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한국e스포츠협회, 제동장치 마련해야

"하아.. e스포츠협회가 언제쯤 생길지 원..."

e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요즘 게임사들, 하지만 이런 게임사들의 실무 담당자나 CEO들을 만나보면 위와 같은 탄식이 이어진다. e스포츠협회가 출범한지 몇 년이나 지난 지금 그게 무슨 얘기냐고 물었더니, "지금 e스포츠협회가 무슨 e스포츠협회입니까? 방해만 되는데.. 제대로 된 협회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얘기가 돌아왔다.

현 e스포츠협회가 진짜 'e스포츠'협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게임업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게임업체에서 자신의 게임을 e스포츠화 하고 싶다고 e스포츠 협회를 찾은 다음에는 어김없이 한숨이 나온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현 e스포츠협회가 하는 모든 일들이 '스타크래프트'를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실질적으로 자사 게임을 e스포츠화 하는데 걸림돌만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e스포츠협회는 프로게이머 선수들 관리와 국내에서 가장 큰 '스타크래프트' 리그인 프로리그를 전담하고 있다. 그 외에 공인 종목과 공인 대회 등을 관할하기도 하며 공인 종목의 경우 심판을 배치해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e스포츠협회의 행보에 국내 게임사들은 '열이면 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e스포츠협회가 자사의 게임을 공인 종목으로 선정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그 게임으로 공인 대회를 시작하려고 하면 협회로부터 항상 '맘대로 지시'가 내려온다는 것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 될 방향으로 대회를 진행하고 싶은데, 일정 조정, 로고 조정 등 사사건건 방해하고 '지시만 내리는' e스포츠협회에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한 개발사의 관계자는 "사실 e스포츠협회가 하는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자기들의 존재의의를 살리려고 일부러 그러는(방해하는) 것 같다"라며 "협회가 심하게 간섭하는 이유가 일단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중점으로 두고 우리 게임을 뒷전으로 밀기 위함인 것을 안 후에는 상종하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e스포츠협회는 '간섭'과 '지시'로 일관해 개발사들에게 안 좋은 인식을 주고 있지만, 그래도 개발사들은 e스포츠협회에 큰 불만을 토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유는 지자체 차원, 범 국가적인 차원의 대회를 할 때는 공인 대회를 할 경우 자신의 종목이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기는 프로게임단도 마찬가지다. 현재 e스포츠협회에서 심판을 두고 대회를 치르고 있지만, 심판이 마음대로 '판정'을 내린다고 프로게임단들은 토로한다.

한 프로게임단의 감독은 "협회에서 나온 심판의 교육이 절실하다. 현재는 심판이 기분이 좋으면 좋은 판정을 내리고, 기분 나쁘면 자기 멋대로 판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허술한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SK텔레콤이 협회를 맡게 된 이후로 라이벌 회사라 할 수 있는 KTF쪽이 유독 심한 징계를 받아온 것은 이미 업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e스포츠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게이머 소양교육도 체계적이고 '도움이 되는' 교육이 못 된다는 지적이다. 현 프로게이머 소양 교육은 협회에서 지정한대로 운영되고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이 생방송 상에서 욕설을 하는 일 등은 그러한 점을 대변하는 한 예다. 또한 e스포츠협회에서 최근 프로게이머 신인 드래프트를 일방적으로 하지 않아 각 프로게임단들이 신인들을 수급하지 못해 인력 부족을 겪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문제가 생기는 가운데,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e스포츠업계에서도 현 e스포츠협회를 제어할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축구나 야구에도 대한체육회와 선수협회가 협회를 견제하는 것처럼, e스포츠협회가 잘못된 행보를 걷고 있을 때 이를 제어하거나 견제할 기구나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스포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회가 길을 잘못들어 폭주하고 있다면, 응당 이를 교정해줄 세력이 필요한 법이다"라며 "협회가 생긴 뒤 아무리 협회에 힘을 밀어주려고 해도 항상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가니 점점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