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 하락세, 흥행위한 '특효약' 무엇인가

한동안 푹푹 찌던 날씨가 요즘 들어 빠르게 시원해지고 있다. 벌써 가을이 왔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더운 걸 싫어하는 기자에게 이 같은 날씨는 반가운 일이지만 훌쩍 여름이 가버렸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살짝 생긴다. 꼭 올해 상반기 뜨거웠던 FPS 열풍이 갑자기 식어버린 것도 지금의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아쉽게 느껴져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올해 여름 날씨만큼 게이머들의 마음도 변덕스러워 보였다. 상반기에 출시된 수많은 FPS 온라인 게임들은 등장부터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꾸준한 사랑을 받는 건 실패했기 때문. 막상 기존 FPS 게임이었던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를 버리고 새로운 FPS 게임에 정착해줄 것 같았던 게이머들은 몇 차례의 플레이만 해보고는 훌쩍 다시 돌아가 버렸다. 왜 그랬을까.


* 신선한 요소 vs 재미

상반기에 출시된 FPS 온라인 게임들은 '대 테러전'이나 기본적인 게임성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나름대로 신선하고 독특한 요소를 도입해, 게이머들에게 어필했다. '테이크다운'의 경우 총기 변경 시스템과 하트 비트 센서 등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에서 사용됐던 시스템을 일부 도입했으며, '투워'에서는 '대 테러전' 대신 2차 세계 대전 배경을 사용, 고전적인 총격전의 재미를 살렸다. 또한 '랜드매스'에서는 부스터와 지뢰, 다양한 모렛츠 등으로 근 미래 전투를 확실하게 살렸으며, '아바'는 병과의 사용을 통한 전술성을 높이는 등 개발사들은 기존의 게임들과의 차이점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런 신선한 요소는 "과연 재미까지도 만족 시켜줄 수 있는 것인가?" "기본적인 FPS 게임과 연계성은 괜찮은가?" 라는 의문이 생기게 했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FPS 게임들은 자신들이 내민 신선한 요소에 의해 오히려 저 평가 받는 상황을 겪게 됐다. 새롭게 도입한 요소들은 기존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신선하게 다가섰지만 그 신선함이 재미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단순히 구작, 또는 경쟁작들과의 차이를 내기 위한 시도가 밸런스나 재미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시행되면서 초창기에 기획했던 게임 밸런스나 재미 부분이 하락됐다. 물론 새롭게 도입된 요소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게이머들이 신작을 즐기다 구작으로 돌아간 건 이 같은 점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는 이미 FPS 게임 열풍이 불기 전부터 예견된 문제였다. 시각적인 차별점이나 몇 개의 특징으로 게임에 대한 차이를 주는 건 이미 앞서 인기를 끈 리듬 액션 게임이나 캐주얼 액션 게임 장르에서 분명히 문제로 작용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 인기 장르만 쫓는 개발자들의 움직임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성공한 장르의 뒤만 쫓는 국내 개발자들의 마인드다. 게임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발 중인 게임이 꼭 실패하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국내 개발사들에게 실패라는 사례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개발사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나 이미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성공을 한 장르 게임 개발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독창적인 게임보다 벤치마킹을 통한 '성공 포인트 따라하기'라는 결론을 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개발비나 시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성공이 불투명한 색다른 장르 개발 시도가 어렵다는 건 사실이지만 체계적인 기획과 그에 맞춘 개발, 뛰어나진 않지만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춘 그래픽 등,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열정만 있다면 성공도 그리 멀기만 한 과제는 아닐 것이다.


* 국산 FPS 게임들이 참신함과 재미의 타협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국내 FPS 게임들의 해외 FPS 게임과 비교해 수준이 떨어지거나 나쁘다는 건 아니다. 국산 FPS 온라인 게임들은 해외 FPS 게임과 다르게 자신들만의 게임성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개발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FPS 게임들이 고전을 면치 못함으로써 '중요한 점은 외관이 아니다'는 점은 이미 증명이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차피 FPS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총을 쏘고, 서로 겨루는 게임이기 때문에 결국은 쏘는 맛을 느끼게 해주고, 두 번째로 공방에 재미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요소와 함께 더욱 깊은 '차별화'를 꽤해야 한다.

그러한 시도는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일부 아케이드 게임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세가에서 발매한 '버추어캅'이 미려한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한다면, 남코에서 발매한 '타임크라이시스'처럼 숨고 공격하면서 악당들과 실제로 대결하는 듯한 현실감을 주는 게임도 있다. 또 세가의 '머신건LA'처럼 아예 기관총으로 마구 화면을 긁어댐으로써 상쾌감을 추구하는 게임도 있고 '하우스오브데드' 처럼 세계관 자체를 '악마'나 '괴물'과 겨룸으로써 특화시킨 게임도 있다.

이들 게임의 특징은 각각 특유의 '공방'을 만들어냈고, 특유의 '쏘는 맛'을 만들어냈다. 똑같이 총을 들고 쏘는 게임이지만 이들 게임들은 철저한 차별화와 그것들만의 쏘는 감각을 만들어 성공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 아직 실패라 부르긴 이르다. 꾸준하게 노력해 '완성형게임'으로 거듭나야

지금까지 신규 FPS 게임들이 크게 힘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지만 초반 FPS 게임들의 붐을 살펴보면 차별화된 FPS 게임을 기대하는 게이머는 여전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마구마구'의 경우 초반에 큰 이슈를 보이지 않다가 꾸준한 업데이트와 게이머 관리로 현재 CJ인터넷 최고의 수익 게임 중 하나로 거듭났다. '투워'나 '아바' 등 몇몇 FPS 게임들도 현재 고전하더라도 꾸준히 게이머들을 유치하면서 밸런스를 맞추어 나가면 어느 사이엔가 쑥쑥 밀려드는 게이머들로 인해 행복의 비명을 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의 시장은 단순히 성공하겠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국내 게이머는 물론 해외 게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해외 업체들이 너도나도 한국 게임에 눈독들이고 있는 이 때, '국내에서 통하는'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통하는' 마인드로 개발에 임한다면 재미와 성공을 동시에 잡는 게임으로 게임 시장에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상업적인 성공이라는 것을 쫓아 뛰어왔지만 이제는 국내외에서 게임성으로 인정받는 걸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미 국내 게임 개발 능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개발자들이 장인 정신을 가지고 게임을 만든다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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