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

도를 아십니까?
누구든지 한번 정도, 사람들이 많이 통행하는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도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어떻습니까? 필자의 경우에는 그런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무조건 반

대쪽으로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 도망을 갑니다만...(제가 좀 순하게 생겼는지, 타겟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요사이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 보면 교주가 신도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다던지 헌금을 하라고 강요하라든지 납치를 하는 등의 폐해들을 많이 비추는데, 그런 것들을 접하면서 사이비 종교를 더욱 더 싫어하게 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 언론매체들의 과대한 포장일 수도 있습니다. 사이비 교주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어떤 교리를 믿는 것인지 한번쯤 상식선에서 알아둘 필요도 있거든요. 원인을 알아보기 보다 무조건적으로 사이비교에 대한 폐해만을 부각시켜 온 일부 언론매체도 나름대로 잘못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고로, 한번쯤은 '사이비교'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게임을 하나 준비해봤습니다. 모바일 게임인 '득행의 길'은 게이머가 직접 사이비 교주가 되어 그들의 눈높이에서 직접 사이비교를 운영을 해보는 게임입니다. '도를 아십니까?'를 외치는 신도가 되어보는 가상체험게임, 득행의 길. 자아~ 그 게임 속으로 빠져들어가 보실까요?

득행의 길 그래픽에 대한 느낌
득행의 길을 처음 받았을 때의 인상이란 사이비교 그 자체였습니다. 타이틀 그래픽의 빨간 배경이 흡사 종말을 예고하는 분위기를 주었으며, 메뉴 양 옆에 득행교를 상징하는 'ㅎ'이 양 옆에 달려 있어 '사이비교'에 대한 게임 분위기가 물씬 풍겼거든요. 게임의 메인 무대가 되는 건물의 그래픽은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 있어 보입니다. 압구정은 명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보이고, 신촌은 대학가의 건물이 보이는 등 각 도시들의 특징을 잘 나타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사이비 종교가 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가진 그래픽이군요.

현실과 가까운 스토리
득행의 길은 필자가 해왔던 게임 중에서는 현실이 반영된 몇 안되는 스토리를 가진 게임입니다. 득행자가 카드빚에 시달리고 이로 인해 부자 간의 사이가 나빠지고, 그래서 결국 하늘나라에서 현실세계로 쫓겨난다든지, 득행자가 사람들을 꼬실 때 사람들은 바람이 휘날리도록 도망가는 걸 잡아 바로 득행실로 집어 넣는다든지 하는 것을 보면 그렇죠. 물론 많이 꼬시면 명성이 높아져 TV출연이나 책을 낸다는지 하는 아이디어는 나름대로의 '사이비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예? 까지도 표현했다는 데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암울하고 어두운 사회의 한 단면을 표현하고 또 반영한 것이니까요.

게이머 위주의 편리한 인터페이스
이 게임의 인터페이스는 게임 상에 꼭 필요한 기능(득행실, 달력 등)만 노출시키고 게임하는데, 잘 사용하지 않는 불필요한 기능은 과감하게 삭제를 시켰습니다. 물론, 각 기능에 대한 단축키가 따로 지원이 되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면 훨씬 플레이하기가 용이해집니다.

소리에 대해서…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에서는 배경음악과 효과음 2가지를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배경음악과 효과음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하는데, 득행의 길 같은 경우는 효과음을 잘 살린 케이스입니다. 사람들을 득행시킬 때의 '득행, 득행~' 소리나, 원츄가 될 때의 '원츄, 원츄~' 소리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살린 듯 합니다. 그리고, 한 주 끝내고 주말결산 할 때 경전을 읽는 소리가 나오는데 흡사 집에서 파리가 웽웽거리는 소리와 똑같습니다. 참고하세요.


주말결산의 모습

득행의 길에 대해서 알아보자...
게임을 하면 거리에는 초등학생(초딩), 백수, 복부인, 노인 등과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가게 되는데, 당신은 이 게임의 주인공인 득행자를 조종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꼬시면 됩니다. 꼬시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면 꼬시는 모드에 들어가게 되는 방식이지요. 일단 꼬시는 모드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도망가기 시작하고 1초 뒤에는 득행자도 뒤따라 뛰어가게 되죠. 그 때 'ㅎ'자가 서로 닿는다고 생각되는 거리에서 '멀티팩/이지아이/네이트' 버튼을 누르면 사람들을 득행실에 집어 넣습니다. 'ㅎ'자는 연두색일때만이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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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는 복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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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가만히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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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꼬시려는 도중 'ㅎ'자가 빨간색 일 때 버튼을 누르면 꼬시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망도가 떨어져 게임이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득행실에 집어 넣은 후 각 득행실에 해당하는 번호를 누르면 득행 게이지가 올라가기 시작하며, 일정수준까지 다 차면 득행시키는 사람 주위가 빨간색이 되면서 번쩍번쩍 거리는데, 그 때 또 한 번 득행실에 해당하는 번호를 누르면 득행이 됩니다. 말은 어려운 듯 해도 게임을 몇 번 해 보면 매우 간단하고 쉬운 작업이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게이머는 지하철을 이용해 장소를 자유롭게 이동해가면서 사람들을 꼬셔 갑시다.

