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가' 김택용에게 남은 마지막 미션 '본좌'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크')에는 언제부터인지 '본좌'라는 칭호가 사용되고 있다. 흔히 무협지에서 '최강자' '절대적인 강자'를 뜻하는 이 단어는 누리꾼들을 통해 유행어가 되어 지금은 e스포츠에서 '당대 최강의 선수'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2007년 프로토스로서는 최초로 공식 랭킹 1위, 2회 연속 MSL 우승을 차지한 '혁명가' 김택용이 차기 본좌의 자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스타크' 팬들은 물론 e스포츠계의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역대 '본좌'들의 발전과정과 김택용이 본좌가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서 살펴봤다.


* 역대 본좌 라인 '임-이-최-마'

그렇다면 최강의 자리 '본좌'의 조건은 무엇일까? 팬들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약 1년 동안 절대적인 승률, 양대 리그 우승 혹은 연속 우승, 압도적인 경기력과 독특한 전술 등을 필요 조건으로 뽑는다. 수많은 우승자들이 배출 되어온 스타리그지만 그 동안 본좌로 뽑히는 선수는 네 명 정도로 압축된다. 흔히들 말하는 '임(요환)-이(윤열)-최(연성)-마(재윤)' 라인이 그것.


임요환은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리그의 역사이자 전설이며, 지금도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다. 한빛소프트배와 코카콜라배를 연이어 제패하면서 당대 최강의 선수로 떠올랐으며 특히 당시 테란이 암울했던 시대를 극복해내며 다양한 전술과 현란한 컨트롤, 극강의 저그전으로 지금도 초대 '본좌'로 손꼽힌다.

그리고 '황제'의 시대는 '천재'의 시대로 이어진다. 물량이면 물량, 전략이면 전략, 컨트롤이면 컨트롤 어느 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데다가 자유로운 플레이로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 이윤열이 등장한 것이다. MSL의 전신인 KPGA를 3회 연속 우승하더니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도 3회 우승을 차지하며 골든 마우스마저 차지했다. '앞마당 먹은 이윤열'은 못 이긴다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천재'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본좌가 나타났으니 바로 '괴물' 최연성이다. 신인 데뷔시절부터 압도적인 물량과 두둑한 배짱으로 '머슴'이라는 색다른(?) 별명이 붙기도 했던 최연성은 테란의 패러다임을 전략과 컨트롤에서 물량과 확장으로 바꾸면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특히 당시 진행되던 팀리그에서는 '최연성을 이겨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줬고 80%에 이르는 승률을 보여주면서 최강의 포스를 보여줬다. 이후에는 2004 에버 스타리그와 2005 신한은행 스타리그를 우승하면서 스승인 임요환의 유지를 이어갔다.

이렇게 역대 본좌들이 전부 테란 라인이 형성될 때 홀로 나타나 200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저그 게이머가 있으니 '마에스트로' 마재윤이다. 마재윤은 MSL 3회 우승과 더불어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우승을 거머쥐면서 스타리그 전체를 지배하는 지휘자로 떠올랐다. 특히 이벤트 대회였던 슈퍼파이트에서도 연전 연승을 거뒀고 역대 본좌라고 할 수 있는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등을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절대적인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 혁명가의 등장, 새로운 본좌의 자리를 노리다

네 번째 본좌로 칭송 받는 마재윤의 시대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유로운 3 해처리 체제 운영과 테란을 상대로 종족 상성을 무시하는 전투력, 상대가 무엇을 하더라도 맞춰나가는 능력까지 도저히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2007년 3월 3일, '3.3' 혁명이 일어나면서 마재윤의 독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혁명가' 김택용이 등장한 것이다. 김택용은 마재윤을 상대로 곰티비 MSL 결승전에서 3:0이라는 완승을 기록했다. 모든 커뮤니티가 마비될 정도의 사건이었다. 그 누구도 김택용이, 특히나 프로토스가 마재윤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마재윤은 80%에 육박하는 프로토스전 성적을 보유하고 있어 '프로토스의 재앙'이라 불리울 정도였고, 김택용 역시 그저 프로토스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김택용은 커세어의 활용 뒤 다크 템플러의 견제, 그리고 물량으로 이어지는 물 흐르는 듯한 체제 변환과 극강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앞세워 차례차례 마재윤의 제국을 붕괴시켰다. 이어서 슈퍼파이트, WWI 2007, IEF 2007에서도 마재윤에게 승리를 거두며 상대 전적을 더욱 벌렸고, 곰티비 MSL 시즌2 결승전에서 '총사령관' 송병구를 제압하면서 2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프로토스 최초로 Kespa 공식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본좌'의 자리에 다가섰다. 역대 최고의 프로토스로 손꼽혔던 김동수, 강민, 박용욱 등도 해내지 못한 정상에 도달할 것만 같았다.

* 김택용이 본좌가 되기 위한 조건

마재윤, 송병구를 꺾으면서 우승한 김택용에게 남은 것은 테란전에 대한 검증뿐이었다. 이미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진영수를 상대로 스카우트까지 뽑는 여유를 보인 김택용은 곰티비 MSL 시즌3에서 박성균을 상대로 우승을 거두면 3회 우승과 함께 진정한 본좌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김택용은 '전장의 여우' 박성균에게 3:1로 무기력하게 패배하면서 '본좌'의 자리에서 다소 멀어졌다. 아직까지는 '본좌'라고 하기에는 테란전이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프로리그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동안 2007년 최고의 프로토스의 자리는 송병구가 가져가고 있었다. 송병구는 테란전에서만 8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올해 가장 많은 경기를 치룬 선수다. 또한 전기리그에 팀이 우승을 하는데 에이스로서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후기리그 성적도 좋아 올해의 선수상이 유력 시 되고 있다.


'본좌'의 자리에서 멀어진 김택용이 명예 회복을 하기 위해 남은 관문은 이번 주 금요일에 펼쳐지는 2007 에버 스타리그 4강 경기다. 현재 자신의 최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송병구와 붙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송병구를 누르게 되면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컵이 눈 앞이다. 양대리그 우승만큼 확실한 '본좌'를 입증할 커리어는 많지 않다. 더불어 곰티비 MSL 시즌2에서도 누른 송병구를 다시 한 번 제압함으로써 우위에 있음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1위를 지키고 있는 공식 랭킹도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다. 양대 리그 제패와 함께 우승자 포인트 획득을 통해서 송병구를 물리치고 올해의 선수상까지 함께 노려볼 수 있게 된다.

이미 마재윤이라는 거목을 쓰러뜨리는 '혁명'을 달성한 김택용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과제는 2007 에버 스타리그 우승을 통한 진정한 '본좌'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혁명가' 김택용이 마지막 혁명을 통해 '본좌'로 올라설지, 아니면 그저 '혁명가'로 남게 될지는 금요일 경기를 통해서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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