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요소로만 물드는 성인 게임들

'A3' '프리스트 온라인' 이후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성인'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인' 게임들은 다른 게임에 비해 여성 캐릭터 및 NPC의 노출 수위가 높거나 전투시의 연출이 잔인한 것이 전부. 언제부터 국내에서 성인 코드가 잔인성과 노출로 대변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성향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최근 성인 게임으로 가장 유명한 '레퀴엠 온라인'과 '판게아'를 통해 잔인성과 노출로 대변되는 게임 내 성인 코드와 개선점에 대해 살펴봤다.

*성인코드 1 - 폭력

언제부터인가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잔인한 장면이 수록된 영화나 게임의 발매가 빈번해졌다. 팔, 다리가 절단되는 것을 기본으로 머리가 터지거나 온 몸이 부서지는 등 비위가 약한 사람은 눈 뜨고 못 볼 잔혹한 표현이 많아졌다. 이런 표현이 가장 리얼하게 구현된 게임은 최근에 등장한 성인게임인 '레퀴엠 온라인'인데 이 게임에서는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면 온 몸에 서로의 피가 튀거나 묻기도 하고, 몬스터에게 마지막 타격 대미지가 강하게 들어갈 경우에는 몬스터의 몸이 두 동강이가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라비티는 '레퀴엠 온라인'을 통해 하드코어 액션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잔인한 액션이 어떠한 목적을 표현하는데 사용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에 있다는 점이다.


영화 '쏘우' 시리즈는 영화 내 살인마가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잔인한 장면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의 위급성과 그에 따라 다소 정상적이지 못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의 행동들이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보여 질수도 있는 삶에 대한 욕망을 표출하는 코드의 하나인 개연적인 요소로 등장 할 뿐이다. 하지만 '레퀴엠 온라인'의 경우는 게임을 즐기는 목적 자체가 얼마나 잔인하게 몬스터를 자르고 베어내는가에 주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실적이면서 잔인한 전투는 게임이 하드코어 액션 장르라는 것을 보여주고, 이러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릴뿐 무엇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의 폭력,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성인들이 폭력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고 재미를 느끼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성인코드 2 - 노출

'판게아'는 섹시바, 캐릭터들의 수위 높은 노출을 컨셉으로 게임을 개발해왔으며, 그를 가장 큰 특징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게임에 접속하면 캐릭터 생성 시부터 가슴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캐릭터를 만날 수 있으며, 게임 플레이 중에도 캐릭터와 몬스터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헐벗은 '판게아'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야수족 여성 캐릭터들은 '발정난고양이' '나체봉춤' '애무'등 性과 관련된 노골적인 단어들을 사용해 아직은 보수적인 한국에서는 다소 민망하게 느껴지는 기술 들이다.


'레퀴엠 온라인'은 '판게아'보다는 약하지만 성인 게임으로서 기본적으로 여성 캐릭터들의 방어구는 보호의 역할보다는 비주얼 적으로 감상 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게임 상 밤이 되면 윤락녀 NPC가 마을에 돌아다니고,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등 성인 코드의 하나라 할 수 있는 性에 대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성인코드 3 - 도박

성인 콘텐츠 중 빠트릴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도박이다. 물론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도박 콘텐츠를 게임 속에 넣기가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판게아'는 이러한 흐름과는 상관없다는 듯 당당하게 게임 내에 고스톱과 포커를 넣어 게이머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고스톱과 포커가 게임 내 캐릭터나 기타 요소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게임 머니를 사용할 뿐 그 외에는 게임과 관련된 요소가 없는 순수 고스톱과 포커라서 미니게임으로 느껴질 뿐 '판게아'의 콘텐츠라는 느낌은 약하다.


'레퀴엠 온라인' 역시 도박 게임이 탑재해 있다. '판게아' 만큼 노골적으로 고스톱이나 포커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게임 시스템들이 은근히 도박을 즐긴다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게이머들은 아이템 조합, 환원, 강화 시스템을 통해서 항상 도박하는 심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로 각각의 아이템을 조합해 새로운 아이템을 얻거나 아이템을 분해, 강화할 때 어떠한 생성물을 얻게 될지 알 수 없어 확률에 승부를 걸기 때문이다.


*성인 코드를 받쳐줄 게임성은?

이처럼 폭력과 性, 도박에 대해 각각 '레퀴엠 온라인'은 폭력에, '판게아'는 性에 주력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게임 속에 콘텐츠를 구성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온라인 게임인 만큼 성인 콘텐츠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엔 무리가 있다. 기본적인 게임성이 좋아야 성인 콘텐츠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두 게임 모두 무리가 있는 모습이다.

먼저 '레퀴엠 온라인'은 중국 게이머들과 한국 게이머들 간의 다툼, 자동 사냥 프로그램 방치, 성인 게임임에도 게임 내 만연하는 비 매너 플레이와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지 4달이 지나도록 불안정한 서버 상태 등 성인 콘텐츠는 둘째 치고 아직까지 게임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점을 성토하는 글이 게시판에 등록될 정도다.

'판게아'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판게아' 홈페이지 공지사항 중에는 11월 말 경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점을 수정하고 콘텐츠를 추가하겠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반응은 '이번 업데이트도 실망시킨다면 게임을 그만 하겠다' '이제야 실시하려 하다니 게임사가 게이머들을 못 따라 간다' '게이머들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요구 사양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그래픽과 불편한 조작 방식 등 기본적인 게임 재미 요소가 떨어져 성인 콘텐츠에는 게이머들의 관심이 덜하다.

*'래리'와 같은 게임이 될 수 없는가?

유명 어드벤처 게임 '래리'는 성인 게임임에도 높은 수위의 노출과 폭력 등은 게임 속에 없다. 물론 주인공 '래리'는 여성을 좋아해 대부분의 시간을 여성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데 소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性적인 요소 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풍자와 신랄한 비판, 원초적이지 않지만 생각해보면 웃기는 성인 유머, 간편한 게임 진행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하드코어를 통해 성인 게이머들이 원하는 액션을 선사하겠다는 '레퀴엠 온라인'과 자유로운 표현으로 진정한 성인 게임을 표방하는 '판게아'. 현재 이 두게임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언제부터인가 성인을 대표하는 코드가 폭력과 노출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국내 성인게임이라 불리는 것들도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게임 본연의 완성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폭력과 노출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잡는다면 그 인지도는 잠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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