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부의 설레발, 게임업계는 '기대 안해'

"원래 정권이 바뀌면 한번씩 게임업체에 방문 합니다. 딱히 기대할 것도 없습니다"

얼마전 몇몇 게임업계 대표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들은 얘기다. 최근 정부에서 콘텐츠 육성을 중심 과제로 삼겠다며 게임을 부각시키고 있고, 유인촌 장관이 직접 엔씨소프트에 방문하는 등 이슈가 됐었지만 정작 게임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은 시큰둥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의 관심은 매번 설레발일뿐, 실효성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몇몇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이 게임업계 대표들을 호출하고 게임산업의 육성 의지를 피력했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척박해진 환경이었다. 2002년 보다 2007년도 게임진흥원 예산이 1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도, 5년 가까이 게임업계의 코스닥 상장에 금제를 풀지 않은 것도 그것을 반증하는 예다.

물론 '바다이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정부에서 '바다이야기' 사태로 게임 쪽에 제한을 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것. 하지만 '바다이야기'는 게임이 아니라 도박이다. '바다이야기'란 핑계로 정부가 '바다이야기'와 아무 관계도 없는 게임업계를 가해자로 몰았을 뿐이다.

가끔 '게임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고민해본다. 이유는 아마도 기성세대들에게 인정받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음반업계는 기성 세대들에게 주목을 받았고, 사회적으로도 힘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몇 천억의 지원과 규제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역사도 짧고 사회적인 힘을 아직 응축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아이들 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단순히 역사가 짧고 '아이들 놀이'이기 때문에 대접 받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다. '아이들 놀이'야 말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이며,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챙겨야 할 귀중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게임은 '아이들의 놀이' 단계를 벗어났다. 전 국민이 즐기는 놀이문화로 정착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게임을 많이 즐기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얘기도 심심치않게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한국 게임업계를 푸대접하거나 규제를 가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국내 게임의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해외의 폭력적이고 저급한 게임들이 밀려들어올 것이다. 수천억에 이르는 돈이 해외로 물밀듯이 빠져나갈 것이다.

정부는 과거에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 멸종시켰었다. 그 결과, 지금 TV에서는 매일 수십억원을 주고 사들여온 해외 애니메이션이 활개를 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국가적으로 키워내어 자신들의 문화까지 해외로 자연스럽게 수출하는 일본과 한낮 문화 종속국이 되어버린 한국. 대조적이다.

온라인 게임은 한국에서 파생됐다. 온라인 게임업 자체가 리스크는 크지만 성공한 경우 영업 이익률이 자그마치 70%를 넘는다. 해외에서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고, 해외 여러나라가 앞다투어 국가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꾸준한 중장기 게임 육성 계획을 세운다면, 국내 어린이들에게 건전한 게임을 많이 채워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닌텐도' 보다 막강한 사업체가 국내에서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힘을 내는 한국 게임사, 그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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