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인기 게임이 NDS로, 메탈 슬러그 7

어어부 ububa01@simba.com

게임개발자란 즐거움을 그 한계 너머로 끌고 가려는 사람들이다. 이 즐거움은 단지 신선한 게임플레이를 제시하는 것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적절한 순간에 흘러나오는 배경음에서, 혹은 스쳐 지나가는 졸개들의 제스처에서 발견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게임의 핵심은 풍부하고 기발한 플레이 설계이지만, 우리는 게임이 그래픽과 음악, 애니메이션, 컷신, 연출, 내러티브 등 다른 많은 복합적인 요소로 이뤄진다는 것쯤은 안다.
나는 사실 전문가가 아닌 누군가가 비주얼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대체로 그런 글에서 다루는 그래픽에 대한 평가란 텍스처가 얼마나 세밀한지, 그래서 진짜 같은지 아닌지, 혹은 모션블러가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더라 같은 기초적이고 진부한 것뿐이다. 마치 수학자가 산수하는 초등학생을 보는 기분이다. 콜오브듀티4 디자이너인 에릭 리버스는 "만일 니가 노멀맵과 다이내믹 라이트닝, HDR 같은 용어에 대해 30분 이상 떠들 식견이 없으면 닥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에릭의 말에 완전 동의하지는 않지만 파크라이2의 그래픽적 아름다움에 대해 잘 아는 척 하면서 엔진의 성능, 프레임저하나 텍스처 따위의 오직 자간을 메우기 위해 공허한 메아리만 반복하는 글에는 치가 떨린다. 그래서 나는 그런 글은 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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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비주얼을 그럴싸하게 언급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언급으로 비웃음 대신 어떻게든 생산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을까? 엘더스크롤4의 스토리와 풀아웃3의 리드 디자이너이자 스토리를 맡고 있는 에밀 파그리아룰로는 "show, don't tell"이란 원칙을 말하고 있다. 게임에서 스토리는 중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임 플레이' 속에서 자연스레 전달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오쇼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스토리를 담당한 켄 레빈은 게임제작에서 "show, don't tell" 원칙을 잘 구현하려면 무엇보다 게임 화면을 통해 보이는 모든 그래픽 애셋(사용자 캐릭터, NPC, 몹, 배경, 오브젝트, 아이템 등)들 자체에서 '얘깃거리'가 있음직하게 느껴져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얘깃거리는 전체적으로 표현하고픈 게임 스토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에밀과 켄 레빈은 지금 개발자 입장에서 촌스럽지 않게 스토리를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사실은 스토리든 그래픽이든 음악이든 실질적으로는 게임플레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이 게임다운 건 게임플레이가 있어서다. 말하자면 어떤 부분에 대해 평가하려거든 핵심적인 게임플레이와 연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복합적인 산물이고 이를 그래픽, 음악, 연출, 스토리 등으로 따로 떼어서 평가하는 건 마치 햄버거에서 패티와 양상추, 토마토를 분리한 뒤 각각에 맛점수를 매기고 다시 합친 다음 이것이 햄버거라고 말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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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고철 민달팽이7(MetalSlug7)에 전원을 넣으면 누구나 먼저 그래픽에 실망하게 된다. Oh NO~~. 나 같은 슬러빠는 곧장 분노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휴대용 2D게임이 작은 해상도에 맞춰 도트를 새로 찍어내는데 반해 메탈슬러그7은 비디오게임과 아케이드로 발매한 슬러그 시리즈의 화면 비율을 그대로 가져왔다. 덕분에 우리는 찌그러진 영웅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화면이 넓어진 덕분에 주머니게임기에서도 좀 더 많은 캐릭터와 거대한 슬러그기간트를 볼 수 있는 이점이 생긴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같은 닌텐도계열의 휴대용기기였던 게임보이어드밴스용 메탈슬러그어드밴스(2005,SNK PlayMore)의 답답한 화면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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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듯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는 즐거움은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다. 그동안 메탈슬러그 시리즈가 리필브랜드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인기를 유지하는 건 이런 즐거움이 다른 게임에 비해 꽤 풍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탈스러그7은 좀 더 많은 캐릭터와 슬러그기간트같은 스테이지에 딱 한 번 등장하는 거대로봇 때문에 중요한 즐거움을 희생했다. 문제는 이게 메탈슬러그를 슬러그스럽게 유지하며 다른 게임과 구별 짓는 중요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는 거다. 슬러빠가 아닌 자들은 언제나 엄청 짧은 레벨을 트집 잡지만 세계의 모든 하드코어 슬러빠는 바로 안다.(하!)그리고 우리는 휴대용 계열의 전작인 메탈슬러그어드밴스가 그 코딱지만한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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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슈팅액션에서는 화면이 스트라이프 되기 바빠 풍경을 감상하는 일은 드물다. 그때 슬러그 시리즈는 화면 가득 큼지막한 캐릭터에 정성들인 2D 애니메이션으로 코믹하고 풍부한 제스처의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덕분에 우리는 헐떡이는 마르코의 어깨와 수통을 벌컥 들이키는 에리를 보았고, 탄성을 지르거나 꾸물거리며 기어오다 깜짝 놀라고 마는 모덴군의 진실한 표정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숨겨진 포로구출이나 정신없이 숨 가쁜 게임플레이와 같이 메탈슬러그 시리즈를 즐기는 포인트였다. 