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지스타2007’, 미래는 있는가?

"지스타 이러다가 게임 오버 되는거 아니야?"

마지막 날까지 행사장을 지키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마지막 날까지 150,177명이라는 관람객들이 지스타에 입장해 작년보다 소폭 상승한 인지도를 보인 건 사실이지만 예전 같지 않은 관람객들의 모습과 부쩍 줄어든 참가 업체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보니 저절로 그런 말이 나온게 아닐까?. 이번에 대형 부스로 참여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관람객 수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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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개막된 지스타2007은 넥슨, 엔씨소프트, NHN, SK텔레콤,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예당온라인 등 국내 유명 온라인 업체들과 프록스터, 한국MS 등 해외 기업들이 참여했지만 많은 국내외 대형 업체들이 빠진 상태로 진행돼 반쪽짜리 행사가 아니냐는 오명을 씻지 못했다. 참가 기업보다 참가 학교 수가 더 많다는 우스개 소리는 행사 시작 몇 주 전부터 흘러 나와 이미 불안한 출발 예견했었다.

* 반쪽 짜리 행사, "당연히 효과가 없으니깐 안하죠"

이번 지스타2007의 참가 업체는 150여개로 작년과 비슷하지만 규모별로 본다면 이번 지스타2007은 작년보다 매우 초라하다고 볼 수 있다. 대형 업체는 작년보다 50%정도가 줄어든 상태이며, 소규모 업체는 약 10~15퍼센트 증가했다. 이는 지스타조직위측이 막바지에 참가 업체수를 맞추기 위해 급하게 부스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강하다. 실제 참가한 업체 중에서는 시연용 컴퓨터 1~2대만 놓고 관계자 한 명만이 부스를 지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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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참가를 하지 않은 업체 사람들은 하나 같이 '지스타 무용론'을 주장했다. 돈은 작게는 수억 원이 많게는 수십억이 들어가는데 효과는 그에 비해 한참 모자라다는 것이다. 그리고 B2B나 비즈니스 측면 강화도 큰 소득이 생기지 않아 지스타에 참가 하지 않는 다는게 불참한 업체들의 중론이다. 물론 국내 최대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차라리 그 돈으로 자사의 게임을 즐겨주는 게이머들에게 오프라인 이벤트 등을 성대히 열어주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중론이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이번 지스타의 규모는 작년보다 대폭 축소된 두 홀만 사용한 상태다. 그리고 통로 역시 눈에 띄게 넓어졌으며, 광고 효과를 위한 판촉물은 최소로 줄어들었다. 다양하게 꾸며진 가방은 거의 보기 힘들어졌으며, 전단지 돌리는 모습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무리할 정도로 비싼 부스 설치비용과 참가비용 때문에 수첩이나 인형 같은 선물을 주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업체 측 의견이다. 이런 업체 측의 반응에 아쉬운 건 관람객들.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인심 때문에 올해는 거의 빈손으로 행사장을 떠나야만 했다.

* 게임보다 부스걸이 좋아야 된다? 선정성 논란

이번 지스타2007은 신작 게임들과 작년보다 좋아진 퀼리티를 선보인 부스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 눈길을 게임이 아닌 부스걸이 받았다면 어떨까. 매번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인 '지스타는 걸스타'라는 말은 올해도 어김없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부스들이 행사장을 채웠지만 관람객들의 눈은 부스걸에게 가 있었다. 올해 부스걸들이 작년 행사보다 더욱 파격적인 의상과 몸매를 뽐냈기 때문. 특히 관람객들 중 다수는 시연대 근처에도 가지 않고 오직 행사장에 있는 부스걸을 찾아 서터를 눌러 됐으며, 부스걸 이벤트만 있는 시간을 골라 부스를 방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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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단위로 부스를 방문한 한경희(35)씨는 "아이들이 가고 싶다고 해서 행사장을 왔다는데 게임보다 민망한 옷을 입은 여성들이 많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가 그랬다"고 했으며, 아이들과 행사장을 찾은 조민기(38)씨 역시 "게임도 게임이지만 아이들 교육상 좋지 않을 것 같아 1~2시간 정도만 있다가 나갈 생각"이라고 해 부스걸의 선정스러운 모습이 부담스러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게임들 역시 선정성과 폭력성 때문에 지적을 받았다. 최근 FPS 게임들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부스에 꾸며진 FPS 게임 시연관에는 나이 제한 등이 전혀 하지 않아 초등학생들이 18세 게임을 태연하게 즐기는 모습 등이 연출됐다. 올해 라인업 중 FPS 게임과 폭력적인 게임은 약 10개정도. 그리고 심의조차 테스트로 등록된 게임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플레이가 가능한 상태로 공개됐다. 물론 입장객들의 나이를 일일이 체크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최소한의 입장 제한이나 18세 이상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눈에 띄게 표시하는 등의 준비를 해야 하지만 행사장 어느 곳을 방문해도 이 같은 제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칭찬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지스타

