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DONGA

새로운 장르인 법정 시뮬레이션, 그러나..

blue sky

게임으로서 바라보는 '미녀 로이어 세리킴'.
게임이라는 것은 현실세계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지닌다. 직접 총을 쏘고, 스파이가 될 수는 없지만 게임의 세계에서는 간접적으로나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할수행" – Role Playing – 이라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 아닐까…. 물론 이 "Role Playing" 이라는 용어가 특정한 게임의 장르를 지칭하는 말로 의미가 축소되어 버렸지만, 역시 넓은 의미에서의 역할수행이라는 것은 빼 놓을 수 없은 게임의 미덕이 아닐 수 없다.


타이틀 시작화면


특이한 소재, 법정


나름대로의 스릴이..

그런 의미에서 '미녀 로이어 세리킴'은 멋진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변호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사건조사도 하고, 증거도 수집하면서 법정에서 피고를 변론하게 된다. 자신의 역할에 따라, 죄없는 피고가 사형선고를 받기도 하고, 무죄로 풀려 날 수도 있다. 얼마나 가슴 설레는 새로운 경험인가!!

일단, 이 게임의 소재 자체는 훌륭하다. 그동안 발매된 모바일 게임의 리스트를 모두 훑어 보았으나, 이런 소재의 게임은 없었던 것 같다.(물론, 필자가 모르는 게임이 있을지도 모른다.)


신문기사


유력한 용의자가 된 친구


사건을 맡게 됐다

게임을 시작하면, 신문기사를 소개하는 인트로가 나온다. 미스코리아 출신의 유명한 여성이 살해되었고, 그녀가 사귀던 남자친구가 유력한 용의자로 잡혀 있다는 것이다. 신참변호사 세리킴은 이 남자친구를 변호하기로 한다. 단숨에 유명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세리킴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게이머는 일단 법정 기록을 열람해서 사건의 정황을 파악한 후에, 사건현장에 가서 증거물을 수집해야 한다. 증거물은 총 5개까지 수집할 수 있지만, 실제로 재판에 필요한 증거물은 4개. 증거물의 내용은 재판에 들어가기 전까지 알 수 없으므로, 처음 게임을 하는 사람은 많은 증거물 중에서 정확하게 4개 모두를 수집하기는 어렵다. 일단, 증거를 수집했으면 재판에 들어간다. 재판에서 할 일은 유력한 증인인 호텔 보이의 증언에 이의를 제기하고 적절한 증거를 제시해서 증언의 거짓을 밝혀 내는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이의를 제기하고 증거를 대면, 증인은 점차로 당황하게 되고, 결국에 가서는 피고의 무죄를 입증할만한 증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무죄 판결을 받아 내는 것으로 게임은 종료.

앞서 이야기했듯, 이 게임은 멋진 소재를 간직한 게임이다. '앨리 맥빌' 같은 드라마, '데블스 애드버킷'이나 '어 퓨 굿맨' 같은 법정소재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은 나도 법정에 서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게임으로나마 역할을 수행해 볼 수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 !(현실세계에서의 법원은 영화나 게임처럼 재미있지는 않다고 한다.)


개정!


싸움은 시작되고..


심문에 들어간다

그러나, 잠깐 !!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 분명, 우리 나라 모바일 게임 쪽에서는 새로운 시도라 불릴 수 있겠지만, 진정한 창작품이냐 하면 그건 아닌 것이다. 이 작품은표절작인 것이다.
베끼기에는 세 가지 층위가 있다.(10년 전에 유행했던 이론이다… 나도 그만큼 나이가 든건가?)

1. 자신의 창조성 부족을 남의 아이디어로 채운다.
2. 남의 아이디어를 조금 빌려서 더욱 좋은 작품을 만든다.
3. 남의 아이디어를 소재로만 삼을 뿐,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

우리가 통상 표절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1번 같은 경우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도덕한 행동이고 크리에이터로서는 할 짓이 못 된다. 2번 같은 경우는 약간 애매한 케이스. 조지 루카스 감독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을 참조해서 스타 워즈를 만들었다고 해서 조지 루카스 감독을 표절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쩐지 구린 냄새는 난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민간전설을 가지고 '파우스트'라는 명작을 만든 괴테의 케이스는 3번에 속하는데, 어느 누구도 태클을 걸지 않으니까, 이 쪽은 논외로 하자.

그렇다면, 미녀로이어세리킴은 어디에 속하는 케이스일까? 아쉽게도 1번의 케이스에 속한다. 캡콤사의 '역전재판'이라는 작품과 구성과 소재면에서 너무나 똑같기 때문이다. 게임의 소재뿐 아니라, 게임의 방법과 구성이 거의 흡사하다. 일부는 대사까지도 비슷하다. 아, 이런 이건 완전히 '표절'이 아닌가?


역전재판의 재판관도 수염이 났다. 미녀 로이어 세리킴과는 조금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재판 시작 전에 피고인의 이름 등 간단한 사항을 체크하는 것도 똑같다.

어쨌거나, 표절이든 아니든, 일단 게임은 신선한 소재의 법정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아마도, '역전재판'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척이나 새롭게 느껴졌을 법도하다.

우리 나라 모바일 게임의 표절 역사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할 말이 많다.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테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일단, 이 게임은 '역전재판'을 베꼈다라는 결론으로 정리해 둔다.

