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사들, ‘위피 폐지되면 어쩌나’

2005년 4월1일 이후 국내 휴대전화에 의무적으로 탑재되도록 했던 한국형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의 폐지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해외 전화기의 국내 출시, 국내 요금제 개편 등 위피 폐지에 대한 이슈가 많지만, 정작 이 논의에 배제되고 있는 부류가 있다. 바로 모바일 게임이나 벨 소리 등을 개발해 출시하는 CP(콘텐츠 보급자)들이다.

위피가 폐지된다는 것은 사실상 통일됐던 국산 무선 인터넷 플랫폼이 다시 과거처럼 각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별로 분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위피가 폐지되었을 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정부나 이통사 관계자 등 전문가들도 확신을 하지 못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모바일 게임사 등 CP 입장에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위피 적용, 어떠한 일이 일어났나>

앞서 언급했 듯 위피는 2005년부터 국내에 도입됐다.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업체에 따르면 07년도까지 국내 약 1천5백만 대의 휴대전화에 위피가 탑재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피가 모바일 게임사에게 준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프로그래밍 개발을 원활하게 해주었다. 위피가 나오기 이전에 모바일 게임사는 이동통신사 3사에 게임을 내려면 brew, gvm 등 최소 4가지 이상의 플랫폼 별로 게임을 제작해야 했다. 여기에 휴대전화의 액정 사이즈에 맞추어 또 다시 3가지 이상의 분기를 거쳤다. 하지만 위피의 탑재로 각 이통사 별로 약간만 수정하면 되도록 바뀌었다. CP들은 초반 위피의 프로그래밍을 배우는데 애를 먹었고, 초반 위피가 탑재된 폰이 많이 보급되지 않아 매출이 적어 힘들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비로소 안정된 수익을 내게 됐다.

또 다른 효과는 해외 게임사들과의 보호 효과다. 위피는 무선시장 분야에서 '쇄국정책'과 같은 효과를 냈다. 위피 플랫폼의 개발이 난해한 해외의 유명 개발사들은 국내에 좀처럼 들어오지 못했고, 이는 국내 개발사들의 자국 시장 보호 역할을 했다.

< 위피의 폐지, 어떠한 일이 생길까>

하지만 최근 위피가 폐지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모바일 개발사들은 동요하고 있다.

우선 새로운 프로그래밍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위피가 폐지되면 국내 개발사들은 그동안 보급된, 위피 탑재 휴대전화 때문에 위피로 게임을 내야하면서도 위피가 탑재 안 된 신규 폰마다 맞춤형 프로그래밍을 해야 한다.

이는 개발비 상승을 주도하는 요인이 될 예정이다. 특히 위피 비 탑재 휴대전화가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깨진 독에 물붇기' 식으로 투자만 계속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국내 개발사와 해외의 거대 모바일 게임사들이 직접적으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등 경쟁 또한 치열해질 예정이다. 그동안 위피로 기술을 갈고 닦았던 국내 업체들이 해외의 업체들 보다 개발 노하우에서 뒤쳐짐으로써 경쟁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쇄국정책의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위피는 국내 시장을 보호했지만 국내 개발사가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 면역이 안되어 있는 국내 중소 개발사들이 줄줄이 도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문제는 불법 복제 문제다. 모바일 게임을 비롯한 국내 무선통신 시장은 위피로 불법 복제가 어느정도 막혀져 있었지만, 위피의 폐지로 불법 복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윈도우와 호환되는 플랫폼의 경우 음악이나 게임 등이 애뮬레이트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무선 시장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CP들 사이에서는 '정부 책임론'까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위피를 채택해 일해 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위피를 폐지한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정확히 진단할 수는 없지만 위피가 폐지될 경우 웬만한 중소 CP들이 줄도산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위피 폐지를 결정하게 되더라도 후폭풍을 감안해 정부 차원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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