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 게임 홍수, 하지만 막상 즐길 게임은 별로 없다?

올해 온라인 게임 시장은 FPS 온라인 게임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가 높은 동접과 매출을 내면서 FPS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이 밝혀지자 많은 개발사들이 앞 다투어 FPS 온라인 게임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 했던가? 많은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아 상반기에 오픈한 FPS 게임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상황이 또 다른 '아타리 쇼크'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 아타리 쇼크 : 1982년 미국에서 연말 판매경쟁으로 발생한 가정용 게임 '아타리2600 VCS'와 소프트웨어의 판매부진으로 생긴 몰락을 의미. 게임의 과잉공급으로 인해 소비자의 흥미가 급속히 떨어져 단번에 시장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 구작에 대한 과감한 도전, 하지만 그 결과는 대참패

올해 상반기에 오픈 베타 서비스에 돌입한 FPS 게임들은 총 5개. 프리첼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FPS 게임 '투워'(2WAR)를 비롯해 네오위즈의 '크로스파이어', 효성CTX의 '랜드매스', 한빛소프트의 '테이크다운 : 더 퍼스트미션', 싸이칸엔터테인먼트의 '페이퍼맨' 등이다. 이 게임들은 모두 타도 구 FPS 게임을 외치며 야심차게 온라인 시장에 입성한 게임들로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양대 산맥 구조를 깨고 제왕의 자리에 등극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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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런 신작들의 러시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스페셜포스'도 네오위즈와 다시 손을 잡았고 '서든어택'은 3천만 원 상당의 상금을 건 리그전과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충성고객을 사로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막상 판을 벌려보니 신작 게임들은 구작 게임을 괴롭히기는 커녕 오히려 게이머들의 외면을 사고 있다. 신작 게임을 즐겨본 게이머들은 구작 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남기고 다시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서든, 스포 이제 지겹지 않습니까?"를 연발하던 신작 게임의 개발자들은 이러한 결과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무한 도전이 아니라 무모한 도전이 된 신작들의 도전

그럼 무엇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신작 게임이 겪는 게이머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신작 게임들이 성공한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게이머들은 신작 게임들을 새로운 게임으로 보기 보단 '서든어택' '스페셜포스'의 아류작으로 생각해버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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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점들은 오픈 베타 서비스에 돌입한 게임들 대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크로스파이어'나 '테이크다운'은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와 거의 흡사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으며, 몇 가지 차별화된 요소(무기, 맵)를 제외하면 다른 점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다보니 게이머들은 정작 신작 게임을 즐길 때 새로운 게임을 접한다는 느낌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외관을 완전히 바꾼 '투워' 등도 사정은 다르지는 않다. 2차 세계 대전을 소재로 제작해 이슈를 모으려던 '투워'는 겉모습만 2차 세계 대전 일뿐 게임성은 구작들의 플레이 패턴과 거의 차이가 없으며, 저격 총이 난무하는 전투 스타일 때문에 초보자 게이머들에게 외면을 사고 있다.

특히 '투워'는 접근성이 나쁜 게임성 때문에 국내 FPS 게임 시장의 주 타겟인 라이트층을 전혀 흡수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이 문제가 커진 이유를 총기들의 밸런스 문제와 게임이 멈추거나 게임이 다운되거나 멈춰버리는 버그들, 퍼블리싱 업체의 비호의적인 서비스, 최적화 실패 등으로 꼽았다. 2차 세계 대전 총기를 실제로 보고 쏠 수 있다고 했던 가늠좌 사격 방식은 일반 사격보다 불편한 점 때문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왜 만들었냐는 논쟁이 일어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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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투워'는 업체에서 공지한 업데이트 일정 등이 계속 미루어지는 서비스 문제도 계속 지적되고 있다. 게임 페이지에는 오픈 베타 이후 계속적인 버그와 추가적인 업데이트가 없는 점, 단순히 상대방을 죽이는 데스매치만 존재하는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추가적인 수정과 업데이트가 없으면 게임을 떠나겠다는 글 등을 올리는 게이머들이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투워'의 동시접속자는 오픈 베타 이후 계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종이인형들이 전투라는 컨셉으로 오랜 기간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아온 '페이퍼맨'과 '랜드매스'는 외관적인 모습이나 독특한 형태의 게임성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경험치 배분과 불편한 인터페이스, 일반적인 FPS 게임에서 사용되는 무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들이 게이머들의 불만 사항으로 파악됐다.

이렇듯 신작 FPS 게임들은 정작 새로운 FPS 게임, 월메이드 FPS 게임, 차세대 FPS 게임 등 거창한 별칭만 붙였지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는 상태다.

* 해외 FPS 게임, '우리만의 게임성으로 승부'

이런 국내 FPS 온라인 게임들과 다르게 해외 FPS 게임 개발사들은 자신들만의 게임성과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발매된 '고스트리콘 : 어드벤스드 워파이터 2'의 경우 전작에서 문제로 지적되던 멀티플레이 부분을 대폭 강화해 온라인 게임성을 극대화 시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으며, 가을쯤 국내에 정식 발매되는 '에너미테러토리 : 퀘이크워즈'는 기본 모드를 멀티플레이로 만들어 출시할 예정이라 국내 FPS 온라인 게임들을 견제할 최대 복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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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에너미테러토리 : 퀘이크워즈'의 경우 양 진영의 차별점, 5개의 병과 30개가 넘는 탑승장비, 분대장-분대원을 통한 전략적인 플레이 지원 등 국내 FPS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게임성으로 무장하고 있어 FPS 마니아들의 기대를 사고 있으며, EA에서 출시할 Xbox360 '배틀필드' 신작이나 온라인으로 등장할 '배틀필드 온라인'도 자신들만의 뚜렷한 개성으로 국내 FPS 마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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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해외에서 개발되는 많은 FPS 게임들은 성공을 한 몇 개의 게임을 따라가는 게임성 대신 자신들의 차별화된 게임성을 선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의 성공 포인트는 단순히 성공한 게임들의 성공 포인트를 찾아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자신들만의 확고한 '재미'라는 것이다.

* 생각부터 바꾼 FPS 게임이 필요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게임들이 전부 못 만든 게임이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성공이 보이는 시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미 성공한 게임들의 모습을 본 딴 것 하나만으로 국내 게이머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아니, 오히려 너무 등장해 게이머들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1982년 '아타리쇼크'를 극복해낸 닌텐도의 모습처럼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등장하는 FPS 게임들이 자신들만의 뚜렷한 색과 게임성을 가지고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 '아타리 쇼크'를 극복한 서드파티 제도 : '아타리 쇼크'로 미국 게임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본 후 닌텐도가 깨우친 건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였다. 아무리 많은 소비자들이 존재해도 재미없는 게임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때 당시 닌텐도의 대표를 맡고 있던 야마우치는 질 높은 게임을 만드는 것만이 게임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해 철저한 관리시스템인 서드파티 제도를 도입, 닌텐도의 게임기인 '패미컴'에 적용했다. 이 서드파티 제도는 개발사가 닌텐도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기 전에 게임내용에 대한 사전심의를 비롯해 게임 개수 제약, 생산은 닌텐도에 위탁하고 게임 개발에만 전념할 것 등을 명시한 제도였다. 당시 무척이나 까다로운 제도 때문에 많은 개발사들이 닌텐도 게임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상당히 좋았다. 서드파티 제도 도입 이후 닌텐도의 게임기 패미컴은 대박 게임기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그때 당시 서드파티 제도로 게임을 출시한 회사(남코, 캡콤, 타이토, 코나미, 허드슨)들도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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