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들 게이머가 만든다, '내 맘대로 만들면 되고'

게임사와 게이머들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게이머들이 게임을 제어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다.

4-5년 전만해도 제작사들이 게임을 제작하면 게이머들은 단순히 즐기는 입장에서 게임을 바라봤었다. 하지만 최근 게이머들은 게임의 설계부터 등장 아이템 까지 게임사에게 강하게 요구한다. 직접 제작사에 방문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는가 하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회원을 모은 뒤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게임사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언론에 퍼뜨리면서 게임사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근 2년 동안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담당 팀도 해체했던 '엑스틸'을 최근 다시 국내에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엑스틸'의 게이머들의 반대가 예상을 넘을 정도로 극렬했기 때문. '엑스틸'의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소문이 돌자 게이머들은 전국의 회원들을 모아 '엑스틸'을 각 포털 검색어 1위로 만드는 한편, 각종 PT자료를 준비해 엔씨소프트를 찾았다.

게임의 방향, 나아갈 길, 새로운 기체 등 구체적인 제시안을 가지고, 또 개발수치를 거의 그대로 알고 있는 게이머들의 PT를 본 엔씨소프트 측은 '재 서비스' 쪽으로 '엑스틸' 운영 방향을 전격 선회했다.


한빛온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스파이크 걸즈'도 마찬가지다. 미소녀 족구 게임인 이 게임 또한 게이머들이 직접 게임 개발 방향을 들고 와 제작사인 모본社를 당황케 하고 있다. 게이머들은 다른 족구 게임에 비해서 부족했던 점들이 주 내용으로 한 PT를 제출하며 그대로 조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템 추가 부분은 더욱 극렬하다. 골프게임 '팡야'를 서비스하는 엔트리브는 2~3달에 한 번씩 비정기 오프라인 행사를 여는데, 이때 마다 게이머들이 직접 새로 추가될 아이템 리스트를 정해 온다. 실제로 '팡야'에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게이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가되고 있다.


블리자드 같은 외국계 회사도 마찬가지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 게이머들은 게임 내에 한국형 아이템을 넣기 위해 블리자드코리아 회사로 김치를 한 박스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일 때문에 '와우' 내에는 김치 아이템도 추가됐다. 또 '반지의 제왕 온라인'을 제작한 미 터바인社도 한국 게이머들의 지속적인 한국형 아이템 요청에 의해 '불고기' 아이템 제작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게이머들의 게임 제작 참여 의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 게임의 특성'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 미완성 상태에서 출시되고, 계속 게이머들의 플레이 상황을 살피면서 보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깨달은 게이머들이 직접 게임의 주체로써 권한을 행사하고자 하고 있다는 것. 특히 최근처럼 게임사들이 게이머들과 교류를 원하고,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자 오프라인 행사가 자주 열리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게임을 강의하는 한 대학교수는 "블리자드, 드래곤플라이, 엔트리브, 엔씨소프트 등 게임사들이 게이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를 자주 개최하고, 게이머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면서 게임사와 게이머의 의견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게임사는 쏟아지는 게이머들의 의견을 받되 무분별하게 수용하지 않고 도움이 되는 것을 적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 내 주체성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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