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i 출시와 새로운 콘솔경쟁에 대한 전망

딱 6년 전이었습니다. 2002년 소니의 PS2,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그리고 닌텐도 게임큐브의 경쟁이 벌어졌던 것이. 게임큐브의 경쟁참여가 다소 늦었으니 실상 PS2와 X-box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었던 이 경쟁은 예상 외로 PS2의 손쉬운 압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특히 한국 게임시장에서 X-box가 특별한 힘 한 번 못 써보고 패배한 것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비록 한국에 런칭하기 전 일본시장에서 고전하기는 했지만 'Halo'나 'Blinx' 그리고 'Ninja Gaiden'을 비롯한 X-box만의 킬링 타이틀은 한국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2년의 콘솔 경쟁이 의의를 갖는 또 다른 지점은, 그것이 '정식으로 이루어진 승부'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콘솔이 정식으로 수입된 사례는 있었으나, 게임기의 지위는 '아이들이나 가지고 노는 값비싼 장난감'에 머무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DVD 기능도 '강조하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 소개된 콘솔은 비단 그것이 여전히 게임기라는 혐의는 벗지 못했으나 어쨌든 'DVD 대용' 또는 '그러한 의미에서 일석이조의 혼수'등으로 거실에 자리하게 되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둡니다(물론 이것은 단순히 콘솔을 홍보하겠다는 전략이 아니라 콘솔 자체를 게임 기능만이 아닌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기기로써 기능하게 하겠다는 각 진영의 전략이 반영된 것입니다).

콘솔의 경쟁은 또 다른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바로 게임관련 매체들의 등장입니다. 2002년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초활황을 이루었던 PC게임 잡지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던 해이기도 했습니다. '게임'이라고 한다면 PC 패키지 게임으로 대표되었던, '포트리스' '리니지'등의 온라인 게임들도 함께 언급되었던 시절, 이를 다루는 몇 개의 유력한 잡지군이 형성되었고, 각 잡지들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정품게임을 번들로 제공하는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이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매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최신 게임들까지 번들로 제공하게 되었고, 이것이 결국 게이머들로 하여금 '정품을 구입할 바에 기다렸다 잡지 부록으로 나오면 산다'는 심리를 갖게 해 게임 잡지 시장의 경쟁과열과 정품 게임 구입 위축으로 이어지게 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콘솔경쟁구도의 형성은 매체시장에게는 새로운 활로였습니다. 비디오 게임을 테마로 하는 매체들의 창간이 활발하게 이어졌으나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콘솔 경쟁의 승부가 의외로 손쉽게 끝나면서 매체들의 경쟁 역시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소니는 그 이전의 승부에서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소니), 새턴(세가), 닌텐도64(닌텐도)의 경쟁에서 소니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후 세가는 드림캐스트라는 새로운 콘솔을 제작했지만 실패, 결국 콘솔 제작을 중단하고 게임 소프트 개발 업체로 노선을 전환했고, 그 자리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 자리를 한 셈이죠. 어쨌든 두 차례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둔 소니는 향후 콘솔시장을 지배할 것을 예고해왔습니다. 실제로 소니는 콘솔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여기에 카메라를 활용한 '아이토이' 그리고 휴대용 콘솔 PSP(PlayStation Portable)를 개발하는 혁신적인 시도를 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소니의 막강한 위세를 지켜보며 이제 '콘솔시장의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닌가'하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콘솔시장에 진입하면서 치룬 막대한 손실을 감당하는 데 힘겨워 보이는 듯 했고, 닌텐도는 진영 본연의 재기발랄한 재미를 간직하고 있기는 했으나 점차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며 진행되는 게임개발의 흐름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쟁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대개 하나의 콘솔이 개발되고 5년 전후로 새로운 콘솔에 대한 제작설이 돌게 마련입니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한다는 간단한 이유 때문입니다. 게임을 제작하는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하는데 그 게임을 플레이할 기계의 성능이 그 기술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 신호탄을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360'으로 먼저 쏩니다. 이윽고 소니도 PS3의 제작계획을 발표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닌텐도에게로 쏠립니다. 닌텐도 역시 새로운 콘솔의 개발계획을 발표하지요.

이렇게 차세대 콘솔의 경쟁이 시작됩니다. 먼저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였습니다. 이전에 비해 훨씬 화려한 성능을 자랑하는 이 기기는 매우 큰 호응을 얻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를 내어놓았을 때 회심의 카드로 준비한 것이 X-box Live 였습니다. 단순히 게이머 혼자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연결해서 함께 게임을 즐기게 하겠다는 시스템인데, 특히 국내에서는 접속의 어려움, 인터페이스 불편함 등의 이유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다 향상된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게이머들에게 '접속하는 맛'을 선사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나머지 두 진영의 신제품 발매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Xbox360에 대한 호응이 계속 이어집니다.


