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롤플레잉 게임, 오르카

지난 6월7일부터 '오르카'가 오픈 베타 테스트에 돌입했다. 온라인에서 인기가 많은 RPG를 기반으로 하여, 골수 마니아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TCG(Trading Card Game)와 스타크래프트 이후 대중화된 RTS(Real-Time Strategy)를 잘 버무린 게임이라는데?

*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키우고 싶으신가요?

게임에 들어가서 느껴지는 '오르카'의 외관(그래픽)은 '평범'하다. 캐릭터 디자인도 특별히 - 개인차는 있겠지만 - 귀엽다거나, 멋지다고 할 수 없다. 음악도 훌륭한 수준은 아니다. 부담 없이 들릴 뿐이다. 전체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나 튀는 요소 또한 없는 것이다.

게임을 진행해보자. 게이머는 '카드 듀얼리스트'라고 하는 캐릭터를 분신으로서 조작하게 된다. '오르카'에는 직업이란 게 따로 없다. 레벨 업을 할 때마다 3개의 추가 스탯을 얻을 뿐이다. 다만 게이머는 캐릭터의 19개 능력 중 원하는 곳에 포인트를 분배하여 직업의 효과를 얻는다. 캐릭터의 스탯은 레벨 15/30/40에 각각 초기화되므로 게이머는 원하는 대로 부담 없이 육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오르카' 세계는 각각의 구역(zone)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몬스터를 골고루 분포시킬 수 있고, 한 구역이 비교적 좁아서 시스템 부하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구역끼리는 도로로 연결되어 있어서, 가까운 곳도 돌아가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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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CG 방식 = 모든 행동의 시발점

'오르카'에서의 모든 행동은 카드 형태로 구현되고 있으며, 게임 진행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카드의 종류는 총 네 가지로, 전투를 함께하는 용병이 내포된 '용병 카드'와 공방 스킬들을 다양하게 담은 '마법 카드', 새로운 카드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 카드'와 재미있고 유쾌한 동작이 포함된 '동작 카드'가 있다. 게임을 하면서 습득한 카드들은 레시피 등의 '재료 카드'를 통해 같은 종류끼리 조합해 상위 카드로 강화할 수 있다.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마법 카드'인데, 일반적으로 RPG의 스킬과 물약, 주문서 같은 소비 아이템을 카드화한 것이다. 이 중 회복, 귀환, 버프 등의 특수효과는 돈을 소모해야 사용할 수 있는데, 카드 비용(코스트)의 묘미를 잘 살린 것 같아 신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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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TS 방식 = 전투의 모든 것, 용병 소환

'오르카'에서 RTS 방식이란 '용병카드'로 용병을 불러내 싸우는 것으로, 전투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게이머에게 현란한 컨트롤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니 지레 겁먹지는 말자. 용병은 기본적으로 자동으로 움직이므로, 게이머는 단지 플레이어 캐릭터에게만 신경을 쓰면 되니까.

카드 형태인 용병의 소환은 익히 여러 RTS를 통해 친숙해진 인구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인구수 1=1명이 아니고, 능력치가 높을수록 많은 수를 요구하는 것 말이다. 이렇게 불려나온 용병은 싸우는 시간보다, 재소환까지 요구되는 쿨타임이 더 길다. 덕분에 같은 용병을 연속으로 부를 수 없어서, 두 그룹 이상으로 나눠 용도에 맞게 소환하게 된다. 공격 형태별로, 소환시간별로 다양하게 사용을 유도한 점은 좋아 보인다.

용병을 컨트롤할 수 있는 명령어는 세 가지로 대상 일점사, 캐릭터 주변으로 부르기, 소환 해제가 있다. 부대 명령만 있어서 개별적인 제어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용병들은 주변 사물에게 호전적이어서 무조건 공격하려 하지만, 대기명령조차 없어서 효과적인 컨트롤은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용병들의 상태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확인하더라도 컨트롤은 불가능하지만) 물론 용병은 죽더라도 쿨타임만 지나면, 다시 소환할 수 있으니 컨트롤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제작사측에서도 '사고치는 용병이 곧 재미'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게임을 해보면 재미보다는 귀찮음이나 짜증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고로 현재까지는 RTS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다. 일반적인 MMORPG에서 소환사가 정령들을 잔뜩 불러놓고 싸우게 놔두는 것과 뭐가 다른가? 게임이 재미없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게이머들이 RTS란 말에 '컨트롤의 묘미'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감이 곧 산산조각난다는 것을 의미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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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게임 템포 조절 수단 = 조커 용병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오르카'는 재미있다. 게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투에서 굉장한 몰입감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투의 페이스 조절이 절묘한 것인데, 그 조절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조커 용병.

몬스터를 50킬 할 때마다 나오는 조커 용병은, 게이머 전력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특수한 유닛이다. 이 용병의 소환시간 동안 사냥에 나서면 순식간에 20킬 정도를 더할 수 있고, 여기서 조금 더 노력하면 금세 100킬도 가능해진다. 100킬이 되면 새로운 조커 용병과 함께 캐릭터에게 30분짜리 공격력?방어력 상승 버프가 걸리는데, 이를 통해 게이머는 신바람 내며 사냥할 수 있다. 캐릭터의 레벨 업에 도달하기까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짜인 것이다.

* 불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눈에 띈다

반면 '오르카'는 사용자 편의성이란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예를 들자면 서버나 캐릭터 선택 등 여러 곳에서 더블클릭만으로 대상을 선택할 수 없다. 게이머가 어떤 행동을 취할 때 마우스 한 번이라도 덜 클릭하고, 덜 움직이며, 덜 신경 쓰게 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몬스터를 처치한 후 아이템을 주을 때도, 무엇을 획득했는지 표시되지 않는다. 물론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면 뭔지 알 수 있지만, 세세하게 보지 않고 지나치게 될 때가 많다. 이때 인벤토리를 열어야만 알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거래를 위한 기본 조건-개인상점기능이 구현되지 않아 게이머들은 채팅으로만 거래하고 있다. 트레이드를 중시한 게임이란 말이 무색하다. 카드 수집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카드 북은 없다. "카드 수집은 창고를 이용하세요."라는 건 아니겠지?

퀘스트를 알려주는 수단도 없어서 게이머는 레벨 업을 할 때마다 마을을 돌아다녀야 한다. NPC 머리 위의 !(느낌표)를 보고 나서 부여받는 식이다. 퀘스트를 완료하고 받는 보상에서도 하나의 아이템을 무조건 '선택'해야만 한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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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숙하지만 분명 재미있는 게임 = '오르카'

이러한 UI 문제 외에도, 여러 곳에 남아있는 잔 버그나 구현되지 않은 시스템 등 아쉬운 점은 많다. '오르카'는 아직 미숙한 게임인 것이다.

그렇지만 '오르카'는 재미있다. 글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어떤 재미가 분명히 있다. 직접 게임을 해보면서 이런 쏠쏠한 즐거움을 맛보라. 구현되지 않은 시스템들에서도 어떠한 발전이 있을지를 기대하게 된다.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고 있음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르카'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일 터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즐거움을 줄지 기대하게 되는 건, 게이머라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객원필자 블루파일(mykyoko@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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