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를 소재로 한 타이쿤 게임

프롤로그
일본 도쿠가와 막부의 실력자를 大君 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을 일본식 발음으로 읽으면 '타이쿤' 이라고 했다. 서양 사람들은(특히 미국 사람들이)일본에 와서 이 타이쿤 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는, 경제

계의 거물을 타이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타이쿤이란 말은 통용되어, 실제로 타이쿤 이라고 하면 그 산업에 오랜 경력을 가지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됐다.
언제부터인가, 게임 이름에도 '타이쿤'이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10년도 지난 옛날, '레일로드 타이쿤'이라는 게임부터인가? 아니면 그 전에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레일로드 타이쿤' 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철도업계의 대부가 되어 철도를 경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그 후에도 '트랜스포트 타이쿤' '롤러 코스터 타이쿤' '주 타이쿤'에서 우리 나라 게임인 '벤처 타이쿤' 까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에 단골로 붙는 이름이 바로 '타이쿤'이었다. 이런 이름이 어느덧 모바일 게임으로 까지 침투하게 되는데….
아마도 그 제목의 원조는 '붕어빵 타이쿤'이 아니었나 싶다. 붕어빵을 만들어 파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그래서 붕어빵 업계의 대부가 되려는 다소 거창한 꿈을 가지고 만들어진 게임. 제작사는 창작 게임이라고 빡빡 우기지만, 그 역시 표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붕어빵 타이쿤'의 히트 후, 많은 모바일 게임에 '타이쿤' 이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모바일 게임에 붙는 '타이쿤'이라는 이름은 경영 시뮬레이션의 의미와는 조금 달라졌다. 물론 "타이쿤"류로 분류되는 많은 모바일 게임이 경영 시뮬레이션을 소재로 하고 있긴 하지만, 모바일에 타이쿤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타이밍 좋게 버튼을 누르는 아케이드 성 게임이라는 점이 은연중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청바지를 소재로 한 블루진 타이쿤

KTF 게임 분류에 보면 RPG/연애시뮬/타이쿤 이라는 분류가 보이는데, 모바일에는 '타이쿤'류라는 분류항목이 생길 정도로 유사한 게임 장르가 인기를 끌어 왔다. 문득 생각나는 작품만 해도 '짜요짜요 타이쿤', '커피커피 타이쿤', '떡볶이 타이쿤', '햄버거 타이쿤', '트럭 타이쿤', '마법상점 타이쿤' 등등… 정말 많은 타이쿤 타이틀의 게임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지금 리뷰할 예정인 '블루진 타이쿤' 이다.

블루진 타이쿤은 모바일 타이쿤 게임의 문법을 충실히 따라 가고 있다.
블루진 타이쿤은 청바지 가게를 경영하는 게임이다. 무엇인가를 경영하는 모바일 타이쿤 게임을 잘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타이쿤 게임과 같이 올바른 타이밍에 버튼을 제대로 눌러 주어야 하는 게임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게임의 방식까지… 기존의 방식을 거의 답습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 특별한 점이 없다면 이 게임의 존재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과연 이 게임은 존재가치가 있는 게임인가? 그렇다면 이 게임의 생존전략인 기존 타이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하나 하나 짚어 보자.


차별화점은 무엇인가

게임소재
청바지 가게를 운영한다는 소재를 채택하고 있다. 타이쿤류가 주로 먹는 것에 치우친 감이 있다면, 일단 입는 것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봐줄만 하다.

게임 진행 방식
이 게임을 제작한 제작사에서는 5가지 미니 게임이라고 게임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소개는 다소 과장이 있다. 이 회사의 분류 방식에 따른다면 짜요짜요 타이쿤도 5가지 게임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청바지 팔기, 환불해주기, 깎아주기, 사이즈 바꿔주기, 영수증 끊어 주기 등 5가지 동작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을 모두 각각의 게임이라고 해서 5가지 게임이 들어있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 부디 속지 마시길. 일단 게임은 1가지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게임은 1주일 동안 청바지를 팔게 되어 있다. 딱 7일 동안이다. 해보니까 20분 정도도 안 걸리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이 게임의 1회 플레이 타임은 20분 안쪽이라고 생각해 두자. 두고 두고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것은 게이머들의 자유이긴 하지만.


20분이면 끝난다

게임은?
게임은 타이밍 정확하게 1번부터 6번까지의 키를 번갈아 누르는 것이다. 짜요짜요 타이쿤 같은 게임을 즐겨 봤다면 게임 방식에는 익숙할 것이다. 짜요짜요 타이쿤과 초밥의 달인에 나오는 방식들을 채용했는데,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게임을 무척이나 쉽게 배울 수 있는데, 다시 말해 그다지 신선한 것이 없다는 뜻도 된다.

