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를 수놓는 사이쿄社의 역작’, 전국캐논


전국캐논


슈팅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 중에 '건버드' 시리즈, '텐가이('전국 블레이드'란 이름으로도 유명함)' 등 캐릭터 슈팅게임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사이쿄(Psikyo)社를 모르는 게이머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번에 PSP 타이틀로 출시된 '전국캐논'은 그 '텐가이'의 정통 후속작 격인 작품으로, 부분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텐가이'에 나오는 등장 캐릭터들이 게임 속에 그대로 등장하며 '텐가이'의 시대부터 2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등 전작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현재 PSP에는 이렇다 할만한 슈팅 게임이 없는 상황이다보니 이 게임은 사이쿄에서 발매했다는 점을 더해 슈팅게임 마니아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통 후속작의 모습을 띄면서도 이렇게 휴대용 게임기로 이식된 경우가 없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독차지 할 듯. 그럼 지금부터, 이 게임이 어떻게 다가올지.. 살펴보도록 하자.


텐가이의 후속작. 일러스트레이터도 동일


조작
슈팅 게임답게 인터페이스는 매우 단순하고 명쾌하다. 횡스크롤이라는 게임 진행 방식은 PSP의 가로로 넓은 화면에 적합하게 구현되었고, 기본적으로 적의 총알을 피하면서 총알을 발사해 적을 쓰러뜨리는 슈팅 게임의 기본공식도 그대로 적용됐다. 방향키 버튼과 아날로그 스틱을 모두 사용해서 주인공 기체를 이동시킬 수 있으며, 미사일도 일반 미사일 버튼과 캐논 샷 등 배열 또한 직관적으로 설정되어 있어 금방 적응이 가능하다. 예전 시리즈의 경우 캐논 샷를 쏠 때 일반 미사일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기를 모아 사용하게 했었지만 여기서는 이 캐논 샷을 하나의 버튼으로 대체됐기 때문에 캐논 샷을 남발할 수도 있다(물론 약간의 딜레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캐논샷 대신 일반 미사일 버튼을 누르고 있다 발사하는 일명 '집중 샷' 시스템이 추가되어 새로운 느낌을 준다. 미사일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기를 모으면서 캐릭터의 움직임이 느려지는데, 이때 손을 떼면 캐릭터의 전방에 있는 적들에게 평소보다 밀집된 미사일을 퍼붓는 공격을 한다(이 공격이 제법 파워가 있으니 틈틈이 써주자). 이외에도 폭탄버튼과 자동 샷 버튼이 있어 상황에 맞게 눌러주면서 진행하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조종하는데 있어서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닌텐도 계열 게임기 같이 방향키가 모두 모여있는 십자키 형태라면 방향키로도 좀 더 정밀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PSP의 경우 방향키 버튼들이 모여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어 경우에 따라 대각선 방향의 입력에 다소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최소 필자의 경우는 닌텐도류 조이패드가 더 조작이 쉬웠다). 그래서 혹 PSP의 기본 방향키가 조금 답답한 게이머들은 적응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급적 아날로그 스틱으로 '전국캐논'을 즐기길 권한다. 물론 처음에는 마음먹은 대로 컨트롤 하기가 힘들겠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력의 소유자라면 그런 장애는 문제될 것이 없으리라 믿는다.

사운드
배경음은 슈팅게임의 분위기에 맞게 밝고 빠른 템포의 곡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효과음은 사이쿄의 슈팅게임이 대부분 그렇듯 캐릭터의 성우 목소리로서 한층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아케이드 센터판을 보는 듯이 무난한 느낌이다. PSP의 능력을 '완전히 살렸다'라곤 말할 수 없지만 '이 정도는 수준급'이라고 할만한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
캐릭터는 처음에 4명이 등장하며,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2명의 히든 캐릭터를 선택할 수가 있다. 처음에 나오는 캐릭터 2명은 '텐가이'의 제자와 성주로,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라 다소 낯설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은 '텐가이'에 절대적인 파워 캐릭터로 군림했던 아인과 여자무녀였던 미코와 비슷한 여인이 등장하기 때문에 '텐가이'를 플레이 해 봤다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히든 캐릭터는 게임을 하다보면 저절로 생기게 되는데, 두 명의 히든 캐릭터 중 한 명이 '텐가이'이니 만큼(보통 '텐가이'는 적의 중간 보스로 나온다) 꼭 획득해서 조종해보도록 하자.


