다면 게임은 최대 두 판을 할 수 있고, 연속으로 이기더라도 두 판을 하면 무조건 일어나야 한다. 따라서 대전을 할 때 두 번째 판은 일부러 져주는 모습도 보였다.(지면 단판, 이기면 두 판이므로)

4. 게임 오버 후에는 승패 결과에 상관없이 무장 카드가 한 장 배출된다.

1회 플레이 비용은 1,500원이지만 삼국지대전은 동전만 넣고 바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플레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물이 필요하며, 준비물에도 비용이 요구된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스타터 팩은 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단, 게임 동호회 등에 배포한 삼국지대전 쿠폰을 가져온 게이머들에게는 무료로 스타터 팩을 배포했다.

현재 게임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템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 스타터 팩 : 처음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다. 군주 IC 카드 1장, 기본 카드 4장, 슬리브(카드 싸개) 4장, 간단한 게임 매뉴얼(일본어)로 구성돼 있다. 팩의 가격은 5,000원(일본가 500엔)이다.

- 군주 IC 카드 : 게이머의 기록을 남기는 카드다. 카드 하나로 100회까지 플레이 가능하며, 잔여 카운트가 0이 되면 새로 구입해야 한다. IC 카드의 가격은 3,500원(일본가 300엔). 스타터 팩에는 1장 들어있다.

- 슬리브 : 삼국지대전은 카드를 바닥에 놓고 직접 움직이며 플레이하므로, 카드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슬리브. 슬리브는 30장에 1,000원(일본가 200엔)에 판매하고 있고, 스타터 팩에는 4장 들어있다.

이런 아이템들은 세가 게임장 직원을 통해 직접 구입할 수 있으며, 유감스럽게도 세가 코리아 홈페이지에서는 (결제 문제 등이 걸려 있어) 판매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일본에서 시판되고 있는 액세서리 아이템들은 아직 수입 계획이 없다고 했다.(반응을 봐서 들여놓을 예정)

아무튼 스타터 팩으로 첫 게임을 즐기고 나면 카드가 한 장 배출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카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추가 카드는 게임 종료 후 배출되는 카드로만 장수를 늘릴 수 있다. 좋든 싫든 게임을 하라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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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카드는 능력치에 따라 1에서 3까지 코스트가 있으며 0.5 단위로 구분돼 있다. 이 코스트라는 건 쉽게 말해서 스타크래프트의 인구수 같은 개념인데, 게임에는 최대 8코스트(≒인구수 8)까지 놓을 수 있다. 카드의 배합에 따라 코스트 1짜리 8장부터 코스트 3+2.5+2.5의 3장 대결까지 가능하단 소리다. 여담이지만, 스타터 팩은 무조건 7.5코스트만 갖추고 있다. 첫 게임은 무조건 핸드캡을 안고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

* 게임 플레이 소감

필자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오나라 덱을 꾸몄다. 덱을 갖춘 후 게임에 들어갔다.

게임 플레이는 자신이 짠 덱을 바닥에 깔고 카드를 손으로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다. 바닥을 통해 카드를 움직이면, 그에 맞춰 화면에서도 카드가 움직인다. 바닥 판의 재질은 기름종이와 비슷했다. 손가락을 통해 느껴지는 반들반들하면서도 적당한 까칠함이 섞인 판의 느낌은 플레이 감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다만 슬리브를 씌우지 않은 카드를 직접 움직이다보면, 가끔 판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생겼다. 카드의 스크래치를 방지하고, 원활한 게임을 하기 위해서라도 슬리브는 필수 아이템인 듯하다.

