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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부터 물량까지' 시대에 따라 변해온 프로게이머의 유형

최호경

10년이 넘는 국내 e스포츠의 역사 속에는 많은 프로게이머들의 활약이 녹아있다. 프로게이머들은 정교한 컨트롤부터 엄청난 물량, 날카로운 견제 등 자신 만의 플레이 스타일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그들의 실력은 많은 e스포츠 팬들의 환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의 유형 또한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10년 동안 국내 프로게이머들이 선보인 대표적인 전략과 '대세의 유형'들을 되돌아봤다.

'하나의 유닛까지 정교하게 움직인다', 마이크로 컨트롤형

30대 프로게이머를 꿈꾸고 있으며, 최초와 최고의 단어가 어울리는 '황제' 임요환은 대표적인 컨트롤형 프로게이머다. 한빛소프트배, 코카콜라배에서 우승하면서 그가 보여준 컨트롤은 당시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많은 팬들은 그의 플레이에 열광했다.

최근에는 마린 두기와 매딕 한기로 러커를 잡아내는 것은 테란 프로게이머 사이에서는 기본이지만 2000년 당시에는 그것을 해내는 게이머는 임요환이 유일했다. 단지 3개의 유닛으로 구성된 마린-매딕은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고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유닛은 '환상'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후 이런 화려하고 정교한 플레이는 프로게이머의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다. 임요환 이후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1에서 우승한 아티스트테란 한동욱이 테란의 대표적인 컨트롤형 프로게이머라 할 수 있다. 프로토스 중에는 무지개 프로토스로 알려진 김성제가 살아있는 듯한 리버 컨트롤로 위명을 떨친 바 있다.

'컨트롤을 뛰어넘는 생산력', 폭발적인 물량형

임요환으로 대표되던 컨트롤 시대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이윤열, 최연성 등으로 대표되는 폭발적인 물량형 프로게이머들이다. 홍진호와 함께 임요환의 대표적인 라이벌 이윤열은 대표적인 물량형 게이머로 하나의 멀티만 하면 물량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한 때 '그 기세가 앞마당 먹은 이윤열과 같다'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다.

이와 함께 임요환의 후계자로 등장해 2년만에 스승인 임요환을 결승무대에서 꺾은 최연성 역시 대표적인 물량형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폭발적인 물량과 함께 가공할만한 수비능력을 선보여 수많은 명경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컨트롤과 마찬가지로 물량 역시 최근 프로게이머들의 기본 중의 기본 능력이 됐지만, 그 중에서도 오영종, 도재욱 등은 특출한 물량형 프로게이머로 불리고 있다.

색다른 패러다임 제시한 전략형과 물흐르는 흐름을 중요시한 운영형

이후 등장한 유형은 색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한 전략형으로, 대표적인 프로게이머는 몽상가 강민을 들 수 있다. 강민은 더블넥서스를 공식전에서 처음 사용해서 완성시킨 프로게이머이며 수비형 프로토스와 중후반 경기 운영 등 기존에 사용되지 않던 전략들을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물량, 컨트롤로 대표되는 경기들과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전략형이 하나의 빌드오더에 강점을 가지고 상대를 공략했다면 경기의 흐름에 따라 빌드오더나 경기 방식을 변형하면서 상대에 맞는 경기를 하는 것이 바로 운영형 프로게이머들이다. 한 때 '운영의 마술사'라고 불리우던 박태민은 대표적인 운영 위주의 프로게이머다. 세팅과 경기준비에 많은 공을 들이며 경기 중의 건물의 위치까지 연습해왔던 대로 플레이 하는 그는 유연했고 상대에 따라 다양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이후 이런 운영형 프로게이머는 3해처리의 진수를 선보이며 '본좌' 칭호를 얻은 마재윤에게서 완성됐다. 마재윤은 3해처리를 기본으로 경기 중후반은 노리면서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한 경기운영으로 MSL을 3연속 재패하고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우승을 차지하는 등 프로게이머의 최고의 정점에 서기도 했다. 이외에도 퍼펙트 테란 서지훈, 총사령관 송병구 등이 대표적인 운영 스타일의 프로게이머로 불리고 있다.

상대가 원하는대로 플레이 하게 두지 않는다, 날카로운 견제형

운영형 프로게이머들이 상대에 맞춰서 경기를 풀어갔다면 견제형 프로게이머들은 상대를 원하는 대로 플레이 하지 못하게 방해해서 경기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끌고 가는 스타일이다. 견제는 초반 견제부터 빌드오더 견제, 일꾼 사냥 등 다양하게 이뤄진다.

현재는 은퇴해서 SK텔레콤의 코치로 활동 중인 박용욱은 프로브 견제로 유명해 '악마토스'로 불렸다. 그는 초반에 정찰용 프로브로 일꾼이 제대로 자원이나 가스를 캐지 못하게 방해하고 일꾼 사이에 파일런을 소환하는 등의 견제로 유명했다. 이후 김택용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다크템플러로 상대의 빈틈을 공격해 마재윤에 이어 MSL의 황태자로 불리었으며 최근에는 김구현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모든 유형을 두루 갖춘 무서운 20대들, 완성형

최근의 프로게이머들은 컨트롤이면 컨트롤 물량이면 물량 대부분의 능력들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경기 중에는 상대에 맞춰서 노련한 운영을 보여주며 견제도 잊지 않고 펼쳐준다. 예전만큼 자신만의 특색을 가진 프로게이머가 사라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국내 e스포츠가 10년이란 시간이 흐른만큼 모든 것을 두루 갖춘 프로게이머들이 높은 랭킹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게이머는 이영호, 이제동이며 프로게이머 랭킹은 조금 낮지만 박성균 등도 대표적인 완성형 프로게이머로 불린다. 물론 이영호는 업그레이드를 기본으로 하는 안티캐리어 빌드를, 이제동은 화려한 뮤탈리스크 컨트롤, 박성균은 정확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기본으로 하는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위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유형들을 소화하고 있어 '완성형'이라는 칭호를 붙이게 됐다.

게임전문가에 따르면 "과거 프로게이머들은 자신의 장점을 살린 한 두가지 유형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어린 프로게이머들은 자신이 보면서 자라온 프로게이머들의 유형을 그대로 흡수하고 빠르게 발전해 대부분의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것은 기본이다"라고 설명했다.

: 임요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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