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나온 타이쿤 중에는 가장 괜찮은 편

붕어빵 타이쿤의 대성공 이래로 타이쿤 게임은 지칠 줄 모르고 나오고 있다. 제목에 타이쿤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게임도 부지기수인데, 타이쿤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지 않더라도 타이쿤 게임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게임이 많이 있으니, 단일 장르로서는 가장 많이 개발되는 게임일 것 같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아주 독특한 우리 나라만의 모바일 게임인 것이다.

이렇게 많이 나오는 타이쿤 게임이 그래도 계속 나올 수 있는 것은 게임방식과 소재의 무궁무진함 때문인 듯하다. 거의 모든 분야를 소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소재만 조금씩 바꾸면 무한한 변주곡의 연주가 가능한 것이다. 타이쿤 게임이 이처럼 많이 나온다는 것은 유저들의 반응이 그만큼 좋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 리뷰할 작품은 타이쿤 작품 중의 하나인 "편의점 타이쿤". 이 작품은 오픈타운에서 개발하여 발매한 것이다. 리뷰는 KTF 판을 기본으로 하였다. 게임은 KTF 버전이 가장 좋다. 게임은 역시 KTF인 것이다. 물론, WIPI 라는 플랫폼의 도입으로 곧 하향평준화되겠지만.

이 게임은 그야말로 타이쿤 게임이다. 즉,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 버튼을 눌러 주면 되는, 모바일에서 보여주는 전형적인 타이쿤 게임을 하고 있다.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편의점의 주인이 되어 편의점을 경영하게 된다. 물론, 제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게임의 내용이다. 게임 자체는 게임 제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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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파는 재미는 다른 게임과 그다지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역시 이런 종류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짜요 짜요 타이쿤" 이 아니었다 싶다. 하지만, 이 게임은 기존의 타이쿤 게임과는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우선, 타이쿤 게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 판매 때의 버튼 연타 말고도 할 일이 조금 더 있다는 점이 호감이 간다. 편의점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 게이머는 상품도 구매해서 갖추어 놓아야 하고 ATM 기기나 감시카메라 같은 장비도 구매해야 한다.오로지 매장에서 물건만 파는 ";블루진 타이쿤" 같은 게임에 비해면 게임 내용이 아주 풍부한 편이다.(블루진 타이쿤은 게임을 할 때마다 돈을 받는 양아치 같은 운영방식때문에 더욱 기분 나쁜 게임이다.)

물건과 장비와의 상관관계를 설정한 것도 좋았다. 예를 들어 냉동고를 구입해야 아이스크림을 판매할 수 있다던지 하는 설정은 게임의 사실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 밖에도 서울 시내 다른 지역의 점포를 구입하거나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참신한 기획이 돋보인다. 아마도, 기획자의 생각에서는 게임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유저들이 자금이 넘쳐서 고민할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자금을 잃게 만드는 미묘한 밸런스를 적용하자니 머리가 아팠을 것이고, 다른 점포를 사서 관리비를 낸다는 설정으로 자금을 환수하는 아주 기막힌 해결책을 제시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생각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에 점포를 살 곳이 많으므로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씩 등장하는 상품 얻는 미니게임이라든지 도둑의 등장 같은 점도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좋은 요소가 된다. 트럭이 지나가는 미니게임을 잘 하게 되면 상품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짜요짜요를 어느 정도 흉내낸 듯한 도둑의 등장(짜타에서는 늑대의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도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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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는 솔직히 별로다. 특별한 그래픽이나 사운드가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픽이 중요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너무 그래픽에 목숨 걸지 말자. 역시 게임은 재미있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 아닌가?

이 게임은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게임이다. 타이쿤 게임에 필요한 요소들을 잘 갖추어 놓았고, 게임 진행을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최근 나온 타이쿤 게임 중에서 그런대로 할만한 게임이다.(필자는 아직 짜요짜요 타이쿤2는 해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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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까지는 게임 자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필자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이 게임에는 게임 외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게임 속에 등장하는 "광고".

게임은 편의점을 소재로 했는데, 그 편의점의 모습이라는 것이 누가 봐도 세븐일레븐을 연상시킬 수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상품 구성은 한 술 더 뜬다. 상품 속에는 "자일리톨" 이라는 상품명이 여과 없이 그대로 나온다.(둘 다 롯데 계열이 아니었던가?)

컨텐츠 내에 광고하는 것, 이른 바 PPL 광고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다. BMW가 나오는 007 시리즈라든가, 애니콜이 나오는 매트릭스 같은 것은 아주 유명한 사례이다. 이제는 게임 속에서도 흔히 광고를 볼 수 있다. 코나미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의 나이키 같은 사례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

미국의 예를 보면 EA 는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의 광고비를 받고 게임 속에 광고를 삽입해 주고 있다. TV나 인터넷 광고는 정체인 반면 게임 내 광고는 연간 성장률이 60%나 된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게임 속 광고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편의점 타이쿤을 보면 광고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게임 내에서, 특히 모바일게임 내에서 광고를 집행한다는 것은 게임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제작사에 직접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광고가 아니라면 이렇게 게임 속에 실제 상품을 넣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미국은 현재 성인 게이머들의 비중이 많이 높아졌다. 과거 닌텐도로 게임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성장해서 이제는 20~30대의, 구매력을 갖춘 게이머들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성인들만을 위한 게임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구매력을 갖춘 이들을 타겟으로 성인들만을 위한 광고를 게임 속에 넣는 경우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제작사의 경우, 게임을 제작하기 전에 제작비의 80%정도를 이미 광고로 충당한다고 한다.

모바일 게임의 제작기간은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짧고, 라이프 사이클도 짧은 편이다. 따라서, 시기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서, 혹은 매체로서의 역할도 일정부분 담당할 수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광고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무척이나 궁금하다. 과연 이 게임이 사전에 광고를 유치하여 제작한 게임일까? 만약 그렇다면, 제작비의 몇 %나 광고로 충당했을까? 앞으로 모바일 게임에 광고를 집행할 광고주가 많이 생길 것인가?

오픈타운의 "편의점 타이쿤"은 할만한 게임이다. 최근 들어 나온 타이쿤 중에는 가장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게임보다도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은 게임 외적인 요소에 있다. 게임과 광고의 결합? 과연 어울리는 한 쌍인가? 그것이 게임에 독이 될 것인가 약이 될 것인가?

여러 가지로 할 이야기가 많은 게임이 바로 편의점 타이쿤 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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