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을 향한 게임 주변기기의 진화

<하얀색의 원형 경기장 그곳에는 서로 대련을 준비하는 남녀가 있다. 멋진 근육을 가진 남자가 강력하게 스트레이트를 날린다. 그러나 미모의 여성은 스트레이트를 살짝 피하면서 어퍼컷을 날리고 화려한 돌려차기로 피니시를 날린다. 격렬한 격투를 벌이고 있지만 피가 튄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두 남녀가 모두 특정 기계 앞에서 가상으로 격투를 벌이고 그 격투 장면만 원형 경기장에 보여지기 때문이다.>


영화 아일랜드의 한 장면 이다. 여자 주인공인 스칼렛 요한슨과 남자 주인공 이완 맥그리거가 원형 경기장에 배치 되어 있는 기계로 서로 대련하는 모습은 사뭇 흥미로웠다. 마치 격투 게임의 진보 형태를 보는듯한 이 장면은 어쩌면 근 미래의 게임의 모습을 보여 준 것 일 수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최근 이렇게 가상 현실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계들이 실 생활에 조금씩 퍼져 있다는 점이다. 실내 골프 연습장, 실내 운전면허 연습장, 플라잉 시뮬레이터 등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으며, 특히 집에서 즐길 수 비디오 게임기도 최근 등장하는 다양한 컨트롤러를 통해 가상 현실을 접할 수 있다.

닌텐도DS의 경우 터치펜을 활용해 게임 내에서 자신의 애완동물인 강아지를 키울 수 있으며, 게임기에 있는 리모콘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능을 통해 야구, 골프, 테니스, 볼링 등 온 몸으로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게임기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게임 주변기기는 더욱 현실감을 주기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여 왔다.


* 패드에서 건 컨트롤러로, 체감형 주변기기의 시작

일본의 비디오 게임기 개발사인 닌텐도는 언제나 창의적이고 특별한 게임 주변기기를 선보였다. 여러 컨트롤러 중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총 모양을 한 건 컨트롤러다. 패드 대신 건 컨트롤러를 사용해 TV 화면을 향해 손가락으로 총을 쏘듯 버튼을 누르면서 실제 총을 쏘는 듯한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런 건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 등장하는 총기의 모습을 본 따 다양한 형태로 변해왔으며, 바주카 모양의 컨트롤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건 컨트롤러와 유사한 것으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레이저 인베이션이 출시되기도 했다. 이 컨트롤러는 헤드폰처럼 생긴 모양에 버튼을 누르는 대신 음성 인식 기능을 통해 총알을 발사하는 형태의 컨트롤러다.

하지만, 가장 먼저 등장한 주변기기였던 만큼 단점이 있었다. 건 컨트롤러의 경우에는 TV를 향해 총을 쏘지만 엉뚱한 곳을 향해 총알이 날아간다던가, 레이저 스코프의 경우에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총알이 나가는 점으로 인해 비행기의 총알이 떨어지는 등 게임을 진행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 온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컨트롤러

닌텐도 Wii의 컨트롤러처럼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컨트롤러는 이전에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컨트롤러 중 하나가 바로 PS2용 액션 게임 '귀무자3' 타도 아케치 존이다. 이 컨트롤러는 검 모양의 무선 컨트롤러로, Wii 컨트롤러처럼 검의 움직임에 따라 캐릭터가 움직이고, 공격을 하는 등 실제로 검을 들고 액션을 펼치는 듯한 현실감을 제공했다. 이와 비슷한 PS2용 게임 '바이오하자드4' 전기톱 컨트롤러가 있다. '바이오하자드4'와 동시 발매된 이 컨트롤러는 전기톱 모양을 한 컨트롤러로, 스타터 줄을 당기면 전기톱과 같은 리얼한 소리와 함께 게임의 몰입감을 한 층 끌어올렸다.


위의 경우처럼 사실적인 컨트롤러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패작을 거쳤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파워 글러브(1989)이다. 이 컨트롤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TV 위에 세 가지 센서를 설치해야 하고, 게이머는 장갑과 같이 생긴 컨트롤러를 손에 착용해야 한다. 게이머 손의 움직임에 따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특이했지만 단점이 더욱 많았다. 이 컨트롤러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컨트롤러에 붙어 있는 버튼을 이용해 게임 별로 프로그램 코드를 일일이 입력해야만 했으며, TV 위에 올려 놓은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캐릭터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른팔을 앞으로 올린 상태에서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조작 방식 등 게이머를 힘들게 만드는 컨트롤러였다. 이 컨트롤러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컨트롤러.


* 가장 현실적인, 탑승 형 컨트롤러

자동차를 타고 빠른 레이싱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경우 자동차 휠과 같은 컨트롤러를 구입하는 것은 물론 실제 자동차를 탄 것과 같은 운전석을 만들어 놓고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이와 같이 현실적인 게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탑승형 컨트롤러도 등장했다. 사실 컨트롤러라기 보다는 기계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드림 머신은 레이싱이나 비행 시뮬레이션 등 드림 머신에 앉아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으며, 킬로와트의 이소매트릭 컨트롤러는 등 뒤에 있는 허리 받침대로 인해 마음 것 몸을 움직이며 게임을 할 수 있는 컨트롤러이다.


이 두 컨트롤러는 사실적으로 게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소매트릭 컨트롤러의 경우 약 70만원 정도의 가격이며, 드림 머신의 경우 컨트롤러의 가격이 약 150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싼 가격 때문에 그리 보편화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로봇 형태의 모양을 하고 있기에 게임 컨트롤러 보다 완구 제품으로써 더 많이 사랑을 받은 'HVC-012'(1985)와 Xbox용 메카닉 액션 게임 '철기'(Steel Battalion)에 등장하는 로봇을 움직이기 위한 '철기' 전용 컨트롤러, 실제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헬멧 형 디스플레이 장치인 버블 헬멧 등 보다 사실적인 간접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게임 주변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십 수년간 게임 컨트롤러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돼 왔다"며 "아직 영화에서만큼 리얼한 모습을 제공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들도 쉽게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등장해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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