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 게임, 군복을 벗고 개성을 입다

밀리터리 복장이 하나의 패션으로 인정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군필자 남성들은 전역과 함께 군복을 장롱 깊숙이 넣어놓고 예비군 훈련 때를 제외하고는 입지 않는다. 2년 동안 입었던 옷인데다가 착용과 동시에 만성피로와 함께 이성에게 절대적인 비호감을 얻을 수 있는 디자인까지 갖추고 있는 전설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FPS 게임 장르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카운터스트라이크'부터 최근에 등장한 '아바' '울프팀' 등 많은 게임들이 군복만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영화나 게임 속에서 보이는 군복 복장은 무척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FPS라 할지라도 꼭 군복만 입어야 할까? 다른 복장은 없는 걸까? 물론 다른 복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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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기능성 전투복들

군복을 제외하고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다른 형식의 전투복 중 하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들에 등장하는 슈트라 할 수 있다. Xbox360의 킬러 타이틀 '헤일로3', PS3용 '킬존2'와 같은 게임들은 근 미래를 배경으로 커다랗거나 혹은 몸에 밀착하는 형식의 슈트를 입고 전투에 임하게 된다. 이 슈트들은 디자인은 둘째 치고 우선 그 기능 면에서 월등한 방어력과 커다랗지만 불편함이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성능만큼은 최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형 전투복은 현재의 군복을 미래형으로 발전시킨 것일 뿐, 어떠한 개성이나 패션의 미는 찾을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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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즈의 새로운 발견, '크라이시스'

흔히 타이즈는 쫄쫄이라고 해서 내복의 대용으로 난방을 위해 겉옷과 속옷 사이에 입거나 이를 활용해 웃음을 유발하는데 쓰여 왔다. 하지만 EA의 FPS 게임 '크라이시스'는 이러한 타이즈를 소재로 한 멋진 전투복을 선보여 타이즈의 의미를 기존과 다르게 했다. '나노수트'라고 불리는 '크라이시스'의 전투복은 착용하면 인공위성 업링크를 활용해 전략 정보를 전방시현기(HUD)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자신이 가진 능력의 배 이상 가는 능력을 선보일 수 있다. 또한 늘어진 뱃살과 쳐진 가슴 등 자신의 불건전한 몸매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로 보이는 착시 현상도 일으키며 기본적으로 강해보이는 인상으로 인해 쓸데없는 싸움을 줄일 수도 있다.


단, 게임 내에서는 높은 난이도로 인해 적들의 방탄복만한 효과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몸을 보호하는 기능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주고 있어 아직 타이즈를 실전에 배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뭐니 뭐니 해도 젊은이의 코드는 힙합, '오퍼레이션7'

엠게임에서 서비스하는 '오퍼레이션7'은 게이머가 용병이 돼 전투에 참가한다는 컨셉에 맞춰 단순 군복이 아닌 힙합 스타일의 복장을 선보였다. 자신의 의지와 보수 등에 따라 선택적으로 자유롭게 전투에 참여하는 용병의 분위기와 느낌을 게이머들이 받을 수 있도록 후드티셔츠, 카고바지 등 우리가 흔히 보고, 입는 힙합 패션을 게임 내 아이템으로 판매하는 것. 이러한 영향으로 게이머들은 때때로 FPS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총기류 보다 복장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으며, 몇몇 게이머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패션쇼를 보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복장에 대한 편견에서의 탈피, '페이퍼맨'

'발칙한 나라의 이상한 격돌'이라는 슬로건 아래 종이인간들의 총싸움으로 화제가 됐던 싸이칸엔터테인먼트의 '페이퍼맨'은 군복 혹은 전투복 등으로 정의됐던 FPS 게임의 복장 체계를 탈피해 새로운 형식의 복장들을 선보였다. 게임 내 아이템샵에 가면 전투와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고, 오히려 전투 시에는 자신을 확실하게 노출해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 것 같은 곰돌이 슈트나 한복, 일본 전통 의상 등의 복장들을 지원하고 있다. 갑자기 전쟁이 터지면 옷이고 뭐고 신경 쓸 새 없이 바로 전투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귀여운 곰돌이 슈트와 형형색색의 한복은 어울리지는 않지만 나름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또한 적의 긴장감을 낮추는 효과도 불러올 수 있어 잘만 사용하면 효율적인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FPS 게임의 새로운 패션 제안, '울프팀'

NHN의 '울프팀'은 복장의 개념을 넘어 변신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FPS 패션을 제안했다. 게임 중 평상시에 보는 캐릭터들은 기능성 전투복을 입은 다른 게임과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이지만, 3번 키를 눌렀을 때 늑대로 변신을 하게 되면 기존 게임들에서는 몬스터로나 만날 수 있었던 늑대 인간이 돼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게 된다. 등까지 뒤덮은 갈기털, 날카로운 송곳니, 무엇이든 부셔버릴 것 같은 앞발까지 완벽한 늑대 인간의 모습은 총을 들고 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높은 점프력과 벽을 타는 능력, 강력한 근접 공격을 통해 게임의 새로운 재미와 함께 보는 즐거움도 선사했다. 다만 인간에서 늑대로 변신할 때에는 영화 '헐크'와 같이 반바지만 남은 모습이지만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면 본래의 복장을 다 착용하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미 늑대로 변신하는 단계에서 현실성은 글러 먹었지만 한번 변신 후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을 때 상의가 찢어진 상태가 유지된다면 현실성이 높아질 것 같다.


*디자이너의 센스를 발휘하라

이제 'FPS=밀리터리'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시기는 지났다. 밀리터리를 통해 FPS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게임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쫄쫄이 타이즈도 좋고, 늑대의 탈을 뒤집어써도 좋다. 게임인 만큼 다소 현실성은 떨어지더라도 신선함과 다양한 재미를 표출할 수 있다면 팬티만 입고 전장을 누비게 되더라도 만족하리라. 각각의 FPS 게임들이 저마다의 복장을 선보여 나중에는 FPS 게임 패션쇼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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