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온라인 게임, 왜 시장에서 안 먹히지?

프로야구 400만 관중 시대, 5위 포항의 반란으로 희비가 엇갈린 프로축구, 치열한 3위권 다툼으로 연일 흥미진진해지는 농구, 박태환, 김연아 등이 보여준 비인기 종목에서의 뜻밖의 활약, 편파판정으로 떨어졌다가 세계핸드볼연맹에 재소해 재경기까지 거치며 다시 얻은 베이징 올림픽 핸드볼 본선 출전권 등 2007년부터 이어진 스포츠 열기는 오랜만에 국민들을 즐겁게 했고, 2008년에 대한 기대 또한 남다르다. 하지만 실제 스포츠만 즐거웠을 뿐, 스포츠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 중 온라인 게임의 경우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못한 상태. 수많은 스포츠 온라인 게임들이 서비스되고 있지만 그중 잘나가는 게임은 몇 없다.


* 실제감 떨어지는 스포츠 게임들

야구를 소재로 한 게임이라면 140~150km/h의 공을 포수 미트에 꽂아 넣거나 방망이로 치고, 상황에 따라 베이스를 달리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서비스 중인 야구 온라인 게임 중 야구의 기본적인 재미를 살린 게임은 거의 없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신야구', 고교 야구를 배경으로 선수 성장의 재미를 강조한 '슬러거', 동네야구를 표방하는 'W베이스볼' 등 각각의 야구 온라인 게임들은 저마다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지만 이중 '마구마구' 만이 기본적인 야구의 재미를 살렸다는 평가와 함께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을 뿐이다. 축구를 소재로 한 게임들의 경우 '피파온라인2'만 실제 축구를 소재로 하고 다른 게임들은 풋살을 소재로 했다는 종목의 차이는 있지만 수비를 제치고 들어가 시원하게 골을 뽑아내는 재미는 '피파온라인2'만이 유일하다. 이처럼 스포츠 온라인 게임이 외면 받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기본적인 재미를 느끼기 힘들어 실제 스포츠에서 느꼈던 감동과 재미를 스포츠 온라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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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쪽짜리 대한민국 스포츠 문화

최근 기자는 배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기자가 앉았던 자리 옆으로는 약 80여명이 단체관람을 왔었다. 경기 시작에 앞서 단체 관람객들을 연습시키던 응원단장은 박자가 잘 맞지 않자 모든 운동 경기를 통틀어 경기 관람이 그날이 처음이던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보라 했고, 그중 절반 정도가 손을 들었다. 이는 굉장히 단편적인 예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우리나라는 올림픽과 월드컵 한 차례, 아시안게임과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은 몇 차례 유치한 경험이 있으며,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이들 대회에서 세계 10위권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인기 스포츠의 경우, 야구는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4강에 올랐으며, 축구 역시 2002년 4강에 오르며 전 국민을 감동케 했었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산업은 연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최근 프로야구단 현대 유니콘스는 모기업의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인수 구단을 찾는데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한국 스포츠의 위상은 높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나 인프라 형성에 있어서는 많이 부족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의 완성도와 뚜렷한 마케팅 플랜이 갖춰지지 않은 스포츠 온라인 게임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 '마구마구'의 마케팅에서 배워라

2007년 잠실야구장을 한 번이라도 찾았던 사람들은 전광판 및 각종 프로모션 이벤트를 통해 마구마구'를 접했을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마구마구'를 서비스하는 CJ는 전광판 광고를 비롯,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와 제휴를 맺고 응원 이벤트, 게임 내 선수 캐릭터 및 관련 상품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며 잠실야구장을 찾은 야구팬들에게 '마구마구'를 인식 시켰고, 경기를 관람하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마구마구'를 찾도록 했다. 게다가 야구의 기본적인 재미를 잘 살린 게임 완성도와 마구 시스템, 카드덱 수집 등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한 번 플레이 해본 게이머들이 계속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는 동시 접속자 수의 증가 및 수익 향상으로 이어졌다. '마구마구' 외에도 KBO와의 제휴를 통해 선수 라이센스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게임들은 많다. 하지만 그중 몇 개의 게임들이 스포츠팬들에게 인식됐을까?


* 다양한 콘텐츠만큼 게이머들이 머무를 수 있는 건 없다

실제 스포츠와 연계된 마케팅을 통해 게이머들과 스포츠팬들에게 게임을 인식시켜 플레이 하도록 했다면 이제 그들을 게임에 계속 머무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다양한 콘텐츠일 것이다. 축구 및 풋살을 소재로 한 많은 게임들이 서비스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경기를 플레이하는데 그치고 있다. '피파온라인2'는 다른 게이머와 경기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독이 돼 팀을 운영하거나 다른 게이머들과의 거래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스쿼드를 짜맞춰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유명 선수들의 국가대표 선발 여부, 실제 트레이드 상황에 따라 업데이트를 진행해 게이머들이 최신의 로스터로 구성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반해 길거리 농구를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프리스타일'의 경우 높은 완성도를 통해 출시 이후 많은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졌었지만 캐릭터 꾸미기 및 스킬 아이템의 업데이트에만 집중한 나머지 농구 경기 외에 다른 콘텐츠가 없어 지루함을 느낀 게이머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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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온라인 게임들의 활성화를 빌며

스포츠 인프라가 약하다는 다소 힘든 환경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스포츠와 연계된 마케팅으로 게이머들과 스포츠팬들에게 인식되고,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한 번 플레이 해본 이들이 게임에 계속 머무를 수 있도록 한다면 스포츠 온라인 게임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의 인기에만 기대려하는 게임들이 아니라 실제 스포츠에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을 게임을 통해 재현할 수 있는 스포츠 온라인 게임들이 앞으로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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