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파판' 등 인기 게임들 '탈 장르화' 현상 가속화

RPG면 RPG, 액션이면 액션 특정 장르만을 고집하던 인기 시리즈 게임들이 다른 장르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소위 '대박'을 낸 게임들이 1, 2, 3편 등 계속 발매되며 시리즈화 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장르로 진출해 전체 게임시장 잠식에 나선 것. 이렇게 '탈장르화'를 선언한 인기 게임들은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다른 장르로 발매되어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게임계의 장르를 넘나드는 현상으로 인해 과거처럼 개발사들끼리의 '시장 나눠먹기'는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각 게임사들이 다른 장르의 시장을 넘볼 수 있는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 사장세에 놓인 대전 격투 게임, 액션 장르를 넘보다

대전 격투 게임은 점점 액션 장르로 탈바꿈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격투 게임 자체가 액션성이 풍부하고 캐릭터성도 뛰어나 액션 게임으로의 변형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 이러한 액션 장르로의 '나들이'는 사장세에 놓여진 격투 게임의 시장을 타파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아크시스템웍스에서는 Xbox360용으로 올 겨울 발매할 예정인 실시간 전략 액션 게임 '길티기어 2:오버추어'를 최근 공개했다. 2D 대전 격투 게임으로 유명한 '길티기어'가 플랫폼을 옮기면서 장르까지 바뀐 것이다.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바뀌어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한 이 게임은 대전 격투와 실시간 전략을 혼합해 이슈를 얻고 있다. 또 '길티기어' 시리즈는 지난해 PSP용 '길티기어:저지먼트'라는 2D 횡 스크롤 게임으로 이미 '탈 장르화'를 선언한 바 있다.


반다이남코게임스도 인기 대전 격투 게임 '소울칼리버'를 검극 액션화한 새로운 게임 '소울칼리버 레전드'의 발매를 정식 발표해 이러한 기운을 이어가고 있다. Wii 전용 게임으로 제작돼 올 겨울 일본과 북미에 출시될 예정인 이 게임은 Wii의 조작기를 검처럼 휘두르고 적을 넘어뜨리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동사의 대전 격투 게임 '철권'이 작년 '데스 바이 디그리스 철권 니나'라는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PS2에 발매돼 액션 게임화된 적이 있다.

* 롤플레잉과 RTS도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다

대전격투 뿐만이 아니다. 롤플레잉 게임에서도 이러한 장르 변화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특히 대전 게임과 달리 롤플레잉 게임은 넓은 세계관과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시뮬레이션 RPG, 슈팅 등 다양한 장르로 외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통 롤플레잉 게임계의 전설로 군림하고 있는 '폴아웃'은 그 전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폴아웃 택틱스'라는 RTS 장르로 발매된 적이 있으며, 지난해에는 스퀘어에닉스의 인기작 '파이널판타지7'이 3인칭 슈팅 게임 '더지 오브 켈베로스'로 출시돼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동사의 최신작 '파이널판타지XII'도 '파이널판타지XII:레버넌트 윙'이란 이름의 NDS용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으로 발매돼 장르의 외도에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변화는 RPG뿐만 아니라 RTS도 마찬가지다. 다른 장르로 변화한 대표적인 RTS 게임으로는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3'가 있다. 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여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만들어졌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파격적인 인기를 끌어냈다.

판타그램의 인기작 '킹덤 언더 파이어'도 Xbox용 게임으로 선회하며 3D 전략 액션 게임 '킹덤 언더 파이어:크루세이더'가 만들어졌고, 올 가을에는 상위 기종인 Xbox 360용으로 '킹덤 언더 파이어:서클 오브 둠'이 발매할 예정이다. 또 웨스트우드의 인기 RTS 'C&C'는 심지어 'C&C 레니게이드'라는 이름의 FPS 게임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 게임 장르의 변화가 오는 이유는

이렇게 수많은 게임들이 자신이 고집한 장르를 떠나 변화를 모색하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함'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전문가들은 변화의 가장 큰 이유로 개발사들이 새 브랜드로 신 장르에 도전하기에 부담을 크게 느끼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Xbox360과 PS3 등 최신 게임들은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올라갔고, 그런 상태에서 시리즈물을 제외하곤 신작들의 판매량이 신통치 않다는 것, 그래서 새로운 장르로 진입할 때 '보험을 드는 기분'으로 지명도 있는 브랜드를 쓴다는 것이다. 장르가 바뀐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 경우에 포함된다.

이렇게 보험을 드는 방향 외에도 장르가 변하는 이유는 플랫폼이 변화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정용 게임기 게임을 휴대용으로 내거나, 같은 가정용 게임기라도 하드웨어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날 때가 있다는 것. 이때 해당 플랫폼에 맞춰 새로운 게임을 내다보면 장르가 변한다는 것이다. 전술한 '파이널판타지XII:레버넌트 윙'도 가정용 게임기에서 휴대용 게임기로 옮겨가며 그 장르까지 바꾼 케이스다. 또 제작사 입장에서 게임을 만들다 보면 내용 전개를 해당 장르만으로 표현해내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타 장르로써 한계를 극복하고 그 세계를 확장해가기 위해 장르를 바꾸기도 한다. '워크래프트3'를 기반으로 해서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그 대표적인 예다.

게임 장르의 변화에 대해 업계의 한 제작자는 "기존에 갖고 있던 인기작이 있음에도, 새로운 장르의 새로운 타이틀로 준비해보려 했더니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기존의 인기작을 빌려 같은 장르의 게임을 준비하니 손쉽게 퍼블리싱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제작자는 "수작이든 졸작이든 일단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 평가가 된다. 인지도라는 측면에서 인기작의 힘을 빌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작자는 또 "'우려먹기'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다른 장르에서 만날 수 있다며 좋아하는 게이머들도 다수 있다"고 덧붙였다.

객원기자 : 블루파일(mykyoko@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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