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에 어울리는 게임 등장!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PSP는 엄연히 휴대용 게임기이다. 휴대용 게임기라는 정체성을 혼란하게 할 정도의 압도적인 액정과, 성능, 그리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 때문에 종종 그 사실이 묻혀버리기도 하지만, 결국 본질로 돌아오면 PSP는 휴대용 게임기다. 하지만 PSP의 게임들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이 비디오 게임기 PS2에서 이식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휴대용 게임기이면서 휴대용 게임기다운 게임이 없는 괴이한 현상, 이는 PSP가 아직까지 휴대용 게임기로서 안착하지 못한 게임기라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예가 된다.

서드파티들이 이렇게 리메이크만을 일삼거나, 혹은 PS2의 연장선 상으로 PSP를 바라보고 있다면 정작 휴대용 게임기로서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 것은 응당 PSP의 개발사인 SCE의 몫이다. 실제로 SCE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이고(아직까지 별다른 수확은 없어보이지만),그래서 PSP를 위한 휴대용 게임기스러운 게임을 발매하려고 하지 않나 싶다. 그런 SCE의 첫 성과인지, 드디어 PSP에 제대로 된 휴대용 게임스러운 녀석이 등장했다. 동글동글 귀여운 원숭이들이 가득한 미니게임의 집합체! '삐뽀사루 아카데미~아 – 사고뭉치능력평가 완전정복'(이하 '삐뽀사루 완전정복')이 바로 그 게임이다.


다양한 모험이 시작된다


미니게임으로 이뤄진 '삐뽀사루 완전정복'의 세계
'삐뽀사루 완전정복'은 다양한 미니게임의 모음집이다. 미니 게임이라고 하면 다소 가볍게 보는 게이머들이 있지만, PSP의 라이벌 기종인 NDS에 미니 게임으로만 구성된 '메이드 인 와리오'가 수 개월간 일본 게임 판매순위 탑 5위안에 들 정도의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걸 볼 때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알아두자(특히 휴대용 게임기에선 그렇다).


미니게임이 가득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미니게임이지만 튜토리얼(안내)이 충실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난이도 자체도 높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은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난이도 뿐만 아니라 미려한 3D 그래픽으로 펼쳐진 필드 위에 귀엽기 그지없는 원숭이들이 뛰노는 걸 본다면 그 귀여움에 거부감을 느낄 게이머는 그다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삐뽀사루' 시리즈를 해본 게이머는 알 수 있겠지만, 원숭이들은 머리 위에 뭔가를 쓰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지능 강화용 헬멧이다. 기본적으로 '삐뽀사루' 시리즈는 지능이 강화된 원숭이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도 이는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 작품은 지능이 강화된 원숭이들이 인간에게 대드는(?)내용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색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간단하다- 는 것이 남겨준 짤막한 쾌감 공식
NDS의 '메이드 인 와리오'가 단 3초간의 시간에 모든 것을 판단해서 결정을 내리는 '즉흥적인 재미'를 강조했다면, '삐뽀사루 완전정복'은 그보단 다소 느리게, 차라리 편안한 느낌을 준다. 게이머는 느긋하게 설명을 듣고(어떻게 보면 짜증이 날 만도 한 UMD의 로딩을 거쳐서)게임에 임하면 된다. 게임에 대한 튜토리얼(초반 설명)이 자세하기 때문에 모르는 게임이 나오더라도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다. 또한 대부분의 게임들이 복잡한 로직이나 조작법을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키와 버튼 한두 개 만으로 조작가능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게임 초보자에게 알맞은 느낌이다. 보다 하드코어해지고 있는 PSP에겐 참 적당한 컨셉의 게임이 아닌가 싶다.


간단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즐겨본 게이머는 알겠지만, 하나의 미니 게임을 인식하고, 즐기는데는 대략 1~2분 정도가 소요된다. 미니 게임은 전혀 생각치 못했던 것들부터 게임 마니아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음직한, 혹은 한번쯤 즐겨봤음직한 것까지 포함해 총 47종이 준비돼있다.

축구, 가위바위보, 바나나 지키기 등 색다른 미니게임이 많은데, 그 종류도 난이도에 맞게 또 세분화되므로 '익숙해지면 재미없지 않을까?' 란 의구심은 가질 필요가 없다. 오래 즐기더라도 별탈없이(?) 무난하게 계속 즐길 수 있는 장치는 이 게임 곳곳에 숨어있다.