자, 이제부터 게임을 부분부분 뜯어서 뼈와 살을 분리해 보자.

게임방식
게임의 장르는 '법정 시뮬레이션'. 증거수집을 하고, 증인의 증언에 적절한 시기에 이의제기를 하고, 증거 제시를 해서 증언의 모순을 밝혀 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 게임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인터페이스. 이러한 형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시나리오다. 각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사와,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이의제기와 증거제시, 그리고,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지만 억지스럽지 않은 최종 관문 등이 갖추어지면 훌륭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미녀 로이어 세리킴'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는 진부하지만, 그렇다고 낙제점은 아니다. 하지만, 이의제기의 시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적절한 이의제기 시점에서 논리적으로 이의제기를 해야 하는데, 정해진 시점에서 정해진 이의제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법원의 모습


여러 공방이 예상된다.


증거를 찾아라

이 게임의 단점은 게임을 계속 반복해 줘야 한다는 점. 이 게임의 답을 알고 게임을 하면 플레이타임이 10분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짧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틀린 부분에서 다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3회 기회를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야 10분만에 엔딩을 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조금만 실수를 하더라도 게임을 다시 시작해서 인트로부터 반복해야 한다는 점은 게이머에게는 그다지 즐거운 점은 아니다. 특히, 아주 이성적이고 자연스러운 이의제기에서 조차 감점이 일어나는 경우는 조금 어이없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이런 게임을 공략집을 보면서 쉽게 풀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증거수집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보인다. 여러 가지 증거물 중에서 게이머는 '정확하게' 4가지 종류의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데, 증거물에 대한 설명은 증거선택을 종료한 후, 재판장에 가야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증거물을 잘못 고를 경우,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수없이 게임을 반복해야 한다. 아,,, 결국에는 공략집을 찾고 싶은 유혹에까지 빠지게 되는 것이다.
추측컨대, 짧은 플레이타임을 가리기 위해 이렇게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것 같은데, 이는 게이머들에게 노가다를 강요하는 것이다. 하다 못해 중간에 세이브 포인트라도 둘 수 있지 않은가 !! 이 점은 심히 불만.


피고의 상의


증거를 잘못찾으면 안된다..


이런 대사가 매번..

시나리오
게임의 시나리오는 한 마디로 별로다. 일단, 사건 자체가 너무 진부하다. 사라져 버린 상상력의 공백이 너무 크다.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이기에 게임의 긴장감이 적다. 뻔한 살인 사건에 뻔한 해결과정이다. 거기에 캐릭터 묘사도 실패했다. 미녀 로이어 세리킴은 미인도 아니고, 그다지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니다. 나오는 모든 캐릭터는 한 마디로 '전형적'이다. 누명을 쓴 피고, 진지한 모습의 검사, 인자하고 현명해 보이는 판사, 뺀질거리는 증인… 뭐, 이 정도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역전재판'에서 보이는 느끼한 검사라든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소장의 동생 등 살아 넘치는 캐릭터는 이 게임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나리오의 흡인력이 떨어지다 보니 재판 과정에서 집중도가 떨어지고, 무죄판결을 받고 나서도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남는다. 아쉬울 뿐이다.

그래픽
이 게임에서 보아줄 점은 그래픽이다.
뭔가 화려하고 멋진 그래픽? NO. 이 게임의 그래픽은 그다지 멋지지는 않다. 하지만, 기억해 주시기를, KTF 모바일게임의 한계는 250k 라는 것을. 디스켓 한 장에 게임 네 개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 모바일 게임이다. 250k 용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그래픽을 사용할 수가 없다. 일부 RPG 게임은 이동통신사의 협조를 얻어 용량을 키우기도 하지만, 미녀 로이어 세리킴 같은 게임들은 250k 이내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시나리오의 진행에 따라 통이미지를 많이 써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용량의 압박이 상당히 심했으리라. 그래서, 이 게임의 그래픽 디자이너는 비교적 심플한 색감으로 그래픽 처리를 하고 있다. 단색으로 처리를 해야 압축이 잘 되서 더 많은 그림을 넣을 수 있으니까.
어쨌거나, 이 게임은 용량이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그래픽을 사용했다. 조금은 성의 없어 보일지도 모르는 단순한 색감의 그래픽 뒤에는 용량과 싸우는 제작자의 고뇌가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 준다면, 이 게임에서 그래픽은 결코 실패작이 아닌, 오히려 꽤나 잘 만든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운드
글쎄,,, 사운드에 대해서는 그다지 말할 것이 없다. 그렇게 좋지도 않고, 그렇게 흠 잡을 데도 없는 평범한 사운드다. 그저 그런, 그다지 밉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미인이라고도 할 수 없는, 한 번 보면 호감은 가지만 돌아서면 잊혀지는 그런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종합하면
이 게임은 새롭다.(국내 최초 '법정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이다.)그러나, 표절작이다.(GBA 판 캡콤 '역전재판' 시리즈를 참조하시라.)새로운 시도는 좋았으나, 시나리오의 구성이나 흡인력은 떨어진다. 특히 결말 부분이 뭔가 빠진 듯 허전하다. 그렇다면 이 게임을 다른 사람에게 권해줄 수 있을까? 글쎄, 미안해질 확률이 높다. 차라리 액션게임의 명작 보물선 같은 게임을 즐기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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