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게이트:런던', 지옥의 첫 번째 문이 열리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를 통해 스타 개발자로 자리매김 한 빌 로퍼가 이끄는 플래그십 스튜디오에서 최근 '헬게이트:런던'의 국내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계속된 출시 연기 속에서도 수많은 게이머들이 기대감을 갖게 했던 '헬게이트:런던'이 과연 어떤 요소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지 직접 게임 속에 들어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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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게이트:런던'에서 만나는 지옥

2020년, 영국의 런던에서 헬게이트가 열리며 도시는 순식간에 악마들의 세상으로 변한다. 매일매일 도시 곳곳에 쌓이는 시체들, 시체에서 흐른 피로 흥건하게 젖은 런던의 거리.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만나게 되는 광경이다. 악마의 습격으로 인해 지옥과 같이 변한 런던의 모습, 지하로 피신해 의욕 없이 살아가는 런던 시민들. 이러한 분위기가 '헬게이트:런던' 속에 굉장히 잘 표현돼 있다. 어두컴컴한 배경과 음침한 분위기, 언제 어디서든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살벌한 느낌까지 '헬게이트:런던'의 그래픽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고 세밀하게 꾸며진 요즘 게임들에 비하면 어딘가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게임 내 분위기가 상당히 잘 표현돼있어 게임을 시작하며 깔끔한 첫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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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 맞서 싸우는 다양한 클래스들

'헬게이트:런던'에는 3계열 6개의 클래스가 존재한다. 검기사와 수호기사로 이뤄진 템플러와 전투, 기술요원으로 구성된 헌터, 그리고 암흑, 악마술사의 카발리스트가 존재한다. 각각의 클래스들은 템플러는 근접전, 헌터는 원거리, 카발리스트는 마법을 사용하는 등 계열마다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며, 계열 안에서도 이도류를 쓰는 검기사와 방어에 치중하는 수호기사, 전투에 특화된 전투요원, 로봇을 다루는 기술요원, 마법의 힘 자체를 사용하는 악흠술사, 소환수를 사용하는 악마술사 등 세분화 돼 각자의 취향에 맞춰 얼마든지 클래스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기술요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클래스가 전투에 치중된 클래스여서 전투 외에 상업이나 기타 전투 외에 다른 활동으로 게임을 플레이해 나가는 클래스가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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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와 FPS의 합체, 그 자체로 신선

일반적으로 레이싱 게임이 아니고서는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이 동시에 지원되기 힘들다. 하지만 '헬게이트:런던'은 롤플레잉 게임에도 그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칼과 같은 근접 무기를 들거나 마법을 사용하는 캐릭터들은 3인칭 시점으로, 전투요원, 기술요원과 같이 총을 들면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언제든지 1인칭과 3인칭으로 바꿔가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치 롤플레잉 게임에 FPS 게임을 얹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굉장히 신선하다. 특히, 일반 FPS 게임처럼 적을 쏘기 위해 정조준을 하거나 총을 쏘면서 반동으로 인해 총구가 들리는 등의 어려움 없이 쉽게 조준해 전투를 벌일 수 있어 FPS 게임을 잘 못해도 얼마든지 기존과는 다른 원거리 전투를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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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한글화

한글화라고 하면 영어나 일본어 등 한글이 아닌 다른 언어로 구성된 자막이나 음성의 뜻을 해석해 우리말로 바꾸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헬게이트:런던'의 한글화는 우리가 알던 일반적인 한글화와는 많이 다르다. 가장 단편적인 예로, 클래스 중 하나인 악마술사의 영문 명칭은 'Summoner'다. 다른 게임에서는 소환사라고 불리는 직업이다. 하지만 '헬게이트:런던'에서는 악마술사다. 악마를 부리는 술수를 쓰는 사람 정도의 뜻일까...? 이런 식으로 한빛소프트는 '헬게이트:런던'의 한글화를 단순 뜻만 해석하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의역을 통해 진정 한국적인 한글화를 구현했다. 물론 아직 앞뒤가 맞지 않거나 부드럽게 연결 되지 않는 등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Marksman'이 전투요원이면, 다른 클래스는 비전투요원 이냐'라는 게이머들의 반응도 있지만 단순 한글화에 그치지 않고 최대한 우리말을 사용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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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이끌어주는 사운드