손으로 직접 카드를 움직인다는 것은, 굳이 비유하자면 스타크래프트의 각각의 부대를 직접 손으로 이동하는 느낌? 혹은 실시간으로 장기를 하는 느낌? 화면을 보고 카드를 움직이며 자신의 전략과 상대의 반응에 따라 플레이하는데, 양 부대 간에 물고 물리는 느낌이 굉장히 색달랐다. 이렇게 제한 시간 안에 상대의 성 게이지를 시간 안에 모두 소진시키면 승리하게 된다. 성 게이지는 일종의 체력 같은 것으로, 시간 안에 판가름 내지 못하면 남아있는 게이지 길이로 승패가 결정된다. 게임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BGM은 비트가 빠른 중국풍 테크노 음악이라고 할까? 게임에서 긴장감과 흥분감을 유지시켜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성 게이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카드(=무장)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었다. 각각의 카드는 장기의 말처럼 생각하면 되는데, 화면상에서 보이는 병력(=체력)을 모두 소진하면 퇴각 상태가 되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활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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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간 중간에 일기토가 발생하여 흥미를 더해주고 있었다. 무장들끼리 접근한 상태에서 랜덤으로 발생하며, 리듬게임처럼 타이밍에 따라 빠르게 지나가는 바를 맞혀야 한다. 판정은 엄격한 편으로 결과에 따라 이기면 ○, 비기면 △, 지면 ×로 표시된다. 패배한 무장은 무조건 퇴각 상태가 돼 부활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카드를 판 밖으로 빼놓으면 그 자리에서 고정이 됐다. 궁병은 사거리 내의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지만, 이동 중에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궁병에게 사용했다.

한편 카메라 제어가 자유롭지 않았다. 좌우 이동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카메라 이동 롤러의 배치상 언제든지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카메라 줌인 줌아웃은 자동으로 진행되므로 가끔 전체 모습을 보고 싶을 때 불편함이 느껴졌다. 직관적인 관찰이 어렵달까. 어떤 RTS든 미니맵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수밖에 없나보다.

게임을 모두 마쳤을 때 마무리 템포가 느린 느낌이다. 결과를 출력하고, 정보를 IC 카드에 저장한 후, 무장 카드를 한 장 배출하고, IC 카드를 배출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쾌적함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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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해야 할 몇몇 과제

개성 있고 완성도 높은 게임성에 힘입어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삼국지대전은, 현재 대만과 홍콩, 싱가폴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드디어 국내에서도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이런 사항들이 무엇인지 짚어 보자.

우선, 가격 문제가 있다. 한 게임에 1,500원이라는 가격은 직장인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10분에 1,500원을 쓰는 개념으로 당구장 요금보다도 비싸다. 게임을 하기 위한 아이템도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현지보다 비싸 게이머들에게 많은 걸림돌이 될 것 같다. 게이머들 중 일부는 (플레이 요금이 비싼 관계로) 갑부들을 위한 게임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카드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5,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스타터 팩도 저가라 하기 어렵지만, 추가적인 카드를 플레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1회 플레이당 1장만을 얻을 수 있는 것인데, 쓸 만한 덱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플레이 회수를 요구한다.

또한, 언어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아케이드 게임인 만큼 플레이 방법은 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각 무장의 특성과 스킬 등을 알아야 하는데, 이런 설명이 모두 일본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TCG 자체가 국내에서 마니악하다는 점이다. 카드 게임을 원활히 즐기기 위해서는 카드 능력치를 '외우는' 단계가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카드 각각의 상성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덱을 짠 후 게임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대전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에서조차 '공부하는 게임'으로 일컬어지고 있을 정도니…. 그래서인지 현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상당수는 삼국지대전 동호회 회원들이다. 앞으로 신규 게이머를 어떤 식으로 발굴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색다른 RTS를 경험해보라

사진을 통해 보이는 화면상의 모습들이 그저 단순하게만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삼국지대전은 자신이 좋아하는 삼국지 무장들과 함께 무궁무진한 전략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본격 RTS 게임이다.

아쉽지만 아직 삼국지대전은 네트워크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인천 한 군데에 막 들어왔을 뿐이기 때문인데, 앞으로 서울 한 지점에 더 들여놓을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는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장에서 한 번쯤은 멋진 카드를 직접 손으로 옮겨보면서 색다른 RTS 게임을 즐겨보면 어떨까?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하는 스타크래프트 일색인 국내에서 말이다.

객원필자 블루파일(mykyoko@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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