소니의 PS3는 높게 책정된 가격으로 인해 곤란을 겪게 됩니다. '대체 이게 말이 되는 가격이냐'는 게이머의 불만이 제기된 것이지요. 물론 Xbox360에 비해 훨씬 좋은 성능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6~70만원 대에 해당하는 금액은 분명 게이머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액수이지요. 물론 소니 입장에서는 전통적으로 콘솔은 손해를 감수하고 판매한다는 업계의 룰을 따른, 즉 비싼 가격이지만 소니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것인데다, '블루레이'라는 미디어를 사용한다는 프리미엄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대한 빈축을 샀기에 억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와중에 닌텐도는 잠잠했습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신경전 사이에서 닌텐도는 다소 조용한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레볼루션'이라는 가칭만을 내어놓고, 콘솔의 이름조차 확정짓지 않은 채 새로운 시도를 차용한 콘솔을 제작하고 있다는, 게다가 매우 묘한 모양의 역시 디자인이 확정되지 않은 기계를 임시로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닌텐도는 늘 성능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대용량의 미디어를 CD나 DVD를 사용하지 않고 ROM 방식을 고수하면서 뛰어난 그래픽이나 방대한 범위의 게임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게이머의 불만을 사오기도 했습니다. 비록 닌텐도 64에서 게임큐브로 넘어오면서 ROM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이미 먼저 출발한 다른 진영에 비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닌텐도는 'Nintendo DS'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 냅니다. 두 개의 화면, 터치스크린을 사용한 직관적인 조작을 통해 '새로운 재미의 영역'을 발굴해 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게이머'도 발굴해내게 됩니다.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맞는 '간단하고 쉽고 다양한' 재미들을 만들어냄으로써 그동안 게임을 가까이 하지 않았던 이들까지도 게임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지요.


이러한 닌텐도의 선전은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닙니다. 왜냐하면 Xbox360과 PS3가 벌였던 차세대 게임기로서의 성능경쟁이 한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게임 타이틀 개발업체들의 '멀티플랫폼' 정책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콘솔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게임 개발 업체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게임들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 편으로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게임 타이틀의 판매가 분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PS3와 X-box 360이 좋은 성능을 가진 콘솔이라는 공통점이 각 콘솔이 지닌 차이점보다 더 뚜렷한 상황에서 그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한 상황에서 게임 개발 업체가 선택한 방법은 하나의 게임을 여러 콘솔에서 동시에 발매하는 것입니다. 'A'라는 게임을 PS3에서도, Xbox360에서도, 성능을 조금 낮춰 PSP에서도, PS2에서도, 닌텐도 DS에서도 발매하는 것입니다.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콘솔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쉬운 상황에서 게임 개발업체의 이러한 선택과 시도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유명한 게임일수록 이러한 시도가 거의 항상 이루어지게 되자,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어느 콘솔을 선택하든 그것 때문에 유명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하지 못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콘솔을 선택하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니지는 않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닌텐도 DS는 다르지요. 게임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즐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메리트는 닌텐도 DS의 성능이 PSP에 비해 결코 뛰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닌텐도 DS만의 영역을 구축하게끔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PS3 역시 정식으로 출시됩니다. 예정대로 높은 가격으로 출시되지만, 그로 인해 출시되기 전 해외시장에서도 제법 고전을 겪었지만 PS3 역시 나름대로의 카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바로 온라인 플레이를 무료로 제공한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플레이하기 위해서 유료로 멤버십을 구입해야 했던 Xbox360에 비해 이것은 나름의 메리트를 지닙니다. 여기에 'Home'이라는 '세컨드 라이프'에 빗댈 수 있는 서비스의 제공과 X-box Live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온라인 서비스의 제공이 무난하게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PS3가 채택했던 블루레이가 HD-DVD와의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블루레이 플레이어로서의 위용도 갖추게 됩니다.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HD-DVD 드라이브를 주변기기로 발매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마도 확실히 고전할 것으로 예측되었던 PS3는 출시 이후 제법 괜찮은 반응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후 소니는 PS3의 성능을 다소 낮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초반의 흐름을 계속 이어갑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Wii가 발매되었습니다. 닌텐도는 '닌텐도DS'에서의 장동건, 이나영, 송혜교로 이어지는 스타 마케팅의 흐름을 이번에도 원빈을 기용함으로써 이어갔습니다. 무엇보다 Wii가 주목받는 지점은 DS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Wii만의 새로운 재미'입니다. 단순히 패드를 손에 쥐고 버튼을 눌러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패드의 공간 인식 기능을 기반으로 몸을 움직여가면서 조작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도 즐길만한 타이틀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게임 방식 그 자체의 재미는 인정받았으며, 운동을 할 수 있는 'Wii Fit'과 같은 시도를 통해 DS에서 '두뇌 트레이닝'이 그러했던 것처럼 새로운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02년에 이어 6년 만에 펼쳐지는 경쟁에서는 누가 승리할 수 있을까요? 처음 시장에 진입한 X-box 360이 점유하고 있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초반의 예상을 뒤엎고 선전하고 있는 소니가 예전의 명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닌텐도가 DS에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것처럼 Wii를 통해 기존의 게이머와 새로운 게이머를 모두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사실에 가까운 그래픽과 사운드로 무장한 화려한 기술력, 그리고 새롭게 구축하는 재미의 영역을 주요 관전 포인트로 삼아 이 경쟁을 지켜본다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기사 제공 - 객원 필자 강지웅(iamwoonge@paran.com)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