물론 이번 지스타가 잘한 부분도 많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행사답게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수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먼저 서틀버스의 운행을 대폭 증가 시켜 교통편의를 높였다는 점과 B2B관의 확대, 해외 바이어 대거 유치 등은 관람객과 업계 관계자 모두를 만족 시켜준 좋은 사례다. 이는 지스타가 관람객과 해외 바이어들 유입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내 직원들과 매표소 직원, 관리인들의 응대 역시 많이 좋아졌다. 안내 직원들은 넓은 행사장의 부대 시설이나 특정 부스에 대해 최대한 성실히 응해줬으며, 매표소 직원들도 한 명 한 명 불편함이 없도록 꼼꼼히 확인하고 미소로 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을 원하는 바이어와 비디오 게임 개발사를 미팅시켜주고, 일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미팅이 예정시간보다 늦어지는 등 많은 실수가 있었으며, 작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부스와 e스포츠와 연계부족, 해외 업체들의 지스타 참여 외면 등의 문제는 '게임을 즐겨라, 비즈니스를 즐겨라'라는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많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스타 조직위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작년보다 소폭 증가한 관람객 수를 보고 '당연한 결과'라고 추켜세우기를 일삼고 업체 참여율이 저조한 것에 대해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기보다는 참가하지 않은 업체들을 비난하는데 더 열을 올렸다.

홍기화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행사 첫날 기자간담회에서 "행사장이 작년보다 부족하긴 해도 지스타가 이만큼 바뀐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홍 위원장은 조직위가 업체들의 참여를 독려하지 않아 부스가 준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는 "우리가 열심히 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변, 현 상황에 대해 의견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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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스타 내년부터 대폭 변경 가능할까?

정부 주도로 국제게임쇼를 표방해 만든 지스타의 무용론은 2회째부터 서서히 거론된 문제점 중 하나다. 매년 떨어지는 국내외 주요업체 참가율과 운영상의 미숙함 등 양적, 질적 모두 저하되고 있는 지스타를 그대로 이끌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지스타를 만든 문화관광부는 지스타 개최와 방향성에 대해 최근 재검토에 들어갔다.

문광부는 현재 한양대 경영연구소에 지스타 발전방향을 놓고 외주를 의뢰해 놓은 상황이며, 게임 업체와 관련 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전시회 만족도에 대한 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업체와 전문가들이 보는 지스타의 방향에 대해 결정하고 그에 맞춰 지스타를 개편한다는 것이다.

문광부의 한 관계자는 "많은 해외 게임 관련 전시회들이 매년 해를 거듭할 때마다 변화를 주고 있지만 지스타의 아직까지 변화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며 "매년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대대적인 수정을 통해 변화한 모습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스타 조직위원회의 역할론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지스타조직위가 국내 업체 실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으며, 자신들의 의견만 내세우는 답답한 운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입장차가 국내외 게임업계의 참여도를 떨어뜨리고 행사의 질적 향상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하게 부스만 팔면 끝이라는 마인드가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하는지 지스타가 잘 보여주고 있는 셈"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세계가 주목할 대형 전시회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업체에까지 외면 받는 행사가 어떻게 클 수 있겠는가"라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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