위에서 '헬게이트:런던'의 그래픽은 게임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고 얘기했다. 그래픽이 분위기를 표현만 해준다면, '헬게이트:런던'의 사운드는 그러한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웅장한 느낌의 사운드는 평소에는 조용조용 분위기를 맞춰주는 역할을 하지만,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기 전이나 위급한 상황 시 그 긴박함을 게이머의 심장까지 전해주는 음악을 통해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다. 가만히 사냥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커지거나 비트가 빨라지는 배경음악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움찔하며 주변을 살피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스피커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마치 실제 전장에 나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적인 온라인 게임의 발전형을 지향 한다

아닌 게임들도 있긴 하지만,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온라인 게임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솔로잉 진행 방식과 노가다성 게임 플레이였다. 이는 수많은 파티 지향형 온라인 게임들이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서비스가 중지되거나, 게임 방식이 변화되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WoW'의 등장과 함께 국내에도 어느 정도의 파티 플레이 형식의 게임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는데, '헬게이트:런던'도 이와 같은 방식을 잘 따르고 있다. 게임 자체는 '디아블로'와 상당히 비슷해 접근에 부담감이 없으며, 솔로잉과 파티 플레이를 적절히 분배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선택해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했다. 파티 플레이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파티 매칭에 걸리는 시간과 아이템의 분배에 대한 것이었는데, '헬게이트:런던'은 자동 파티 매칭 시스템과 파티 플레이 시 아이템 분배를 게이머들이 각자 다른 아이템을 습득하도록 해 그에 대한 불안감도 많이 잠재웠다. 파티 플레이를 하면 더 이득을 보고, 솔로잉을 하더라도 손해가 없는 '헬게이트:런던'의 사냥 방식이 솔로잉과 노가다 일색이던 국내 온라인 게임 성향을 한 단계 발전시킨 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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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에 고정 하고 싶다

'헬게이트:런던'에서는 전투 시 따로 타겟팅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서있는 정면에 몬스터나 NPC, 타 캐릭터가 있다면 자동으로 타겟팅이 된다. 타겟팅이 잘 이뤄지면 타겟의 주위에 직사각형 모양의 점이 뜨고, 이 점이 초록색이면 캐릭터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말이니 공격을 가하면 된다. 그런데 이러한 타겟팅 시스템이 총을 쏠 때나 마법을 사용할 때 굉장히 편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문제는 타겟에 락온이 되지 않아 타겟이 움직이는 경우나 여러 마리의 몬스터를 한 번에 상대할 때엔 상당히 불편해진다. 타겟 근처에서 어느 정도의 고정이 이뤄지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직사각형 모양의 점이 초록색이면 알아서 판단해 공격을 해야 한다. 근접공격 시에야 방향이 맞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공격이 잘 들어가지만, 원거리 공격 시 몬스터가 몰리거나 움직이는 경우에는 상당히 귀찮아진다. 강제적인 타겟팅이 들어갈 경우엔 게임 난이도가 하락하거나, 원치 않는 타겟팅이 이뤄져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타겟팅이 들어갈 땐 약간이라도 마우스 포인트가 타겟에게 끌려가는 식의 느낌을 주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싱크와 액션의 반비례

'헬게이트:런던'은 굉장히 다양한 액션과 스피디함으로 구성된 전투를 제공한다. 키보드로 캐릭터가 이동을 하므로 이를 이용해 전투 시에도 뒤로 물러서거나 방향을 바꾸는 등 다양한 행동을 동반한 공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액션성은 있지만 전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손맛이 떨어져 전투에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본 기자의 경우 지난 7월에 진행됐던 '헬게이트:런던' 프렌즈 테스트에 참가해 미리 게임을 해봤었는데, 현재의 전투는 그때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때리는 대로 타격이 들어간다거나 액션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즐긴다고 하기엔 무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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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게이트:런던'을 영접하라

비록 시일이 연기가 되긴 했지만, 첫 번째 클로즈 베타 테스트 치고는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헬게이트:런던'이었다. 여러 소소한 문제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게이머들이 게임의 높은 완성도와 다양한 콘텐츠에 있어 칭찬을 한 만큼 게임 자체는 수준급이었다.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이번 테스트에 참가하지 못한 게이머들이 아쉬워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에 이은 빌 로퍼 사단의 후속작, '헬게이트:런던'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날도 이제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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