각 캐릭터는 나름대로 고유의 설정치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전작과 비교해 많이 아쉬운 캐릭터는 아인이다. 전작 '텐가이'에서 절대적인 파워를 자랑했던 이 캐릭터는 파워가 대폭 약해졌다는 느낌을 주는데, 아마도 전작에서 기를 모았다가 쓰는 칼질이 '전국캐논'에서는 없어져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게임성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국캐논'의 게임성을 말하자면, 조금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다. PSP라는 고사양의 하드웨어를 절반 정도밖에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다. 또한 PSP의 타이틀로서 제대로 만들어보겠다는 제작사의 의지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전작의 이름과 게임성을 빌려서 후속작으로 우려먹기라는 식의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간단히 몇 가지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을 살펴보면, 먼저 캐릭터의 크기가 너무 작다. 이는 원래 오락실이나 콘솔 게임기와 같은 커다란 화면에서의 크기 비율을 그대로 PSP라는 작은 화면에 옮겨놓은 탓인지도 모르지만 그 PSP화면에 비해서도 캐릭터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게임은 캐릭터는 2D, 배경은 3D로 처리되어서 언뜻 보면 매우 깔끔한 느낌을 가지게 하지만, 배경의 색이 너무 강해서 캐릭터와 혼동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배경이 깔리고 순수하게 횡스크롤로 이동하기만 해도 구분이 될까 말까 한 정도인데 몇몇 스테이지에서는 배경이 여러 각도로 돌아가는 효과를 준 탓에 그야말로 눈이 같이 돌아가는 느낌이다. (그 배경에 조금이라도 눈이 팔리면 바로 자신의 캐릭터가 어디있는지 찾아야 할 정도다) 물론 사이쿄의 입장에서는 단조로운 슈팅 게임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자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이래서는 역효과라 생각될 뿐, 그래서 배경 처리에 조금 더 신경을 썼었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무한 컨티뉴이다. 이 무한 컨티뉴 시스템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고 30분도 안되어 엔딩을 보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게임을 시작했으면 가능하면 빨리 엔딩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무한 컨티뉴 덕분에 게임에 대한 의욕도 별로 안 생기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무조건 폭탄만 쓰다가 캐릭터 죽으면 '이어서 하면 되지..' 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슈팅게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이머라면 순수하게 자신의 플레이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의욕으로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시스템에서 그렇게 순수하게 의욕에 불타는 게이머가 몇이나 있을지.. 차라리 일정 횟수만큼 플레이를 하면 그 횟수만큼 컨티뉴 횟수가 늘어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이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다른 부분으로는 오프닝과 엔딩 애니메이션이 없다는 점, 그리고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때 나왔던 캐릭터의 멘트와 함께 일러스트가 없다는 점 등이다. 캐릭터의 일러스트는 로딩 부분에서 나온다. 그러나 로딩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의 일러스트가 나오는 게 아니고 다른 여타 게임과 마찬가지로 무작위로 나온다. 때문에 처음에 캐릭터를 선택할 때와 게임 플레이 도중에 폭탄을 사용했을 때, 중간보스 혹은 보스와 마주쳤을 때 이외에는 거의 볼거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프닝과 엔딩의 애니메이션이 없는 것도 다소 실망이라면 실망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차세대 괴물 휴대용 게임기라고 칭송받는 PSP인데 그 성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단순히 슈팅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게임일 뿐, 그 이외의 다른 서비스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 때문에 로딩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정리하며
슈팅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이쿄에서 내놓은 PSP용 슈팅게임 '전국캐논'. 슈팅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겠지만, 실질적으로 종합해보면 그다지 매력있는 게임이라고 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이쿄 게임 같은 캐릭터 슈팅을 좋아하고, 다소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권해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떻든 간에 이 게임은 사이쿄의 게임이고, 약간 불평을 써놓긴 했지만 평균 이상의 슈팅 게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사이쿄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상대적으로 불평을 쓴 것이지..). 따라서 괜찮은 슈팅 게임을 즐겨보고 싶거나, 게임센터에서 '텐가이'에 각별한 추억이 있는 게이머라면 주저없이 이 게임을 집어 들어도 무방할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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