청바지 타기 이벤트
이 게임의 모드는 "청바지타기 모드" 와 "연습모드" 2가지로 나뉘어 진다. 게임은 이 두 모드가 거의 유사하게 진행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청바지 타기 모드를 하려면 50원을 내고 등록을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7일간의 경영이 끝나고 랭킹을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이다.(기억하시라, 이 게임은 7일 밖에 진행이 안된다.). 랭킹 등록을 한 후에 랭킹이 20위 안에 들면 매주 추첨해서 청바지를 준다고 한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기분이 조금 나빴었다. 이유는 "청바지타기 모드"가 메인 게임이고 "연습모드"는 그냥 튜토리얼 정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두 게임이 무척 유사하며, "연습모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청바지타기 모드"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청바지타기 모드를 하려면 할 때마다 50원을 내야 하는데, 이것은 게이머로서 만만치 않은 부담을 가질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무료로 계속 즐기기 위해서는 연습모드로 게임을 해야 하는데, 연습모드로 게임을 하다 보니, 내가 게임의 주인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뒷문으로 출입하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극장 표를 사서 영화를 보러 갔는데, 앞문으로 들어 가려면 돈을 더 내야 하고, 똑같은 영화를 보려 해도 뒷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 있겠는가?


청바지타기 이벤트에 등록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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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묘한 기분이.. 첫 느낌은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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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일때.사람들이 바글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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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엔 사이트 블루진 타이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인데, 이런 류의 글이 상당히 많이 올라와 있다.
이거 대체 어떻게 하는 겁니까? 시작목록보면 [청바지타기 이어하기 연습하기] 등등으로 되어있는데, 왜 시작하기는 없습니까? 연습하기랑 이어하기는 별로 상관이 없는 듯하군요. 대체 본 게임은 어떻게 합니까? 원래 [시작하기 이어하기 연습하기] 이렇게 구성되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어쨌든 제가 궁극적으로 물어보자는 것은 연습하기라는 게 본 게임이라는 겁니까? 입니다. 연습게임 1주일 씩 할 때마다 도움말 나와서 상당히 짜증납니다. 빨리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연습하기는 할 때마다 설명이 나와 짜증나고, 청바지타기는 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이어하기는 청바지 타기만 지원된다.)개발사가 50원 벌어가는 것도 좋지만 게이머 입장에서는 불편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생존전략인 다른 타이쿤과의 차별성은 일단 소재 외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청바지 타기 모드처럼 독이 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청바지 가게"라는 것이 다른 단점들을 커버할만큼 매력적인 소재가 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게이머들에게 맡기겠다.

과장광고의 문제
블루진 타이쿤의 소개글을 보면 상당히 멋들어진 게임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게임에 대한 공식 소개 문서는 항상 매직엔 사이트에 있으니까, 매직앤 사이트를 보면 대충 게임의 내용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매직엔 사이트는 다른 이동통신사보다 훨씬 깔끔하고 잘 되어 있다.(게임은 역시 KTF가 최고다.)그런데, 이 매직엔 사이트의 문제점이, 소개글을 개발사들이 올리고 있어 다소 과장된 소개문서가 올라온다는 것이다. 블루진 타이쿤의 소개 문서도 예외가 아닌데, 우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5가지 미니 게임이라는 말은 아주 심한 과장이다. 그냥, 1가지 게임에서 5가지 동작을 취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 한 개의 게임도 그다지 풍부한 내용을 지니고 있지 않다. 또, 소개 문서에 보면 중간에 헐크가 등장한다고 하고 헐크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데, 헐크가 등장한다고 해서 게임이 달라지진 않는다. 그냥, 헐크는 청바지를 비싼 값에 사갈 뿐이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을 괜히 캐릭터를 강조해서 기대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의문이 드는 것은 과연 개발사가 헐크라는 캐릭터의 라이센스를 제대로 취득했을까 하는 거다. 녹색 괴물 헐크는 알다시피, 저작권자가 존재하는 만들어진 캐릭터다. 이렇게 함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것이다. 이런 게임 만들려고 라이센스를 취득했다면 좀 오버하는 것 같고, 어떤 경로로 헐크가 이 게임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추측컨대 헐크의 등장은 불법 캐릭터 도용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또, 이 게임은 지역광고를 통해 게임의 양상이 변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데, 이것도 과장광고다. 이 지역광고라는 것이 게이머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통상 4일 째나 5일 째부터 가게운영을 시작하기 전에 "지역광고가 나갔습니다."라는 공지가 뜰 뿐이다. ?이 광고가 나가게 되었는지 게이머는 알 수가 없다. 지역광고가 나갔다면 손님이 좀 많아져야 할텐데.. 뭐 그다지 느낄만큼 손님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난이도 조절을 위해서 지역광고라는 것을 넣었을 것 같은데… 롤러 코스터 타이쿤 처럼 내가 필요할 때에 결정을 해서 광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받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시스템이다. 물론, 이렇게 과장된 선전을 하게 되면 게임의 매출이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게이머를 우롱하는 결과밖에 더 되겠는가? 개발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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