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A 최고의 액션 슈팅 게임

시작하며...
1993년 세가의 16비트 가정용 게임기 '메가 드라이브(Mega Drive)'로 출시되었던 걸작 액션 슈팅 게임 '건스타 히어로즈(Gunstar Heroes)'. 지금은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액션/슈팅 게임의 팬들을 두근거리게 하는 명 제작사 '트레저(Treasure)'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게임의 정통 후속편이, '닌텐도(Nintendo, 任天堂)'의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 보이 어드밴스(Game Boy Advance)'로 플랫폼을 바꾸어 12년만에 등장했습니다. 당시의 메가 드라이브 유저들에게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있는 '건스타 히어로즈'라는 이름에, '초월'이라는 뜻을 지닌 'SUPER'까지 붙어서 다시 돌아온 '건스타 수퍼 히어로즈'. 오랫동안 '전설(傳說)'이라고 불려 왔던 게임이, 이제 '극상(極上)'이 되어 12년 전과 현재의 소년(+소녀?)들에게 다시 돌아왔으니 어디 한번 만나러 가볼까요..


12년 전, 액션 슈팅이란 장르의 상식을 깬 한 게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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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설의 계보를 잇는 자, Gunstar Super Her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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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A의 능력을 한계까지 사용한 초박력의 그래픽
건스타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그래픽은, 이번 건스타 수퍼 히어로즈에서 한층 더 파워업되었습니다. 2중 스크롤/래스터 스크롤(Raster Scroll, 배경의 가로 1라인마다 스크롤 스피드를 다르게 하여, 일렁이는 불꽃이나 입체적인 화면 스크롤 등을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한 배경의 역동적인 움직임, 화면을 메울 듯이 쏟아져 나오는 조무래기 적들과 이들을 쓰러뜨릴 때마다 불꽃놀이를 보듯 펼쳐지는 화려한 폭발, 롤러 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종횡무진 전개되는 8방향 화면 스크롤, 다관절 기법(세밀하게 나뉜 파츠들을 합쳐서 거대한 캐릭터를 만드는 표현 기법)의 힘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거대 보스 등 전작의 대표적인 요소들이 전부 다 조그만 GBA의 화면에 들어가 있을 뿐더러, 전작에서는 MD라는 하드웨어의 한계상 프로그래밍 기법을 사용한 유사 표현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던 스프라이트(Sprite, 2D 게임에서 화면 안을 움직이는 오브젝트의 총칭)의 확대/축소/회전이나 반투명 처리 등 GBA에서 가능하게 된 표현 기법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더욱 더 스펙터클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지요. PS2나 Xbox가 보여주는 화려한 3D 그래픽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도, 건스타 수퍼 히어로즈가 보여주는 정점의 2D 그래픽을 보면 분명 감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갱도에서의 추격전. 호쾌한 폭발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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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관절 기법으로 표현된, 화면을 꽉 채우는 거대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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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액션으로 게임의 공략법은 무한대
일반적으로 '액션 슈팅 게임'이라고 하면, 플레이어 캐릭터에게는 다양한 종류의 원거리 공격 무기가 있고 게임에 따라 약방의 감초 격으로 근거리 공격이 한두개쯤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만, 건스타 수퍼 히어로즈의 주인공들은 마치 격투 액션 게임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격투술도 겸비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근접해 오는 적들을 쓰러뜨릴 때 유용한 단검 공격인 '소드', 공격 수단으로서의 용도 뿐만 아니라 좁은 틈새를 빠져나간다거나 벽을 차면서 위로 올라가는 등의 이동 용도로도 사용되는 '슬라이딩'과 '사이드 킥', 의외로 공격력이 높아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수직 상승 공격 '어퍼' 등, 이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액션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빠르게 돌격해오는 적들은 소드로 베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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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전 격투 게임에서 유명한 모 기술이 생각나는 어퍼.
쇼류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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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근거리 공격에 비해 원거리 공격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지요. 두 명의 주인공 캐릭터인 '레드'와 '블루'는 각각 3개씩의 원거리 공격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1번째 무기를 제외하고 레드와 블루의 무기는 동일), 이 3가지 무기의 성능은 각각 공격력 중간의 연사형/공격력이 강한 폭발형/공격력이 약한 반 유도형으로 나뉘어져 있어, 저마다의 개성이 확실히 살아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무기를 사용해 적을 물리치면 화면 상단의 게이지가 차게 되고, 이 게이지를 소비해서 강력한 공격인 '바주카'를 사용할 수도 있지요. 바주카의 성능 역시 3가지 무기에 따라 다르니, 언제 어떠한 바주카를 사용하느냐도 게임 진행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또한 일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보스나 고정된 화면에서 밀려오는 조무래기 적 등을 상대할 때 편리한 방향 고정/위치 고정 사격 기능도 탑재되어 있지요. 이 모든 액션이 START/SELECT 버튼을 제외하고는 A/B/L/R의 4버튼 밖에 없는 GBA에서 간단한 조작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바주카. 시시때때로 날려주면 스트레스가 쏴악~


