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리메이크. 페르소나 2 죄

灼眼의 블선생 fred8505@hotmail.com

니시타니 아야의 소설을 원작으로 시작되어 일본의 3대 국민 RPG 중 하나로서 정착한 여신전생 시리즈. 우리나라에 익히 알려져 있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비하면 인지도는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지금까지는 맛볼 수 없었던 재미와 세계관, 컬트적인 요소들 덕분에 일본 현지에서는 국민RPG 중에 하나로 사랑을 받아온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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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발점이었던 92년작 패미컴용 여신전생을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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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작을 제외한 가장 최신작인 STRANGE
JOURNEY까지 이어져온 오랜 역사를 지닌 게임이다


그런 여신전생 시리즈의 세계관과 재미를 넓히고 조금 더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고자 제작된 시리즈가 바로 여신이문록 페르소나 시리즈이다. 이 페르소나 시리즈는 비록 여신전생 시리즈에서 파생된 작품이기는 하나 페르소나 시리즈만의 독특한 법칙과 세계관, 시스템 등을 확립하며 "여신전생 시리즈이자 여신전생과는 다른 시리즈"로서 취급받게 되고, 덕분에 페르소나 시리즈 만으로도 많은 팬층을 거느리는데 성공을 하게 된다. 시간은 흘러 흘러 페르소나 시리즈는 어느덧 시리즈의 4번째작을 출시하기에 이르렀고,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페르소나 5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페르소나 2 시리즈 중 하나인 죄의 PSP 리메이크가 최근 이뤄졌다(페르소나 시리즈의 시작인 여신이문록 페르소나의 PSP 리메이크에 이은 두 번째). 1999년 처음 출시된 이래 거진 10년만에 리메이크작으로서 등장하게 된 페르소나2:죄. 과연 원작과 비교하여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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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도 원조의 타이틀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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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리메이크작의 타이틀 화면


역시 21세기에 등장했던 후속작들 이전의 작품이었던 덕분에 후속작에서 차용되었던 새로운 시스템 대신 여신전생 시리즈 전통의 시스템들이 아직 잔재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페르소나 시리즈가 그나마 다른 여신전생 시리즈에 비해 쉽게 접근을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면 페르소나 2 죄의 경우는 그러한 변혁이 일어나기 이전의 시리즈다. 본 작을 통해 처음 페르소나 시리즈를 접하거나, 복잡한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신전생 시리즈의 팬이라면 누구나가 금방 떠올릴 만한 게임의 백미인 악마설득 시스템은 기존 여신전생 시리즈처럼 단순히 얘기만을 걸어 아이템을 주거나 설득만 하여 악마를 꼬드기는 것이 아니라, 파티원들의 여러가지 행동을 통해 해당 악마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끄집어내어 그것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자신의 힘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런 것을 파악하기 위한 요소가 전투화면 오른쪽 상단의 희노애락 게이지(기쁨, 분노, 흥미, 공포 4가지로 분류)이다. 그리고 가끔은 파티원쪽에서 먼저 대화를 걸기 전에 악마쪽에서 먼저 흥미를 갖고 대화를 걸어오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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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면 기뻐하며,
반대로 행동하면 화를 내거나 공포에 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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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악마측에서 먼저 얘기를 걸어 선택지를 골라야할
때가 있으니 신중히 선택하도록 하자


악마와 대화를 하다보면 해당 게이지에 변화가 생기며 현재 악마의 감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좋아하는 부분만을 노려서 공략한다면 기쁨 게이지가 충족되어 동료로 맞이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만, 분노를 끌어올린다면 분노 게이지가 충족되어 공격을 해오게 된다. 그러나 동료로 맞이하는 것도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는데, 여타 여신전생 시리즈가 그러하듯이 플레이어 캐릭터들의 레벨이 해당 악마보다 낮다면 동료로 맞아들일 수 없다. 대신 악마쪽에서 플레이에 유용하게 쓰일 아이템이나 페르소나 소환에 쓰이는 타롯카드를 뱉어내는 경우가 있으니 손해만 본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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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기쁘게 하여 계약을 맺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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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이나 돈을 받거나 유용한 정보를 취득 할 수 있다


