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욱, 레슬링과 이종격투기 그길만 추구'

한 때는 만화 잡지 기자를 했었고, 한창 유명할 때는 WWE 프로레슬링의 해설을, 지금은 국내 유명 이종격투기 선수의 부커(선수와 선수를 연결해 경기를 시키는 역할)를 담당해 해외 유명 스포츠 에이전트 회사를 뛰어다니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간단하게만 그의 약력을 살펴봐도 쉬운 길은 걷지 않은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느껴졌다. 사실 조금 어리게 보였다는 것이 맞을지도. 그러나 분명한 건 기자가 만난 천창욱씨는 여전히 또렷하면서도 자신 있는 목소리와 뚜렷한 자신만의 주관을 가진 대단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만화 잡지사에서 기자로 근무했었죠. 덕분에 국제 업무도 해보고, 우연히 기회가 돼 98년부터 프로레슬링 해설을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해설만 10년차군요.(웃음) 그러다가 2002년에 잡지사를 그만두고, 해설자로 본업을 했다가 지금은 국내 선수와 해외 선수를 연결해 경기를 시키는 부커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죠"

그런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랬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자 천창욱씨는 기회와 시도, 그리고 운이 함께 하다 보니 다행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 덕분에 WWE 레슬러는 물론, 국내 유명 사회자, 스포츠 관계자들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고. 하지만 그가 실제 링에서 체어샷(의자로 선수를 내려치는 행위)으로 프로레슬러와 대립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진짜로 했었죠. 정말 현장에 있는 의자로 일본 선수를 내려쳤고, 그 후에는 장외까지 나가서 치고 받았어요. (웃음) 가끔 유명 포털에서 관련 글을 읽다보니 이 부분에 대해 아직까지도 사실이다, 아니다라고 의견이 분분하시더군요. 사실 그때 당시의 선수와 어느 정도 합의가 있었죠. 근데 본 방송에 들어가니깐 강도가 강해지더군요. 그래서 에이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들어가 체어샷을 날렸어요. 시원하긴 하더군요(웃음)"

사실 그때 당시에 천창욱씨는 간단한 대립 정도만 하고 물러설 생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방송에 들어가니 그 선수의 행동 때문에 좀 더 욱하게 됐다. 물론 그는 체어샷 사건 외에도 물고문을 당하거나 엘비스 프레슬리 기믹으로 유명했던 홍키통키맨 선수에게 넥브레이커(상대방의 목을 잡고 내던지는 프로레슬링 기술)를 당하기도 했다.

"그때는 짜고 한 것이 아니라는 글을 게시판에 남겼죠. 물론 거짓말을 할 의도는 없었지만

사실 어느 정도 한국 레슬링에 변화를 안겨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그때 당시 한국 레슬링은 기믹이나 대립 등의 스토리 등에 대한 거부반응이 상당했거든요."


실제로 링 위에서 몸을 날릴 정도로 그의 프로레슬링에 대한 애정은 상당히 컸다. 한참 WWE 해설을 할 때는 실제로 크리스 제리코나 스테파니 맥맨, 부커T, 트리플H 등의 선수들과 만나 인터뷰를 나눌 기회도 있어서 WWE 해설자 이전 팬 입장으로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고.

"국내 첫 투어 행사 때 였는데 그때는 정말 대단했었죠. 때마침 출시된 레슬링 관련 게임에 대한 홍보도 있었고, 멋진 선수들이 잔뜩 왔었죠. 스테파니 맥맨의 경우 직접 슈퍼스타들의 인터뷰를 잡아줄 정도로 친절했었죠. 크리스 제리코도, 트리플H도 기억에 남는 선수들이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천창욱씨에게는 레슬링 게임이나 이종격투기 게임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THQ코리아에서 매년 꾸준히 출시하고 있는 프로레슬링 시리즈 '스맥다운 대 로우' 시리즈에 대한 질문이나 문의는 실제 방송으로 나갈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에 출시된 '스맥다운 대 로우 2008'은 기존 시리즈와 확연히 달라진 조작 스타일 때문에 적응하는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점이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긴 후에는 상당히 편하게 인식이 되더군요.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게임성이 아날로그 스틱의 활용으로 인해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실제 레슬링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안겨줬습니다"

천창욱씨는 이번 신작이 선수들의 능력치 상향 조절, 로딩 단축,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 등으로 다양한 재미를 추구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심판의 떨어지는 인공지능이나 작은 버그 등으로 평가가 떨어지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스맥다운 대 로우 2008'은 상당히 만족감을 느끼며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종격투기나 레슬링 게임들의 성공 요인은 간단합니다. 얼마나 경기와 선수들을 잘 표현하는가에 따라 게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전에 출시된 이종격투기 게임들이나 일부 레슬링 게임들은 그 점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기도 했죠. 몇 번의 버튼만 사용해서 승리하면 무슨 재미로 그 게임을 즐기겠습니까?"

이종격투기는 선수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기술들을 찾기에 무리가 있지만 그들의 스타일을 커맨드 입력 방식의 스타일로 구현한다면 '버추어파이터5'나 '철권6' 같은 격투 액션 게임들과 흡사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천창욱씨의 생각이다.


하지만 천창욱씨는 관련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종격투기나 프로레슬링 시장이 국내 시장에 자리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신한국프로레슬링, WWA 두 개의 프로레슬링 단체와 '스피릿MC' '김미파이브' 등의 대형 이종격투기 흥행 등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스포츠인들의 관심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국내 프로레슬링과 이종격투기 시장은 많이 침체돼 있죠. 가능하면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꼭 한 번이라도 가서 경기를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WWE나 TNA, 허슬 등의 해외 유명 단체들의 경기력과 비교하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의 열정만큼은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는 종합격투기도 마찬가지죠. 국내 토양이 없이 해외 대회만 너무 좋아하는 건 한국 스포츠가 가진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쯤 국내 시장을 돌아봐주고,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이것이 국내 레슬링과 이종격투기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 아닐까요?"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