난이도 걱정은 필요없다!(어떤 의미로든)
최근작인 종 스크롤 슈팅 게임 '이카루가(斑鳩 IKARUGA)' 등의 영향으로 어느새 '어렵다'는 이미지가 굳어져 버린 트레저 게임입니다만, 건스타 수퍼 히어로즈는 예전의 트레저 게임들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액션 슈팅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도, EASY 난이도로 플레이하면 손쉽게 이 게임의 박력에 빠져들 수 있지요. 같은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인 '혼두라(魂斗羅, 영제 Contra)'나 '메탈 슬러그(Metal Slug)' 시리즈처럼 한 번의 실수로 플레이어 캐릭터가 죽어버리는 방식이 아닌 플레이어의 체력이 다 깎이면 게임 오버가 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몇 번 맞는다고 해도 게임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것도 이 게임이 접근하기 쉬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론 어려운 난이도로 플레이하면 적들의 체력 상승은 물론 공격 패턴까지 바뀌는 등, 이 장르에 익숙한 플레이어를 위한 배려도 충분합니다. 또한 높은 스코어를 획득하는 것에 따라 이후의 스테이지 구성이 달라지는 등, 게임에 익숙해져 실력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보상이 확실히 준비되어 있는 것도 이 게임의 장점이지요.

12년 전의 소년(+소녀?)들을 위해
이 게임에는 전작 건스타 히어로즈를 포함한 트레저의 예전 게임들이나, 공동 제작/발매를 담당한 세가의 올드 게임들에 대한 오마쥬(Hommage, 영화 등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대사나 장면 등을 인용하는 것. 프랑스어로 '존경'의 의미)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전작인 건스타 히어로즈는 물론, 트레저의 또 다른 걸작 액션 슈팅 게임인 '에일리언 솔저(Alien Soldier)'에서도 등장한 7단 변신 보스 '세븐 포스(Seven Force)'가 다시 한 번 그 반가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던가, 주인공 캐릭터 중 한 명인 '레드'의 삐친 머리가 묘하게 에일리언 솔저의 주인공을 닮아 있다는 것, 전작의 후반부에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무릎을 치게 했던, 보드 게임 형식으로 진행하는 보스전 등에서 옛날 트레저의 향수를 느낄 수 있지요.


다관절 캐릭터의 꽃, 세븐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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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를 굴려 진행하는 보스전.
잘 노리면 체력 회복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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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애프터 버너(After Burner)'를 연상시키는 유사 3D 스크롤을 보여주는 게임 파트라던지, '썬더 블레이드(Thunder Blade)'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종스크롤 헬리콥터 슈팅 게임 파트, 심지어는 '플리키(Flicky)'에서처럼 미아가 된 병아리들을 뒤에 달고 다니며 출구로 이끌어야 하는 게임 파트 등, 열정과 꿈으로 가득 차 있던 세가의 그리운 시절을 팬들의 눈 앞에 다시 되살아나게 하는 요소도 가득합니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유사 3D를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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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종 스크롤 슈팅 게임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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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떼 종종종~ 봄 나들이 갑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오마쥬적 요소가 단순히 올드 팬을 위한 서비스 차원을 뛰어넘어, 이 게임으로 처음 세가와 트레저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방식의 게임 구성으로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수많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게임의 완성도로 업계에 그 이름을 떨쳐 온, 트레저다운 멋진 결과물이라고 할까요?

최고라는 이름을 위해 버린 것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이 게임에도 여운처럼 남는 아쉬움이 있다면, 전작과는 달리 1인 플레이 전용 게임으로 변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더불어 주로 2인 플레이 시 많이 쓰이던 액션인 '던지기'가 없어졌다는 것도 불만이군요. 서로 던지고 던져지며 티격태격 진행하던 2인 플레이가 전작의 큰 재미 중 하나였다는 걸 생각해 볼 때, 1인 플레이 전용으로 변해 버린 것에는 확실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GBA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 쓰기 위해 1인 플레이 전용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확실히 이 정도 퀄리티의 게임에 플레이어 캐릭터를 두 명 등장시키는 것은 GBA의 하드웨어 스펙으로는 무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하나하나의 스테이지는 꽤나 긴 편인데다 주인공과 난이도의 선택에 따라 스테이지 구성이 달라지는 요소가 들어 있기는 합니다만, 전 7개라는 스테이지의 갯수는 요즘 게이머들에겐 조금 적은 분량으로 느껴질지 모른다는 것도 우려되는군요. 일반적인 액션 게임이라도 기본 스토리 진행에 상당히 긴 플레이 타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인 만큼, 적당히 짧은 분량의 게임을 반복해서 클리어하며 실력의 상승에 재미를 느끼는 예전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닌 이 게임이 혹여나 EASY 또는 NORMAL 난이도를 한 번 클리어한 데이터만 남은 채 바로 중고 매장으로 넘어가 버리는 불운을 겪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마치며...
12년 전의 전설을 그대로 계승하는 최고 레벨의 액션 슈팅 게임으로서 다시 돌아온 건스타 수퍼 히어로즈. 80년대~90년대 초반의 영화로웠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오락실 한 구석의 '메탈 슬러그' 정도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2D 액션 슈팅'이라는 장르의 정점에 선 게임을, 이젠 손바닥 안의 휴대용 게임기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그 의미가 참으로 각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액션 슈팅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모든 게이머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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