악마와의 대화를 시도할 때에는 딱히 파티원 중 한명만을 골라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파티원을 선택하여 악마와의 대화를 시도해볼 수도 있다. 서로간의 사이가 좋은 파티원 두 명을 골라 만담(?)을 시전하여 그것을 좋아하는 악마에게 대화를 시도하게 되면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간에 사이가 서먹하거나 좋지 않다면 강제적으로 처음 선택한 파티원만이 악마설득을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본 작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자 악마설득만큼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소문 시스템이다. 예를 들자면 "XXX는 사실 YYY더라"라는 식의 소문을 주윗사람으로 부터 들은 후, 이것을 토대로 탐정사무소에 소문 의뢰를 하게 되면 그 소문은 더 넓게 퍼져 나가며,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소문이 진짜로 바뀌게 된다. 이야기만 들어보면 기실 별것 아닌 것 같은 요소 같기는 하지만, 이 소문 시스템을 이용함으로서 숨겨진 던전, 페르소나, 아이템이나 최강의 무기를 손에 넣거나, 숨겨진 던전 등이 출연하게 되는 등 여러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놓고 보면 여러 가지로 재미있게 즐길 요소들이 많지만, 초심자가 금방 익숙해지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그 매력에 빠지게 되어 말초적인 재미를 찾아낼 수 있으며,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하여 노하우를 쌓아 악마를 포섭하거나 숨겨진 아이템 등을 찾아나가게 된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90년대 중기와 말기에 출시되었던 RPG 장르 타이틀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시리즈의 일신을 가져온 3,4탄의 경우는 서로간의 접점이라고 해봤자 전작의 인물이 한 두명이 언급되는 식으로 그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며 세계관의 통합된 모습이나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 반면, 본 작의 경우는 시대의 배경이 전작의 무대와 시간으로부터 3년이 지난 스마루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덕분에 전작과의 연관성이 매우 중요시 여겨지는 스토리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파티원으로 들어오는 인물 중 한명은 전작에서도 등장하고 있었던 인물이었고, 기타 스토리상의 이런저런 부분에서 전작의 인물들이 많이 거론되는 등 전작이 본 작의 진행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부분은 전작인 여신이문록 페르소나가 다행히도(?) 정식발매된 덕분에 무리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 작의 경우는 진행하면서 약간의 어거지성으로 끼워넣은 부분이라던가 스토리의 개연성이 없다던가 하는 등의 구멍이 있어, 죄 편에서 게이머들 사이에 거론되었던 스토리상이나 시스템상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같은 세계관 내에서 또 다른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벌 편이 따로 존재하고 있다. 과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작사에서는 어떠한 답을 내놓을 것인가가 귀추가 주목된다고 할 수 있겠다. 만약 벌 편의 경우도 리메이크가 이루어진다면야 다행이겠지만, 만의하나 리메이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죄 편에서 끝나버린다면 게이머들은 필시 찝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물론 원작을 즐겨온 게이머라면 예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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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경우는 죄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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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다르면서도 똑같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벌 편으로 이어진다


