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스크롤 게임이 대세? ‘메이플’ 닮은 게임 줄줄이 출시

올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풍요 속 빈곤이었다. 비록 많은 게이머들에게 기대를 모았던 신작들이 대거 출시됐고 몇 십억이 넘는 개발비를 사용한 대작들도 속속 공개됐지만 이에 비해 성공작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 시장을 뜨겁게 달군 FPS 온라인 게임들이 여름이 지나면서 인기가 하락했던 점과 하반기 온라인 게임 시장에 출시를 기대했던 MMORPG 게임들의 개발이 다소 지연되면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더욱 어둡게 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주요 개발사들이 어두운 국내 게임 시장의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과 게임성을 가지고 신규 게임을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에 성공했던 게임들을 비슷하게 벤처마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으로 벤처마킹 당한 게임이 바로 '메이플 스토리'다. 이미 서비스 된지 4년이나 지난 이 게임은 국내에 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었고 현재도 인기 온라인 게임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게임이다.

* 횡스크롤은 기본, 간단한 조작과 귀여운 캐릭터는 필수

최근 공개된 '메이플' 형식의 게임들은 CJ인터넷의 '쿵야어드벤처'와 삼성전자에서 퍼블리싱 하는 '루딕스온라인',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선보인 '텐비' 등이다. 이 게임들은 그래픽 형태나 게임성의 약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메이플스토리'를 닮은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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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인터넷 자체 개발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쿵야어드벤처'는 자사의 캐릭터인 '쿵야'를 활용한 또 다른 캐주얼 게임으로 개발 당시부터 '메이플스토리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개발한 게임'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 게임은 '메이플스토리'가 가진 횡스크롤 형태의 게임성과 간단한 조작, 귀여운 캐릭터 등 '메이플스토리'의 느낌과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에서 퍼블리싱하는 온라인 게임 '루딕스온라인'도 '메이플스토리'가 지향하는 게임성과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점프를 하거나 특수장치를 활용한 색다른 액션 등과 마을 내 모습이 횡스크롤이 아니라 일반적인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처럼 보인다는 것 정도. 그 외 기본적인 사냥이나 전투 진행 방식, 성장 등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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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게임즈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텐비'는 '메이플' 형태의 게임 중 가장 흡사한 게임성과 모습을 가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2D를 기본으로 한 그래픽과 만화처럼 보이는 캐릭터, 다양한 패션 아이템, 심지어 배경와 인터페이스까지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사냥을 하는 방법이나 데미지 표시 등 '메이플스토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해 일부 게이머들에게는 '포스트 메이플스토리' 또는 '메이플스토리2'로 불리고 있다.

* 실패가 무서워 시도를 하지 못하는 모험가들

분명한 건 이 3개의 게임들이 모두 수준 이상으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점이다. '쿵야어드벤처'는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완성도 높은 퀘스트와 카드시스템, 횡스크롤 액션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루딕스온라인' 역시 첫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 후 빠른 시일 내 오픈 베타 서비스에 돌입, 게이머들의 인정을 받았다. '텐비'는 아직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상태는 아니지만 공개된 스크린샷과 영상에서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하다. 이미 고수익을 내고 있는 대작들을 가진 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안전한 게임을 선택해 개발하고, 퍼블리싱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많은 수익을 낸 게임하이나 드래곤플라이, 레드덕같은 중소규모의 개발사들이 창조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게임들을 출시하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국내 시장 성공 부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거둔 건 사실이지만 그와 다르게 매년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게임들은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게이머들이 까다로운 입맛과 바늘구멍만큼 작은 성공 포인트를 찾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판단한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초래한 문제다. 그렇다보니 퍼블리셔들은 국내 시장 내에서 성공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이미 성공한 게임의 벤처마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중소개발사들 역시 대형 퍼블리셔들의 눈에 들기 위해 특이한 게임보다는 이미 성공한 게임들과 흡사한 형태의 게임을 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해외의 게임들이 기술적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 게임산업만 계속 제자리인 것 같아 안타깝다. 눈앞의 이익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먼 안목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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