그런 즐거움 중 하나가 찌그러진 화면 때문에 반 토막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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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해서 메탈슬러그빠들에게 NDSL용 7탄을 건너뛰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풍부한 제스처를 감상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이긴 했지만 겨우(?) 하나가 사라졌을 뿐이다. 이것을 제외하고도 아직 많은 장점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나는 메탈슬러그를 재미있게 플레이했음을 미리 밝힌다. 또한 당신이 슬러빠가 아니라도 분명 재미있을 거라는 것도. 그러니까 메탈슬러그가 갖고 있던 다른 즐거움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거다. 허공을 향해 딱총을 갈겨대다 발견하는 포로의 즐거움이 있으며(몇은 기막히게 절묘한 위치에 있다), NDSL의 조그만 스피커를 박살낼 듯한 날카로운 사운드에는 고막이 진동하고, 숨이 차는 게임플레이는 여전히 재미있고 충분히 만족스럽다. 하지만 휴대용 메탈슬러그어드밴스만 비교하더라도 게임진행이 매우 펑퍼짐해 졌다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몇 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레벨이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끝나 있고 그게 아니면 경사로(4레벨)이루어졌거나 싱겁게 하강하기(5레벨)같은 식이다. 이때 듀얼스크린에는 쓸모없는 맵을 표시해준다.(사실 메탈슬러그(1996,SNK) 시리즈의 숨 가쁜 게임플레이, 근접액션, 거대보스는 이전 건스타히어로즈(Gunstar Heroes,1993,SEGA)에서 이미 정립되어있었다. 여기에 부드럽게 풍화된 2D 애니메이션과 교묘하게 배치된 점수아이템과 포로구출(2부터)의 히든요소가 추가되자, 기존의 게임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꽤 괜찮은 게임이 탄생했고, 그 원형이 워낙 출중해서 리필브랜드라는 비아냥에도 꽤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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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성의 없는 레벨디자인은 특정 레벨마다 있던 분기선택 역시 사라지게 했다. 이처럼 메탈슬러그7은 기존에 재미있었던 게임플레이가 많이 삭제됐다. 음식을 섭취해 뚱뚱보로 변하고, 입김을 맞고 캐릭터가 좀비가 되거나 하는 많은 자잘한 요소가 이번 작품에는 없다. 몇 가지는 전 시리즈에서 자취를 감쳤다고도 하지만, 아무튼 없다. 대신 몇 가지 추가되었는데, 우선 새로운 슬러그가 2기 등장한다. 인상적이지 못한 슬러그트로코와 망할 슬러그기간트. 슬러그트로코는 철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추가로 보조트로코를 4개까지 연결할 수 있다. 빵부스러기 같은 저질 체력을 소유. 무지 약하다. 슬러그기간트는 거대한 로봇으로 지상의 모든 걸 깔아뭉개며 보스 전까지 이어진다. 슬러그기간트는 운전석이 약점으로 정면으로 포탄을 발사하거나 근접전에서 엉성한 펀치를 날려 적을 제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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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휴대용 전작 메탈슬러그어드밴스에서 몇 번이고 불타오르게 했던 카드수집은 삭제됐다. 대신 전투학교가 등장했다. 1레벨부터 7레벨까지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목표전멸, 물자회수, 포로구출, 거점공격, 특별훈련의 5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이들 각 미션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차이가 없다. 어드밴스판 카드수집처럼 반복플레이를 장려하는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 검증된 수집기능을 빼놓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계급이 올라갈수록 신시아 교관을 희롱하며 놀 수 있는데 이건 뭔 츤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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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비디오게임 시리즈 6에 등장했던 랄프와 클락이 NDSL에도 출현했다. 랄프는 근접전투 특화캐릭터로 특수기로는 킹오브파이터즈 시절의 필살기였던 폭발하는 발칸펀치를 날리고, 사망했을 시 이동속도가 감소된 상태에서 일어나 한 번 더 움직일 수 있다. 대신 탄약과 폭탄 소지량이 절반이다. 클락은 슈퍼 아르젠틴 백브레이커를 사용, 적을 무한으로 집어던질 수 있다. 백브레이커를 사용하는 순간에 몸이 빛나며 무적이다. 메탈슬러그다운 육중한 디자인의 보스는 탈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역시 어렵고 질기다. 이번 작에서도 포로구출율이 0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4레벨 보스의 경우 계속 시간을 끌지 않으면 포로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스 자체의 난이도는 낮지만 탄약 부족 때문에 애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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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중 가장 긴 7레벨을 구현했지만 성의 없는 레벨디자인, 분기선택의 삭제, 그래픽 이슈, 쓸모없는 근접공격의 단점 등 아쉬운 점이 다수 발견된다. 삭제된 여러 요소에 비해 추가된 요소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메탈슬러그 시리즈가 워낙 견고한 즐거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NDSL용 메탈슬러그7는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게임이다. 단 원래 게임 자체가 심각하게 짧은 만큼 반복플레이를 위한 명분으로 집어넣은 전투학교는, 같은 반복플레이를 유도했던 어드밴스판 카드수집에 비하면 정말 실망스럽다. 그 외 와이파이는 그냥 그렇다 치고 그 흔한 근거리 2인 멀티플레이도 없다는 사실이 이미 NDSL로 멀티플레이를 맛 본 대다수 플레이어에겐 아픔일 거다. 하지만 싱글플레이만으로도 손바닥이 축축이 젖는 수작임은 틀림없다.
GOOD : 적지 않은 실망에도 여전히 재미있는 시리즈, 포로구출, 츤데레 신시아
SUCK : 심히 짧은 플레이시간, 참혹한 반복플레이, 멀티플레이 없음. 듀얼스크린에 어떤 기대도 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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