90년대를 살아온 올드 콘솔 게이머들 중 리메이크 전의 본 작을 즐겨왔던 팬이나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중견 게이머라면 추억에 젖어 플레이할 수 있을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페르소나, 넓게는 여신전생 시리즈의 입지와 인지도를 놓고 따로 생각해 보면 그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 예전에 비하면 매니악한 게이머의 수는 극히 적으며, 플레이스테이션 2 정식발매 이후 라이트한 게임과 비교적 양질의 한글화 게임을 즐겨왔던 게이머들에게 지금의 페르소나 2를 내놓고 해보라고 한다면 "글쎄..."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를 하나둘식 조목조목 따져보면 우선 첫번째로는 후속작들과 비교해보면 조금은 복잡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본 리메이크작보다 먼저 정식발매를 이룩했던 페르소나 3나 4를 보면 난이도는 예나 지금이나 고만고만 해졌지만 시스템상으로는 굉장히 쾌적하고 조금만 플레이해도 대충 적응할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 구성을 자랑했으나, 본 리메이크작의 경우는 원작인 PS1 버전을 새롭게 업그레이드 되고 PSP에 맞게 바뀐 인터페이스와 신규 오프닝, 현대에 맞게 리믹스한 음악 등을 제외하면 원작의 그것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똑같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부분은 원작을 즐겨본 게이머들에게는 반갑게 다가올 수도 있으나, 라이트 게이머들에게는 굉장히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2 이후의 작품에서는 간단하게 페르소나 카드를 합체시켜 새로운 악마를 만들어내고 그저 그때그때 카드를 교체하여 키우기만 하면 되지만, 이 게임에서는 전투 중 악마를 설득하여 계약을 하거나 설득을 하여 일정량의 카드를 얻어 소환하거나, 빈 타롯카드를 얻어 벨벳 룸의 악마화가에게 의뢰하여 새로운 카드를 만들거나 하는 등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3나 4의 간단한 그것을 생각하고 잡게 된다면 무척이나 당혹스러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장 필자만 해도 처음 페르소나 2를 접했을 때 이러한 복잡한 요소들 덕분에 초반 플레이에 난항을 겪었다.
시스템도 시스템이지만, 역시 이 게임을 쉽게 접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언어의 장벽. 다른 페르소나 시리즈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글화가 되어있어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본 작의 경우는 매뉴얼만 한글화가 되어 정식발매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자막 한글화가 되어있지 않는다는 것 자체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본 작은 여타 RPG보다 NPC나 주요 파티원들과의 대화, 소문 시스템 등 일본어가 필수인 부분이 많다. 특히 기본적인 대화 외에 여신전생 시리즈에 등장하는 고유 명사나, 게임 스토리상으로 보이는 어려운 단어 등의 경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자잘한 부분까지의 한글화는 힘들다 한다고 하더라도 본 작의 메인 스토리의 줄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 대사집 등을 동봉했다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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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시나 NPC와의 대화 등, 아차 하고 지나가면
놓치게 되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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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적잖이 속이 쓰려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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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끔 일본식 말장난이 튀어나올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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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2002년도에 정식 발매를 시작한 플레이 스테이션 2의 발족 이후부터 게임을 즐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90년대부터 PS1이나 세가새턴, 기타 콘솔을 접해온 세대는 이제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이거나 활약을 거의 접는 것이 대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리메이크가 갖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올드 게이머들의 추억을 충족시켜주기 위함이 아니라면 이러한 약간의 리메이크만을 추가하여 원작 그대로 출시했을 리는 없다고 본다. 보통 리메이크작이라고 한다면 신규 게이머와 올드 게이머를 동시에 만족 할 만한 수단으로 그래픽의 일신, 인터페이스의 개선 등이 이뤄진다. 그러나 본 리메이크작은 그래픽이나 음악의 약간의 업그레이드가 있을지언정 그 이상의 것은 없다는게 크나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리메이크는 타당한 것인가, 그리고 과연 그 타겟은 올드 게이머를 위함인가 신규 게이머를 위함인가? 필자의 생각은 이도저도 사로잡지 못하고 반쪽만으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올드 게이머들은 원작의 불편함을 그대로 옮겨온 탓에 그저 휴대용 게임기로 나름 명작이라고 불린 본 작을 다시 한 번 플레이 해 볼 수 있다는 메리트밖에는 남지 않았고, 신규 게이머를 끌어들이기에는 적응하기 힘든 PS 원작 시절의 조잡한 그래픽과 쉽게 접근하기 힘든 시스템이 문제고. 제작사인 아틀러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놓치게 되는 불상사를 맞이하게 되고 만 것이다. 기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분명히 더 좋은 리메이크작을 만들 수 있었을 테지만, 안이한 리메이크로 인하여 이도저도 아닌 작품으로서 남는다는 것은 제작사 본인들은 물론이요 기존의 여신전생 팬들도 저버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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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아틀러스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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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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