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편의점에서 완전범죄 꿈꾸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채 모씨(22)는 어느 날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꼬마가 20만원을 들고 와 몽땅 게임 캐시로 바꿔달라고 했기 때문. 채 모씨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으레 있는 일' 이라는 아르바이트 친구의 말에 군소리 없이 모두 바꿔줬다>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완전 범죄를 꿈꾸고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 캐시를 아이들이 구매 할 때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며, 일정 금액 이상 캐시를 구입 할 수도 없다. 또한 부모 몰래 캐시를 구입하려 하여도 핸드폰 충전이나 계좌이체 등을 할 경우 에는 해당 기록이 남기 때문에 부모 몰래 충전을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하다.

그러나 최근 편의점이나 문방구 등 아이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상점에서 게임 캐시를 판매하면서 이런 아이들의 무분별한 게임 캐시를 구입 하는 것을 방어 하는 제재 수단들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이들 상점에서 현금으로 쉽게 게임 캐시를 구입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부모의 동의도 필요 없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캐시로 충전하는 것이 가능하며, 물론 이들이 구입한 캐시에 대한 기록도 남겨지지 않는다. 이렇기 때문에 현재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캐시를 충전하는 방식을 선호하며, 이미 많은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캐시를 구입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게임 캐시 충전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편의점에서 과자나 음료수를 사듯이 'xx 게임 캐시 충전해 주세요'라고 점원에게 말한 후 돈을 내면 된다. 이후 쿠폰 번호가 입력된 영수증을 받은 뒤 집으로 돌아와 해당 게임 또는 홈페이지에 접속해 쿠폰 번호를 입력하면 편의점에서 결제한 금액만큼 캐시로 바로 충전된다.

게임 캐시가 술이나 담배처럼 미성년자 판매 금지 목록에 포함된 것이 아니기에 게임 캐시를 사러 오는 어린 아이들에게 판매 거부할 권리도 없을뿐더러, 설령 편의점 주인의 양심적 판매 거부를 했다고 하더라도 어린 아이들은 다른 편의점에서 가서 사면 그만인 것이다.

송파구 문정동의 한 초등학생은 "엄마 아빠 몰래 게임 캐시를 살 수 있는 방법은 편의점 말고도 또 있다"며 "책방에서 도서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을 사서 온라인 상에서 충전하는 것도 편의점 못지않게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미성년자들의 무분별한 캐시 남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캐시 정책이 온라인 결제에서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성인들과 별다를 바 없이 게임 캐시를 충전할 수 있으며, 심지어 미성년자에게만 제한돼 있는 1회 최대 충전 금액 및 캐시 최대 보유 한도액 정책도 편의점 결제와 도서상품권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편의점에서 게임 캐시로 충전한 게임 캐시 영수증은 게임에 접속해 쿠폰 등록하기 이전까지 현금의 가치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 아이템 구매 시에만 충전해 사용할 경우 1회 최대 충전 금액이나 캐시 최대 보유 한도액 정책에 위반될 이유가 전혀 없다.

또한, 14세 미만의 어린이들에게만 적용시킨 캐시 아이템 선물 기능 제한 정책도 편의점 게임 캐시 결제 영수증을 편의점에서 어린 아이들끼리 서로 주고받기 받아 각 게임 홈페이지의 캐시 정책과 편의점에서의 게임 캐시 결제 방식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의 캐시 남용에 대해 업체나 어른들의 입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상품권이나 캐시 결제 판매 시에 얻게 되는 수수료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 특히 학교 주변 문구점의 경우 캐시 판매로 얻게 되는 수익이 하루 매출과 맞먹을 정도로 커 알면서도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임 업계의 한 전문가는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캐시 구매"라며 "수익을 위해 모든지 하려고 하는 업체도 문제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방법을 알려주며 구매를 유도하는 어른들, 그리고 이런 것 조차에 관심도 없는 부모들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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