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고, 뚫고.. 게임 제작사와 크래커의 끝없는 전쟁

게임 제작사와 게임을 불법적으로 퍼뜨리는 크래커들 간의 전쟁이 갈수록 집요해지고 있다. 과거 카트리지 게임이 주를 이루던 시기에는 복사 카트리지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것이 주된 방법이었으나, 광 디스크 매체와 플래시 미디어, 그리고 인터넷이 대중화 되면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불법 자료 제작 및 배포 행위가 만연, 제작사들을 골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 발매되지도 않은 게임이 인터넷을 떠돌아 다닌다

지난 24일,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에서 생방송된 한 게임이 게이머들의 화제가 됐다. 이날 공개된 게임은 출시일을 일주일 정도 남긴 기대작 'GTA4'였다. 즉, 공개되지 되지 않은 게임이 크래커에 의해 유포가 되버린 것.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크래커들이 게임 디스크의 롬을 불법으로 추출해 인터넷의 P2P 서비스를 통해 유포시켰기 때문으로, 이들은 롬파일과 함께 등록한 문서에서 자신들이 직접 추출한 롬을 개조된 게임기를 이용해 플레이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GTA4'의 롬은 25,000여 명이 동시에 다운을 받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빠른 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이 사실을 전해들은 제작사측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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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는 과거에도 많이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11'이 발매 10일 전에 큐슈 지역의 모 대학에서 P2P 서비스를 통해 롬이 유출된 적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둠3'가 발매 당일 P2P를 통해 게임 이미지가 유포됐었다.

위와 같은 경우는 대부분 일본이나 미국과 같이 땅이 넓은 나라에서 동시에 게임을 발매하기 위해 발매 전에 미리 게임을 발송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발송 중이나 보관 창고에서 빼돌려진 게임 소프트가 크래커들의 손으로 넘어가 불법으로 추출되는 것인데, 이 역시 물증을 잡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부분 해결이 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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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닌텐도DS, 게임기보다 해킹 프로그램이 더 잘 팔려

EZ5, DSTT, R4, 마치 암호와도 같은 이 이름은 닌텐도DS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이것들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기기로 크래커들에 의해 불법으로 추출된 롬 파일을 닌텐도DS에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기기들은, 한국 닌텐도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자 한때 모습을 감추는 듯 했으나 지금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러한 기기를 팔고 있는 판매상들은 "원래 닌텐도DS에서 동영상이나 텍스트 파일을 볼 수 있게 만들어진 장치이며 불법 플레이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업데이트 때마다 기기 제작사의 홈페이지에 영어로 "OO번 롬이 읽히지 않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라고 등록되는 공지와, 판매 사이트의 '최신 버전', '완벽 구동' 등의 홍보 문구는 자신들에게 아무 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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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처 방법 마련에 고심중인 게임 개발사들

그러나,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크래커들에 비해 게임 개발사와 유통사는 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 불법 시스템 사용 여부를 검사해 온라인 접속을 막는 Xbox360이나 불법 개조한 본체의 수리를 거부하고 있는 PSP 측의 방법 등 여러 가지 대책이 진행 중에 있으나 실제로 실효를 거둔 방법은 거의 없으며, 대다수는 초반에 있던 해킹 방지 외는 딱히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닌텐도DS의 경우, 일부 게임 제작사가 R4를 이용해 플레이 할 수 없도록 롬 파일에 복제 방지 기술을 담아 발매하고 있지만, 이런 게임들 역시 기기 업데이트를 통해 무력화 시키거나, 다른 장비를 이용해 우회적으로 플레이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어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Wii의 국내 발매를 시작한 한국 닌텐도가 국내 정발되는 Wii에 다른 지역소프트와 호환할 수 없는 독자 코드를 적용하고 이전 기종인 게임 큐브와의 연동 기능을 제거했다.

이 조치로 해외판 디스크 구입자나 게임 큐브의 소프트를 가진 게이머에 대한 배려를 포기했다는 반발을 사고 있기는 하지만, 게임 제작사들은 초기 불법 복제를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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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머들의 인식 전환만이 크래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전문가들은 크래커들의 불법 행위가 자행되는 데에는 게이머들의 무관심과 방조도 한 몫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불법 롬이나 기기들을 사용하는 것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돈을 주고 게임 소프트를 구입 하는 것을 돈 낭비 정도로 생각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불법 크래커들을 키우고 있다고 이야기 하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을 때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게이머들에게 돌아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전문가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게이머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게임을 구입하는 것이 정착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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