단점에 대해서 살펴보자..
첫 번째로 꼽는 이 게임의 단점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필자가 초반에 플레이할 때는 돈이 아예 없어서, 득행에 필요한 아이템을 사라는 메시지가 나올 때마다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도를 열심히 꼬셔서 돈을 늘려 사원을 건설하니까 그 때부터는 꼬인 줄이 빠르게 풀려 나가듯 난이도가 너무 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신도를 모을 때마다 성전을 지었더니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점점 늘어나고, 아이템마저 모두 구입하게 되니까 그 때부터는 재미를 위해서 하기보다는 오로지 랭킹 1위를 하기 위해 신도를 모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템도 돈이 별로 없으면 구매가 힘들지만, 돈만 많이 있으면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쉬운 난이도를 더 낮추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필자의 폰이 랭킹 1위 ^.^;


두번째로 경쟁교주들의 방해도 익숙해져 버리면 솜방망이와 다름없다는 점도 크나 큰 문제입니다. 득행의 길에서는 사람들에게 득행을 열심히 시키다 보면 경쟁교주가 나타나는데, 문천식처럼 생긴 초딩교주들은 얼리고 문희준은 걸리면 키가 반대로 조작이 되는 등의 방해요소는 있지만, 몇 분 안 되어 방해요소를 피하는 감각이 생기면( 처음에는 모르고 당하기 때문에 타격이 오지만 )그들의 방해는 조금도 방해로써 느껴지지 않으며, 특히 50주가 끝나 무한모드에서 나타나는 경찰은 제대로 방해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방해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합니다.

세번째는 게임의 흐름과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임무 수행만 있다는 점입니다. 책을 출판한다든지, TV 출연하면서 돈을 받지만, 게임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열심히 득행시켜 성전을 건설하면 그 정도의 돈보다 훨씬 많이 받기 때문에 주어지는 임무에 대해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네번째는 게임하는 도중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게임은 계속 진행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타 회사의 모바일 게임은 상대방과 통화를 하면 그 순간부터 게임이 자동으로 정지가 되는데, 어찌된 일인지 득행의 길은 계속 진행이 되어 게임오버가 되어 있었습니다. 거기다 분명히 게임정지를 시켰는데, 1분 뒤에 다시 풀려 있거나 게임 정지 메시지만 있을 뿐 게임은 진행이 되어 게임오버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초창기에는 무지 열 받더군요… 지금은 그러려니 하지만 말이죠…)


열심히 꼬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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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망도가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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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와 NA 대리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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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을 개발사도 의식을 했는지 몰라도 2004년 10월 초에 나올 예정인 버전업이 되는 득행의 길에서는 방해요소가 점차 많아지고, 신도들이 거리에 잘 돌아다니다가 갑작스럽게 싸고 싶다고 말하면서 아무 곳이나 노상방뇨를 하는 등 심히 당황스러운 연출들을 보여주며, 태풍이나 여타 자연재해가 많아지고 버그 수정에 거기다 개나 고양이 같은 떠돌이 동물들이 펼치는 방해 효과까지 나와서 더욱 어려워 진다고 합니다.
또한 다양한 퀘스트 형식이 추가되었는데, 개발사에서 내놓은 여러 개의 보도자료를 종합해 말하자면 고스톱에 자주 나오는 미션 수행을 성실히 수행하면 보상이 따르는 그러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필자는 새로워질 득행의 길의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뿌듯해 집니다.

끝으로…
이 때까지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해봤지만, 대부분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았는데 득행의 길은 보다 현실에 구체적으로 접근해서 표현하려는 개발자의 의지가 많이 담긴 모바일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보다도 단순해서 쉽게 질린다는 단점은 있지만,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해서 그걸 게임에 대한 재미로 끌어냈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소재도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다루지 않는 특이한 것이었기에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득행의 길을 시작으로 게임빌이라는 제작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많은 게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게임빌의 다른 게임을 리뷰해 보고 싶군요. 끝으로 득행의 길은 간단하고 때로는 질리기도 하는 게임이지만, 현대인이 가려워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알아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타이틀화면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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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건설이 완료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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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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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득행'이란 뜻이 궁금해서 엠파스에 검색해 찾아본 결과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얻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Ps 2 본 리뷰는 2004년 8월 KTF에서 출시된 득행의 길 초기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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