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특수 ‘공포게임’ 올해는 안 나오나요?

게이머들에게 여름하면 공포게임을 선뜻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올해에는 공포를 소재로 한 게임의 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매년 꾸준히 출시되던 공포게임들이 올해 들어 뚝, 끊어져버렸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여름특수를 노리기 위해 등장하던 공포게임이 올해부터 출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특히 공포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계속 출시 라인업이 줄다가 공포게임이 맥락이 끊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도 한다. 하지만 답답한 건 공포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사 역시 마찬가지. 공포게임의 말할 수 없는 속사정, 게임동아에서 알아봤다.

* 사람 놀라게 하는 일, 웃기는 것보다 어려워요

올해 공포게임이 게임시장에서 등장하지 않는 건 비단 국내 게임시장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현재 해외 게임시장에서 출시했거나 출시가 예정된 공포게임은 기껏 해봐야 3~4개. 이는 작년에 출시가 된 공포게임에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작년에는 시에라社의 'F.E.A.R' 을 비롯해 세가의 '컨뎀드', 캡콤의 '데드라이징' '바이오하자드4' SCE의 '사혼곡 : 사이렌2'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공포게임이 출시됐지만 올해는 현재 Xbox360용 '더 다크니스'가 유일한 공포게임이다. (모바일 제외)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공포라는 소재가 가진 한계성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공포게임들은 대부분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혐오스럽고 자극적인 연출을 통해 공포를 전달하기 마련인데, 이 같은 방법이 몇몇의 정형화된 모습 외에 다른 방법으로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외에서 제작되는 공포영화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매년 영화 전문가들이 국내 공포영화가 매년 제자리를 걷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소재의 한계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문제를 뛰어넘기 위해 싸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검은집'이나 옴니버스식의 과거 이야기를 그린 '기담' 등의 작품이 개봉,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공포라는 소재는 제작자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은 존재다.


또한 아무리 체계적이고 준비가 된 공포라고 해도 8시간, 10시간 플레이해야 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전달에 무리가 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것도 반복적으로 보다보면 면역이 되기 마련이다. 영화의 2시간 정도의 런닝 타임에도 후반부에 지쳐서 하품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10시간정도의 플레이타임을 제공하는 공포게임을 즐기면서 공포를 느낄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외에도 발전하는 하드웨어의 성능과 개발 여건의 개선 등에 비해 사람에게 공포감을 전달하는 방법은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도 공포게임의 등장을 막는 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최근에 등장한 대부분의 공포게임들은 공포라는 하나의 소재보다는 FPS, 액션 등의 다른 장르와 혼합된 모습을 보고 있다.

* 퓨전 장르로 재탄생된 공포게임

Xbox360용으로 출시된 '더 다크니스'의 경우 변화하고 있는 공포게임의 모습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마피아 집단에게 복수하고 최고 자리에 오르기 위한 주인공에게 악마의 저주에 걸리면서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 게임은 뛰어난 액션성 외에도 어두운 분위기, 심장을 빼먹거나 머리를 날리는 장면 등을 넣어 혐오스러우면서도 공포스러운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이 같은 퓨전 장르 시도는 이미 여러 차례 등장해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시에라의 FPS 게임 'F.E.A.R'의 경우 서양에서 보기 힘든 동양적인 공포소재와 서양 특유의 공포를 잘 섞어 많은 게임 마니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해당 게임은 해외 웹진에서 10점 만점에 평균 9.0을 받았다) 또한 영화 '새벽의 저주'를 오마주한 캡콤의 '데드라이징'도 공포와 블랙 코미디, 액션을 잘 혼합한 게임성과 Xbox360 성능을 최대로 살린 멋진 연출로 2006년 최고의 호러게임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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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런 퓨전 장르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 사이에는 공포와 액션이 혼합된 장르 게임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먼저 Xbox360, PS3용으로 발매가 예정된 '바이오하자드5'는 도시라는 배경을 떠나 아프리카 난민촌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공포게임으로 '바이오하자드2'에서 크게 재미본 재핑 시스템과 차세대기의 성능을 살린 대규모 좀비 액션, 기후 변화에 따른 진행 방법 변경 등 전작을 능가하는 다양한 신 시스템이 도입돼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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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와 게임 개발로 유명한 클라이브 바커의 신작 '클라이브 바커의 제리코' 역시 호러 마니아들의 기대를 사고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의 괴물들과 싸우는 공포게임으로 다양한 능력을 가진 분대원들과 함께 사라진 7명의 대원을 찾아야 내야 한다. 특히 클라이브 바커가 직접 맡은 몬스터 디자인은 공포감을 극대화 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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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x360으로 출시되는 '바이오쇼크'도 새로운 방식의 공포게임으로 호러마니아들을 자극하고 있다. 랩쳐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아담'이라는 유전자 조작 물질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 게임으로 살인에 중독된 '스플라이서'들과의 숨 막히는 결투와 황폐화된 미래의 도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습격 등 다양한 공포 패턴이 특징이다.

* 내년에는 더 많은 공포게임이 나와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길..

어쨌든 올해는 공포게임 마니아들에게는 그리 즐거운 날들은 아닌 것 같다. 공포게임은 몇 년 사이에 큰 하락세를 걷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공포게임이 아예 개발이 되지 않은 건 아니기에 마니아의 입장에서 좀 더 기다려보도록 하자. 내년부터 다시 한 번 공포게임 열풍이 시원하게 불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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