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등장하는 게임 '스팅' 첫인상은?

올해 초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FPS 온라인 게임 열풍이 여름이 지나며 시들해지고 있다. 새로 등장한 게임 중 '아바' 정도만 체면치례를 하고 있을뿐 나머지 게임들은 게이머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으며, 오히려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2강 구도가 더욱 두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YNK코리아의 야심작 '스팅'이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세계 최고의 FPS 게임이라고 평가받았던 '하프라이프2'에 사용됐던 소스 엔진을 사용했다는 점과 그동안 국내에서 금기시 되던 북한이 등장한다는 것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이 게임이 첫 단추를 어떻게 꿰었을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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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엔진이 위력을 발휘했나?


'스팅'을 처음 시작하면 대부분 '카운터스트라이크:소스'와의 비교를 시작할 것이다. '카운터스트라이크:소스'가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호평 받은 게임이니만큼 이와 똑같은 엔진을 사용한 '스팅'도 그와 비슷한 퀄리티의 게임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절반만 쫓아가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 많겠지만...).

이번 테스트에서 보여준 '스팅'의 모습은 아쉬운 점이 더 많은 편이다. 게임 그래픽의 퀄리티는 뛰어난 편이었지만 대기방이나 상점 등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대단히 투박했으며,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은 원래 소스 엔진 자체가 가진 문제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팅'은 캐릭터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이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뿐만 아니라 총에 맞을 때의 캐릭터의 움직임이 어색해 타격감이 약하게 느껴졌으며, 총의 반동과 수류탄의 궤적도 사실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있었다. 총알이 상자를 뚫고 뒤에 있는 적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고, 기본적으로 보이스 채팅을 지원하는 등 칭찬할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공개됐던 첫 동영상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FPS 게임의 기본적인 요소들도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다양한 국적의 캐릭터들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피아구별이 상당히 힘들었으며, 호스트(방장)이 게임 중에 나가면 전원이 튕겨버리는 문제점도 있었다. 기자의 경우에는 둘째날까지 백신 실시간 감시 기능과 충돌이 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서 게임을 실행하지 못했었다. 만약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게임을 즐겨보지 않았다면 이 게임은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절대 들지 않은 게임으로 기억에 남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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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이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이고 이런 문제점들이 빠르게 수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 속도 문제와 타격감, 네트워크 안정성 등 대부분의 문제가 날마다 빠르게 수정돼 테스트에 참여하는 게이머들의 반응이 하루 하루 지날수록 불평에서 칭찬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테스트 첫날의 '스팅'과 마지막날의 '스팅'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게이머들이 지적한 단점이 다음날 바로바로 수정되어 있고, 게이머들이 게임 실행에 어려움에 겪고 있다고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 운영자들이 직접 전화해서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도 칭찬할만한 요소보다는 고쳐야할 요소들이 더 많긴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게이머들의 목소리에 신속한 대응을 보여준다면 오픈 베타 테스트가 시작될 시점에는 게이머들에게 '카운터스트라이크:소스' 만큼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임 속 북한의 모습은...


이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화제가 된 것은 소스 엔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게임 내에서 북한이 등장한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고스트리콘2' '스플린터셀3' 등 이전까지 북한이 등장했던 게임들은 모두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게임 역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만약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물등급위원회로 심의담당기관이 바뀌지 않았다면 게이머들은 이 게임을 접해보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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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서는 아쉽게도 북한이라는 요소가 그리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북한군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고, 북한을 배경으로 한 맵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것이 게임의 재미를 올려주지는 못했다. 게시판을 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군 음성이 재미있다는 얘기만 하고 있을뿐 북한이 등장한다는 것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으며, 북한군이 등장하는 것 때문에 복장 통일이 안돼서 피아식별이 힘들다는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이처럼 북한이라는 요소가 부각되지 못한 것은 준비한 시나리오와 실제 게임이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사일 스톰 맵의 경우 북한 신군부가 몰래 핵무기를 준비해서 한, 미, 일 특수 부대들이 이를 막기 위해 침투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게임에서는 여러 국적을 가진 캐릭터들이 뒤엉켜서 무의미한 총싸움을 하게 될 뿐이다. 멋들어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하게 테러리스트와 카운터 테러리스트 팀으로 나눠놓은 것보다도 당위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럴거면 게이머가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만 정해놓고 각 미션의 배경과 선택한 팀에 따라 매번 다른 국적의 캐릭터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 그러면 피아식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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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게임


클로즈 베타 테스트 초반에 실망감이 너무 커서 바로 언인스톨을 하려고 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마지막 날까지 플레이한 결과 이 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소스 엔진이 100% 돈값을 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지만 이번 테스트에서 지적된 사항이 수정된다면 게이머들에게 괜찮은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게이머들의 의견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언제 2차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인지는 모르겠지만 1차 테스트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하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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