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콘텐츠의 온라인 게임화, 득인가 실인가

해외 콘텐츠의 온라인화가 붐을 이루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과거에는 게임업체들이 국내 콘텐츠 위주로 게임을 제작하거나 자체적으로 세계관을 구축해 게임을 제작하는 경향이 강했다. '바람의 나라''리니지''레드문''열혈강호' 등 유명한 온라인 게임들이 대부분 그런 방식을 거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CJ인터넷, NHN, 드래곤 플라이 등 국내 대표급 배급사들이 국내 콘텐츠 보다 해외 콘텐츠 발굴에 불을 켜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해외 콘텐츠 선호 기류, 국내업계 '하청화' 우려>

어느새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케로로''킹오브더파이터즈''피파온라인''NBA스트리트''반지의제왕' 등 해외 콘텐츠를 기본으로 한 게임들이 주류로 올라섰다. 기대가 되는 순수 국산 게임은 소식이 점점 뜸해지는 반면 이들 해외 유명 콘텐츠 게임들에 대한 소식은 빠르게 게임업계에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해외 콘텐츠의 도입이 활발해 질수록 국내 업계의 입지가 좁아지고 국내 업체들이 결국 주도권을 가지지 못한체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는 게임의 기획 자체를 대부분 해외쪽에서 컨트롤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실제로 합작 게임을 제작할 경우 핵심이 되는 게임 시스템은 해외의 제작사가 담당하고, 서버나 클라이언트 등 온라인에 필요한 기술만 한국 개발사가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스템 자체를 '하청'이라고 부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콘텐츠에 의존하다 보면 자체적으로 '기획능력'을 기를 수 없어진다.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기획능력 부족으로 하청업계로 전락한 예가 있다. 자체적으로 기획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합작 시스템은 아니지만 해외 게임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것도 우려의 대상이다. 중국에서 들어온 '완미세계'가 웬만한 국산 게임보다 높은 인기를 끌고 있고, 말이 필요없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후에도 해외의 유명 게임들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거나 기대 순위에 오르면서 한국의 '온라인 게임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해외 업체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해외 콘텐츠의 온라인화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그라비티가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고, 엑토즈소프트 또한 중국 게임사 샨다에 인수된 바 있다. 세계 최대 업체 중 하나인 EA가 국내 퍼블리셔 네오위즈게임즈의 지분 19%를 인수한 것은 당시 세계적인 이슈 중 하나였다.

< 양질, 세계화를 위해 해외 콘텐츠 도입 '불가피'>

하지만 배급사들은 해외 콘텐츠의 도입이 부정적인 점만 있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들 배급사가 주장하는 첫 번째는 게임을 제작할만한 한국 콘텐츠가 없다는 것. 온라인 게임을 개발할 때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만을 노릴 수가 없고 결국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도입할만한 한국 콘텐츠가 좀처럼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해외에 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외 콘텐츠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 배급사들의 주장이다.

두 번째로 배급사들은 해외의 유명 콘텐츠를 오히려 한국 개발사들이 재 가공해 팔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는 아직 한국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입김이 세서 '자신들의 의도를 넣어' 게임을 제작할 수 있고 그렇게 제작한 게임이 세계적으로 성공할수록 더 한국 개발사에 대한 위상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영화 '올드보이' 처럼 한국의 손을 거쳐 훨씬 뛰어나게 재 가공된 콘텐츠의 경우 세계의 시선을 한국에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국내 배급사들의 각 나라에 대한 현지화의 노하우가 커져가고 있어 해외 업체들이 한국 배급사들을 등한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배급사들은 이들 게임이 '해외 수출에 이바지'하는 점 또한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해외의 원 저작권자에게 일부 금액을 주어야 하지만 이렇게 제작된 해외 콘텐츠 온라인 게임들이 해외에 나갈 때 상당부분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배급사들은 이렇게 해외 콘텐츠 도입에 대한 얘기 외에도 '아무리 해외 콘텐츠 도입이 많아도 전체의 20% 수준을 넘지 않고 있다'며 우려하기엔 이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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