한글화로 양념이 더해진 코믹스러운 웃음
단순히 몇 개의 버튼만을 이용한 미니 게임이 잔뜩 펼쳐져 있더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동기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일 것. 이 게임은 그런 점을 감안했는지 굉장히 스토리 성을 강조한 면모를 보인다. 특히 게임 자체가 워낙 코믹스러운 설정을 띄고 있는데다, 완벽 한글화로 말조차 우스꽝스럽게 표현되다보니 게임을 즐기며 '미소'를 짓기엔 더할 나위가 없다.("이제부터 ~~한다 구리구리~" 라든지, "와우~ 너, 환상이야~" 등의 대화를 듣는다면, 웃음이 나거나 아니면 좀 더 힘내게 될 듯.)


코믹 그 자체. 한글화는 정겹다


특히 처음 등장할 때부터 '원숭이를 교육시키는' 아카데미라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하게 해주는데, "삐뽀사루 아카데미에 온 것을 환영한다" 라는 첫 대사를 듣는 순간부터 슉슉 게임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어리둥절 흐믈흐믈 거리는 원숭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비장의 각오, 그런 각오가 당신의 머릿속에서 퐁퐁 샘솟길 빈다.


돌발상황 등 다양한 스토리성이 첨가


쉽고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후반의 높은 난이도에도 주목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간단한 처음의 나레이션을 거친 후 기초 테스트를, 그리고 이후에는(다소 진부할 수도 있지만)학년을 단계별로 밟아가면서 미니게임을 풀면 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미니게임은 한 학년 당 9개식 배정되어 있는데(뒷부분에선 늘어나지만), 33열로 준비된 이 미니게임 중 이동하는 커서에 맞춰 원하는 게임을 선택하면 된다. 미니게임이 주욱 나열돼 있는 상태에서 커서가 이동할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타이밍에 맞춰 선택하면 되는 것. 또 단순히 미니게임을 선택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학년의 클리어 조건에는 '빙고' 게임이 접목돼 있어 긴장감을 더해준다. 즉 33의 블록 모양으로 미니게임이 쌓여진 가운데 하나의 미니 게임을 선택한 후 클리어하면 동그라미(O)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엑스(X)를 받게 되는데, (O)를 가로나 세로로, 혹은 대각선으로 세줄 연속으로 받아서 '빙고'를 만들어야 한다.

학년 클리어 조건은 그렇게 빙고를 몇 개 만드느냐로 결정된다. 저학년의 경우 빙고를 한두 개만 만들면 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여러 개의 빙고를 만들어내야해서 클리어 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그것이 '빙고'란 시스템의 맹점이다. 미니게임 하나만 슥 틀려도 '빙고'가 안되는 것.. 후반으로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또, 초반의 경우 모든 미니 게임을 다 클리어하지 못하고 (X)를 받는다고 해도 보충수업을 통해 구명의 기회를 주는데, 이것은 초반에 미니 게임에 어서 익숙해지라는 제작사 측의 배려인 듯 싶다. 후반에는 알 수 없는 방해자들이 튀어나오는 등, 스토리적으로나 난이도 적으로 긴장해야할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다.

미니 게임이라는 컨셉에서 오는 PSP 하드웨어의 한계
앞서 여러가지 얘기로 이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얘길 해보았지만, 이 게임은 가장 휴대용 게임기에 적합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또 가장 PSP와는 맞지 않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니게임을 접하려면 꽤 오랜기간의 로딩이...


그 이유는 다름아닌 로딩! 때문인데, 단순히 1분 정도의 미니 게임을 위해서 매번 수 초간의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것은 성격 급한 사람들에겐 쥐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게임에 들어가기전에 긴 로딩이 한 번 있고 이후부턴 로딩을 줄이거나 아님 거의 없게 만들었음 어땠을까. 미니게임에 들어가기전 항상 5~7초정도의 로딩과 게임끝나고 빠져나갈때 5초정도의 로딩을 감수해야하는 것은 어렵고 까탈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로딩과 단순한 미니 게임의 모음이라는 이유로 이 게임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다소 미니게임의 로딩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못견딜 정도는 아니다. 차라리 초보자에게는 로딩하는 시간동안 어떤 미니 게임이 나올지 기대하거나, 혹은 조작법을 다시 한번 숙지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편안하게 즐기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로딩!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겨라!

마치며..
'뀌익~' 거리는 귀여운 원숭이들, 그리고 필자가 미처 언급하지 못했던 2인대전과 4인대전 모드, 그리고 게임을 완성하는 여러가지 요소들.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울러진 것이 바로 이 게임, '삐뽀사루 완전정복'이다.


무엇보다 폭탄받기, 축구, 퀴즈 게임 등 다양한 모드의 게임 47종을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PSP를 여자친구나 게임 초보자들에게 전혀 부담없이 건네줄 수 있다는 점도 이 게임을 살 이유가 되지 않을까? 여튼간에, 바쁜 일상이 계속되는 요즈음에 틈틈이 해볼 수 있는 미니게임 모음집이 발매되서 다행이다. 완벽 한글화인만큼 로딩을 감수한다면 이 게임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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