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업계, 과대 마케팅 경계해야

"광고를 보고 들어와 봤는데, 재미가 없어서 금방 나왔어요. 요즘은 정말 게임 잘 골라야 해요"

최근 게임 마케팅이 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주요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정작 중요한 게임성이 뒷전으로 밀려나 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미와 게임성'을 보완하는 것 보다 대규모 자본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문제는 이렇게 마케팅 위주로 게임 서비스가 진행되다 보니 게임의 질이 점점 저하되고 대규모 자본을 들였음에도 실패하는 사례가 늘어나 게임업계에 자본 유입이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가다간 게임 자체의 발전이 둔화되고 해외 경쟁력도 약해지며 급기야 업계 자체가 축소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웹젠의 '썬'은 대규모 마케팅에 비해 부족한 게임성으로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게임은 MMORPG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리니지'를 위협했던 인기 게임인 '뮤'의 다음 작품 격으로 등장한 게임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고 또한 그만큼의 다양한 마케팅으로 일반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쓸데없는 그래픽 이펙트의 난무와 깊이 없는 게임 내용, 그리고 단순 전투만 강조하는 구시대적 게임 방식으로 인해 게이머들의 외면을 받았다. 웹젠은 올해 '헉슬리'와 '일기당천' 등 신작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게이머들의 웹젠에 대한 믿음은 사라진지 오래다.


올해는 프리챌이 웹젠의 뒤를 이었다. 올해 초 야심차게 게임사업에 진출을 표방했던 프리챌은 '투워'와 '큐로큐로 온라인' 등을 퍼블리싱하고 있지만 부족한 게임성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간판작이라 할 수 있는 '투워'는 겉모습만 2차 세계 대전 일뿐 게임성은 구작들의 플레이 패턴과 거의 차이가 없으며, 저격 총이 난무하는 전투 스타일 때문에 초보자 게이머들에게 외면을 사고 있다. 또 총기들의 밸런스 문제와 게임이 다운되는 버그들, 최적화 실패 등 게임성 보완이 시급한 상태다. 프리챌 측은 이벤트를 열고 홈페이지 구성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마케팅으로 게이머들을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오픈 베타 이후 추가적인 업데이트가 없어 '투워'의 동시접속자는 계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또한 프리챌 측은 동영상 포털 전환을 선언하면서 현금을 이벤트 상품으로 걸었다가 지탄을 받았으며, 웹보드 게임 쪽에서도 각종 경품을 대거 걸어 사행성을 높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경품으로 살림 장만이 가능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들릴 정도다.


올해 캐주얼 액션 장르 중 최대어로 꼽혔던 SD건담캡슐파이터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담'이라는 유명 콘텐츠와 소프트맥스의 확실한 개발력, CJ인터넷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마케팅으로 초반 돌풍을 일으켰으나, 초보자를 배려하지 않은 게임성과 밸런스 붕괴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해 게이머 수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 5월 부분유료화를 실시하면서 콘텐츠도 다수 추가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흡사한 형태로 만들어져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던 4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광고로 인해 호기심을 갖고 게임에 접속했던 게이머들이 부족한 게임성과 복잡한 게임 방식으로 인해 불만을 가지고 게임을 종료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이렇게 대규모 자본을 들인 게임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마케팅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게임성이 기본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게임 마케팅이란 게임이 재미있은 뒤에야 빛을 발하는 것"이라며 "보다 참신하고 게이머들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성 강화 인식이 게임업계 전체에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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